매생이굴탕면

그렇게 싫어했던 걸, 또 이렇게 찾아 먹다니

by 레이

매생이는 맛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나이 들어서 깨달은 거고요, 어릴 때는… 매생이라는 걸 구경하지 못했네요. 어른이 되어서야 한정식집에서 코스로 나온 매생이를 조금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파래 같은 건가? 했는데 녹조식물 중에서 가장 가는 녀석이라는군요. 엄마한테 얘기를 했더니 원래 어촌에서나 먹던 거지 양식도 안 되고 귀찮아서 팔 거리는 아니었는데 갑자기 고급 음식이 됐더라,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처음 먹을 때 강력한 인상을 받지 못해선가, 저는 매생이 음식을 따로 찾아 먹은 적은 없습니다.


어릴 때는 그렇게 싫어했는데 나이 들면서 입을 대기 시작한 것 중 하나가 굴입니다. 이상한 모양, 비린내, 거기에 그 식감과 미묘한 맛까지 잘 적응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런데 점점 굴전 같은 걸 억지로 맛보다가 익힌 굴은 괜찮네? 하는 수준으로 발달했고 위스키를 마시면서 석화를 안주 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아직도 시키려면 약간 도전하는 심정이 됩니다.

KakaoTalk_Photo_2023-02-21-15-19-58.jpeg 매생이굴탕면. 왜 이제서야 좋아졌을까

가끔 가는 중식당에 매생이굴탕면 메뉴가 생겼습니다. 아마 그날 컨디션이 좀 안 좋았던 것 같아요. 예전에 매생이가 엄청 뜨겁지만 꽤 편안한 식감을 주었던 기억이 나서, 모험하는 심정으로 시켰습니다. 오오, 이거 완전 기대 이상이었어요. 매생이의 편안한 맛과 굴의 고소한 맛이 잘 어우러져 깜짝 놀랐습니다. 면 요리 같기도, 죽 같기도 한 식감을 느끼면서 아주 만족했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뜨거움을 참아가며 여전히 국물을 떠먹고 있더라고요.


왜 어릴 적엔 이 맛을 싫어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입맛이야 변할 수도 있고 체질도 변하고 이미 어릴 때 안 먹던 다른 많은 것들을 먹고 있는 저로서는 사실 굳이 따질 이유도 없지만, 문득 궁금했습니다. 아마도 새로운 음식을 시도하다 보면 그동안 몰랐던 맛을 배우고 즐길 수 있다,라는 경험 때문이 아닐까요.


음식은 여행과 같은 것입니다. 그걸 너무 늦게 깨달아서 편식한 어린 시절을 후회하지만 늦기 전에 더 많이 먹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매생이굴탕면 한 그릇 하면서 오만 잡생각에 빠져드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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