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싫어했던 걸, 또 이렇게 찾아 먹다니
매생이는 맛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나이 들어서 깨달은 거고요, 어릴 때는… 매생이라는 걸 구경하지 못했네요. 어른이 되어서야 한정식집에서 코스로 나온 매생이를 조금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파래 같은 건가? 했는데 녹조식물 중에서 가장 가는 녀석이라는군요. 엄마한테 얘기를 했더니 원래 어촌에서나 먹던 거지 양식도 안 되고 귀찮아서 팔 거리는 아니었는데 갑자기 고급 음식이 됐더라,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처음 먹을 때 강력한 인상을 받지 못해선가, 저는 매생이 음식을 따로 찾아 먹은 적은 없습니다.
어릴 때는 그렇게 싫어했는데 나이 들면서 입을 대기 시작한 것 중 하나가 굴입니다. 이상한 모양, 비린내, 거기에 그 식감과 미묘한 맛까지 잘 적응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런데 점점 굴전 같은 걸 억지로 맛보다가 익힌 굴은 괜찮네? 하는 수준으로 발달했고 위스키를 마시면서 석화를 안주 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아직도 시키려면 약간 도전하는 심정이 됩니다.
가끔 가는 중식당에 매생이굴탕면 메뉴가 생겼습니다. 아마 그날 컨디션이 좀 안 좋았던 것 같아요. 예전에 매생이가 엄청 뜨겁지만 꽤 편안한 식감을 주었던 기억이 나서, 모험하는 심정으로 시켰습니다. 오오, 이거 완전 기대 이상이었어요. 매생이의 편안한 맛과 굴의 고소한 맛이 잘 어우러져 깜짝 놀랐습니다. 면 요리 같기도, 죽 같기도 한 식감을 느끼면서 아주 만족했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뜨거움을 참아가며 여전히 국물을 떠먹고 있더라고요.
왜 어릴 적엔 이 맛을 싫어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입맛이야 변할 수도 있고 체질도 변하고 이미 어릴 때 안 먹던 다른 많은 것들을 먹고 있는 저로서는 사실 굳이 따질 이유도 없지만, 문득 궁금했습니다. 아마도 새로운 음식을 시도하다 보면 그동안 몰랐던 맛을 배우고 즐길 수 있다,라는 경험 때문이 아닐까요.
음식은 여행과 같은 것입니다. 그걸 너무 늦게 깨달아서 편식한 어린 시절을 후회하지만 늦기 전에 더 많이 먹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매생이굴탕면 한 그릇 하면서 오만 잡생각에 빠져드는 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