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돼지불백

비슷한 식당 두 곳 중에 어디가 더 맛있을까요?

by 레이

돼지불백을 먹으러 성북동엘 갔습니다. 돼지불백으로 유명한 식당이 두 곳인데(검색하면 다 나오는) 오늘은 한 집이 쉬는 월요일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어 나머지 한 집으로 갔었지요. 사실 두 집 중 딱히 어느 곳이 더 맛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서로 미묘한 차이가 있어서,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 탓입니다.


그러나 저는, 처음에 어떤 집에서 먹었느냐가 그 판단의 기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돼지불백이 워낙 맛있어서, 처음 간 집의 기억이 잊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객관적인 맛을 떠나서 아, 이 집에서 먹은 돼지불백이 맛있었지, 하는 기억이 그다음번에도 영향을 준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처음 가시는 분들은 두 곳 중 아무 데나 가셔도 좋겠습니다. 어차피 한 번 맛 들이면 두 곳 다 가시게 되어 있으니까요. 둘 다 발렛도 해줍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앵커링 효과라고 부릅니다. 사람들이 결정을 내릴 때 처음 겪은 정보에 지나치게 의지한다는 뜻인데요, 설령 그 정보가 틀렸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첫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특히 음식의 맛은 다음번에도 기대치로 작용하기 때문에 앵커링 효과가 강한 편입니다.


물론 식당에 대한 기준이 오로지 음식 때문은 아닙니다. 요즘 같은 세상엔 친절도 중요하고 식당 환경, 개인의 취향, 누구와 함께 먹느냐 같은 주변 요건들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그러니 맛 외에 다른 요소들도 앵커링 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셈이지요. 그래서 기왕 좋은 음식을 먹으러 갈 때는 스스로 앵커링 효과를 만들어두는 것도 좋겠습니다. 뭐 현장에서 망쳤다면 다 소용없겠지만요.


동양 사상에서는 만물에 혼이 있다고 강조합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도 신령한 기운이 있겠지요. 그 기운을 잘 받아들여 맛있게 먹는 것은 대부분 먹는 사람의 노력입니다. 하여튼 성북동 돼지불백은 우울했던 저를 달래줬고, 저는 남김없이 밥과 고기를 해치웠으며 다음에는 누군가를 데려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 좋아할 거 같거든요.

돼지불백 특.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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