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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ymundus Jan 20. 2022

눈 덮인 농구골대 아래에서

눈 코 귀 새빨갛던 시절의 기억

아침에 학교에 오니 곳곳에 눈이 소복이! 눈 덮인 라라랜드 언덕을 찍고 싶어, 정거장을 하나 지나 삼거리 정류장에서 내리기로 한다. 버스에서 내려 농구장 옆을 지나는데, 누가 슛을 몇 번 던지고 갔는지 골대 아래는 발자국투성이고.. 문득 어렸을 적 겨울 눈 덮인 운동장에서 농구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눈 덮인 농구골대와 라라랜드 언덕


초등학교 3학년에서 4학년 올라가는 겨울이었나. 눈 펑펑 내려 학교 운동장엔 온통 눈이 천지인데 저쪽 모퉁이 농구골대에서 귀돌이에 장갑 끼고 농구하는 이상한 놈이 한 명 있었다. 황당하고 또 누군지 궁금해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지난 봄여름가을 같이 야구하며 지냈던 친구 중 한 명이었. 겨울방학 동안 학교 근처로 종종 산책을 나갈 때면 그 친구는 늘 농구골대에서 혼자 슈팅 연습을 하고 있었고, 나도 한두 번 인사하고 같이 농구하다 보니 어느샌가 겨울 농구에 푹 빠져, 그 겨울엔 내내 그 친구와 농구하며 보냈더랬다. 눈 코 귀 새빨갛게 어는 건 알았는지 몰랐는지.


우린 운이 좋게도 4학년 때 같은 반이 되었고. 다른 친구 한 명까지 셋이서 1년 내내 신이 나서, 4월에 야구 개막하고 tv에서 야구 나오면 같이 야구하고 야구장 가고, 날이 쌀쌀해져 tv에서 농구 나오면 야구는 제쳐두고 농구하고 농구장 가는 시절을 보냈던 기억. 그때 이후 고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는 봄여름가을엔 야구를, 겨울엔 농구를 하는 것이 우리 나름의 계절 의례였다. 야구도 농구도 엄청나게 열심히 해서 집에 돌아오면 늘 녹초가 되어 쓰러지는 날이 허다하고, 어린 마음에 나중에 크면 당연히 야구선수나 농구선수가 될 줄 알았었는데.


이젠 농구도 야구도 손에서 놓은 지 너무도 오래되었고. 매년 농구공 사야지, 다짐만 새로 했다 거두길 반복하며 지내던 차에, 눈밭의 농구골대를 보고 떠오른 기억들이 무척이나 반갑다. 나는 또 농구공 사야지, 고민만 계속하게 될 테지만.. 눈 밟으며 다시 같이 농구할 수 있으면 퍽 행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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