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임리스Shameless라는 미드를 열심히 시청 중이다. 막장 중의 막장인데 한국처럼 어떤 클리셰가 정해진게 아니라 정말 말그대로 한치앞도 예측 못하는 막장이다. 삶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지 알수없다는 걸 아주 톡톡히 보여준다. 그리고 킬링포인트는 그 알수없는 인생을 주인공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얼심히 살아간다는 것이다.
쉐임리스는 여러가지 시사하는 내용들이 많아서 감상하는 의미가 깊어진다. 재미도 재미지만(확실히 재밌다 그 예측불가능성 덕분에라도.) 성소수자는 물론이고 알코올 중독이나 조울증, 낙인효과 등등 넘쳐나는 다양성을 마주할 수 있다. 주인공들이 겪는 굴곡진 삶의 모습을 통해 이 소수성이 겪는 삶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만큼 짠내도 정말 많이 나구...
어렸을 때부터 엄마옆에 자리잡고 앉아 한국드라마를 꽤나 시청해온 나는 이 막장 아닌 막장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자연스레 이 미드와 한국드라마를 비교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너무나도 현실적이다. 정말 적나라하게 날 것 그대로다. (너무 적나라한 나머지 똥오줌도 마구 등장...) 그래서 더욱 비교되는 거일 수도 있는데, 참 우리나라 드라마는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만 나온다는 거다. 그것도 아주 완벽하게 꾸며진 모습으로. 그리고 다들 입모아 말한다. 드라마니까. 그런데 여기 쉐임리스에서는 주인공, 입고 나오는 옷이 정말 얼마 안 된다. 그나마도 입고다니는 거라곤 못생긴 야상이다. 그 카키색 야상을 볼 때마다 속으로 '피오나 제발 그 야상만큼은....'이라고 얼마나 외쳐댔는지... 화장은 커녕 악세사리 하나 걸치지 않는다(물론 꾸밀 땐 꾸미는 멋진 언니). MIT 다니는 어떤 똑똑한 언니, 그냥 뭐 뿔테안경 걸치고 나온다. 마냥 예쁘고 잘생긴 배우 캐스팅하려고 노력한 거 같지도 않고(얘들아 미안).
근데 아무런 불평 없이, 오히려 너무나 몰입감 있게 잘 감상중이다. 그들이 어떻게 생기든, 그 캐릭터가 가진 매력만큼 그 캐릭터를 아끼고 좋아하게 된다. 이 드라마는 특히 다양한 삶의 군상을 보여주는 덕에 인물도 정말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이 독특한 아이들 하나하나 애정이 간다.
어느 누가 말했나 연예인은 공인인 만큼 인상이 좋고 깔끔하고 예쁘고 몸매좋고... 그래야한다고. 왜 우리는 TV 속 균형잡힌 얼굴만 바라는가. 그래 뭐 가십걸 같이 상류층 얘기라면 블레어처럼 그렇게 예쁘게 꾸미고 나오는 게 당연하겠지. 그런데 「하나뿐인 내편」에 나오는 유이가 입었던 옷을 다시 입고 나오는 걸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상류층 이야기가 아님에도.
말하고 싶은 건 리얼한 삶을 그리는 드라마인 만큼 정말 꾸며지지 않은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는 미국드라마를 참 존중해주고 싶다는 거다. '드라마니까'라는 포장이 필요 없다. 드라마지만 진짜 현실을 담았다. 물론 침대 위에 신발 신고 올라가는 건 정말 이해해줄 수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