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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ysian Jul 20. 2022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최대의 피해자, 중국

중국에 있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기본적으로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상황이 진전되면서, 중국에 부가되는 압박은 전방위적으로 가중되고 있다. 특히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하늘을 찌를 듯이 올라가는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중국에게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부수적인 피해에 불과하다는 우려는 결국 중국이 이번 전쟁의 최대의 피해자가 아닐까 하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중국이 감당하게 될 어려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번 전쟁으로 인해 중국에 강요된 선택의 딜레마로부터 논의를 시작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현재 중국이 처한 난감한 상황은 서방과 러시아 모두 중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중 어느 한 쪽을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러시아를 선택함에 따라 서방이 붙이게 될 “깡패국가”의 낙인을 차치하고서라도, 중국이 섣불리 러시아를 선택할 수 없는 이유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중국의 국가 이익을 지지하는 중요한 기반이라는 것이다. 

가장 실질적인 부분부터 말하자면, 중국에게 우크라이나는 유라시아에서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에 이어 세번째로 큰 무역 파트너이다. 게다가 우크라이나는 2020년 중국과 일대일로 협력협정을 체결해 베이징의 이니셔티브가 유럽으로 진입하는 관문의 역할까지 담당하였다. 

또한 우크라이나는 중국 식량 수요의 60~90%를 채워주는 중국의 핵심적인 식량 공급원의 역할도 담당해 왔다. 우크라이나의 주요 수출품에는 옥수수, 콩, 곡물, 유채씨, 사탕무, 해바라기씨 등이 포함되는데, 이번 전쟁으로 인해 미국산 곡물에 대한 의존도가 대폭 높아지면서 식량 안보의 위험이 높아지게 되었다. 

사실 중국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영향력은 쉽게 간과할 만한 것이 아니다. 올해는 베이징과 키에프의 외교관계 수립 30주년이 되는 해인데, 그간 이른바 중국 현대화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기여는 매우 광범위하였다. 우크라이나는 구소련의 교육 및 산업 중심지였다. 따라서 우크라이나는 농업, 위생 및 과학 분야의 많은 중국 전문가들을 양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었다. 특히 중국의 군사기술이 오늘날 세계 선두권의 입지에 올라서는 데 우크라이나의 지원은 결정적이었다. 

중국이 자랑하는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 랴오닝함은 구소련이 우크라이나에 남긴 바랴그호를 중국이 구매하여 우크라이나의 기술로 현대화한 것었다. 그리고 중국은 우크라이나 기술자들의 도움으로 러시아의 Sukhoi Su-27 전투기를 역설계하여 자체 개발한 J-11 전투기로 개조하는데 성공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는 미중 패권 분쟁이 격렬해지는 와중에도 중국에게 터보팬 엔진, 디젤 엔진, 가스터빈 등을 제공하는 중국의 주요 무기 공급국이 되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라는 군사 파트너가 있는 것은 중국의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2011년 후진타오 당시 국가주석과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국가주석은 2011년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면서, 합의문에서 "국가 주권, 통일, 영토 보전에 관한 문제에 대해 서로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정황을 고려하면, 현재 중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라 겪고 있는 딜레마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최근 서방 언론에 따르면, 중국이 전쟁의 와중에도 러시아와 무역 관계를 지속하기로 결정하였다고 하는데, 이로서 결국 중국이 우크라이나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야기하게 될 것이다. 특히 우크라이나가 유럽으로 진출하는 일대일로의 관문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중국은 이번 전쟁으로 유럽 내 경제적 및 전략적 이익에 상당한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더욱이 서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중국이 동조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와중에, 러시아가 중국의 위안화 시스템에 편입되어 서구의 경제제재를 돌파하려는 움직임은 자칫 중국 경제에 회복할 수 없는 치명상을 야기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은 이 기회에 가능하면 러시아와 중국을 일종의 “깡패 국가”로 묶어서 서구경제와 디커플링 하기 위한 빌미로 이 전쟁을 활용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그러나 중국에게 있어 가장 무서운 것은 이 전쟁을 계기로 서구 국가들이 군사적으로 단결하여, 미국의 군사력 낭비를 최소화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중국의 숙원인 대만 수복에 절대적인 위험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거두절미하고 현 상황을 말하자면, 현재 미국은 자신들의 모든 에너지를 중국과의 패권전쟁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자신의 에너지를 분산시킬 수 있는 모든 부담들, 특히 자유세계의 수호자이자 세계의 경찰로서 지던 모든 책임과 부담들을 어떻게든 덜어내려 하고 있다.

얼마전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도 갑작스럽게 철수하였던 것이 그 예인데, 미국은 자신의 역량을 비축하기 위해 전세계에 흉한 몰골을 보여주는 것도 감수하였던 것이다. 역시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미군 함정이 러시아 함정에게 쫒겨 다니는 수모를 겪으면서까지 군사적인 개입만은 자제하고 있는데, 이로서 자신의 군사력은 비축하면서, 오히려 독일의 재무장을 독려하여 유럽 방어에 대한 부담까지 덜어내는 일석이조의 성과를 거두었다. 미국의 이런 행태는 모두 중국과의 최후의 결전에 모든 것을 쏟아 붓기 위한 준비 작업이며, 이러한 사실을 중국 역시도 알고 있다. 

게다가 중국의 입장에서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번 전쟁을 치른 러시아는 전쟁의 승패와 무관하게 상당 기간 내상을 치유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제는 중국이 러시아와 협력하여 미국에게 유럽과 아시아라는 두 개의 전선으로 역량을 분산하도록 강요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제 당분간 약체화된 러시아는 재무장을 시작한 독일이 상대하게 되고, 미국은 대만이라는 단일 전선에 모든 역량을 집결하여 중국을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도 단결된 서방국가들이 미국을 지지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어떻게든 대만을 수복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사실 대만에서 일전을 불사하려는 것은 중국만이 아니다. 흑해에서 러시아 군함에 쫒겨다니던 미국 군함은 대만 해협에서 중국 군함들 사이에 선수를 들이밀고 있다. 게다가 이 와중에 미국은 더욱 놀랍게도, 대만해협에서 벌어지는 미중간의 워게임에서 미군이 수시로 패배한다는 미 국방부 당국자의 발언을 대중 미디어를 통해서 전세계에 퍼뜨리고 있다. 즉, 미국은 스스로를 약체로 포장하면서 대만을 미끼로 중국을 몰락의 구렁텅이로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유명한 음모론에 따르면, 미국이 아시아 전선에 뛰어들기 위하여 일본이 진주만을 침략하도록 유도하였다고 한다. 그 이야기가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지금 중국은 대만에서 미국이 쳐 놓은 덫에 뛰어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지난 세계대전의 경험과는 다른 것은 과거의 일본은 유럽과 아시아의 두 개의 전선에서 동시에 싸우는 미국과 싸워서 패한 것이라면, 지금의 중국은 단 하나의 전선에 모든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게 된 미국과 싸우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미국에게 이러한 기회를 최종적으로 만들어 준 계기가 바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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