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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ysian Sep 04. 2022

자산시장의 단기적 리셋과 초장기 인플레이션의 지속

평범한 생활인의 인지적 오류 중의 하나로 상황을 언제나 단선적으로 보는 경향을 들 수 있다. 중고등학교에서나 투자 경험을 통해 이미 경기 변동이나 주가의 순환적 특성에 대해서 충분히 배우고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투자자는 경기 침체나 주가 하락을 막상 경험하면, 현재의 상황이 영원으로 이어질 것처럼 느끼고는 한다. 혹자는 동양적 세계관은 순환적이고, 서양적 세계관은 선형적이라서, 서양식 교육을 받은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이러한 오류에 빠지기 쉽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차이보다는, 인간이 본디 근시안적이기 때문에 이런 오류를 범한다고 추측한다. 물론 이는 문외한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입각한 추측일 뿐이니, 보다 과학적인 분석은 행동경제학이나 심리학 등 사계의 권위자들에게 의지해야 할 일이다. 


2022년이 가을로 접어드는 현재까지, 모든 자산 클래스들은 이미 폭락하였거나 폭락 중이다. 물론 가장 먼저 붕괴되었던 채권 버블은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사는 아니었지만, 이후 비트코인을 위시한 가상화폐, 주식시장이 하락을 거듭하고, 급기야 부동산 시세까지 내리막을 타면서, 이른바 “코-주-부(코인-주식-부동산)” 폭락이라는 연쇄 반응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7월 노무라 증권은 2023년 9월부터 Fed가 금리 인하로 선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https://www.reuters.com/markets/rates-bonds/nomura-expects-fed-ecb-boe-rate-cuts-next-year-2022-07-12/). 최근에는 금리 인하 전망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지만, 자이언트 스텝과 울트라 스텝을 처음으로 맞닥뜨리게 되었던 당시, 금리 인하 전망은 정말 때 아닌 것이었고, 다소 뜬금없는 내용이었다. 따라서 해당 뉴스는 단신으로 처리되었고, 누구의 주목도 끌지 못했다. 당시 상당수의 투자자들에게는 인플레이션과 자이언트 스텝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는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시지프스의 징벌처럼 보였기 때문에 금리 인하의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헛소리로 느껴졌을 것이다. 


사실 이러한 일반의 판단이 전혀 잘못되었던 것은 아니었다. 당시 파월 의장의 행보를 보면, 일련의 자이언트 스텝에도 불구하고 포워드 가이던스를 통해 시장이 금리 인상의 충격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었다. 그 결과 금리는 금리 대로 올라가면서, 동시에 인플레 기대 심리는 오히려 강해져만 갔다. 따라서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꺾이지 않는 한, 인플레이션과 자이언트 스텝의 악순환이 끝없이 지속될 것처럼 예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지난 회차의 글에서도 종종 언급하였지만, 현재 미국을 위시한 세계 각국은 막대한 국가 부채의 부담 때문에 인플레이션를 지속하여 부채를 탕감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들 국가의 경제 체력은 고금리를 오래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하이퍼 인플레이션의 가능성 등 인플레이션의 병리 현상을 고려한다면 분명히 현재의 인플레이션은 억제가 필요한 수준이지만, 막대한 국가 부채로 인해 각국 정부는 그 누구보다도 고금리 정책을 빠르게 종료하고, 조속히 완화적 금융 정책으로 회귀하여야 할 유인이 있다. 말하자면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주요국은 긴축 정책의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경우, 한때 9%에 달하던 물가 상승률을 최단기간에 2%로 되돌릴 수 있는 묘수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급속한 경기 침체를 유발하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경기의 경착륙에 따른 충격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까지도 감수하면서 단기간에 시장 쇼크 수준의 이벤트를 조장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해당 이벤트에는 바로 자산시장 버블 붕괴의 시나리오가 당연히 포함될 것이다.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의 폭락은 언제나 강력한 심리적 충격을 유발한다. 


물론 이러한 예상은 그저 여러 가능성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현재 이미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의 하락이 빠르게 진행 중이며, 파월 의장의 강경 발언 이후, 양적 긴축이 본격화되면서 Fed가 시장에 가하는 압박은 점점 가중되고 있다. 더욱이 금리 인상의 여파는 대략 6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경제에 현실적인 영향을 준다. 따라서 이러한 측면까지 고려한다면, 본격적인 시장 충격은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게다가 올해 11월에 있을 미국의 중간선거 역시 전세계 경제에 있어 중요한 변곡점의 하나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집권당의 성적은 전통적으로 그다지 좋지 못했다. 더욱이 현재 민주당과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전례 없이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올해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패배가 기정사실이 되다시피 하고 있다. 문제는 만약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한다면, 민주당의 정책 장악력과 추진력에 대한 회의와 더불어 월 스트리트의 사보타지까지도 우려되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자산시장의 하방 압력이 더욱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 올해 겨울, 혹한의 한 가운데에서 서유럽 각국이 겪을 에너지 대란에 대해서까지는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을 듯하다. 이들은 국제적인 금융위기의 뇌관이다. 러시아는 수시로 가스 밸브를 잠그고 있으며, OPEC의 협조 역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한편, 현재 경기 하락의 조짐을 보이는 컨퍼런스보드 경기선행지수 등의 시장지표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겠다. 각자가 직접 확인하고 판단하기를 바란다(컨퍼런스보드 경기선행지수 등 경기지표들은 https://www.conference-board.org/topics/us-leading-indicators에서 확인할 수 있다).


컨퍼런스보드 경기선행지수


현 상황을 다시 정리하자면, 향후 경제 상황에 대한 전망은 기간(timeframe)에 따라서 차별적으로 표현하여야 한다. 우선 초장기적으로는 완화적 금융 정책 내지는 그에 다른 인플레이션의 지속이 예상된다. 그 이유는 각국 정부가 그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경기가 급랭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급격한 경기 침체를 유발하여 최대한 빠르게 2%의 인플레이션 수준을 회복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급속한 경기 침체가 있어야 2023년 9월, 또는 2024년 초반부터 금리 인하 등 완화적 금융 기조로 복귀할 명분이 생길 것이다.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있어, 시장의 흐름을 역행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이다. 현재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은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라, 보이는 손에 의하여 컨트롤 되고 있다. 따라서 보이는 손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꺾고자 한다면, 그러한 취지를 수용하고 보이는 손이 가리키는 방향대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폭풍우가 치는 밤이 길지는 않을 것이니, 그 비바람을 잠시만 피하면, 2023년 하반기 또는 2024년 초반부터는 제4차 산업혁명과 초장기 인플레이션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버블에 다시 올라탈 수 있을 것이다. 혹자는 말한다 지금 “부자가 될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이다.


다음 글에서는 달러의 이이제이, 위안/루블 연합과 유로화와의 합종연횡, 그리고 화폐전쟁에 있어서의 화석연료와 반도체의 역할 등에 대해 살펴 보거나, 아니면 킹 달러 부상에 따른 충격파와 원달러 환율 전망을 살펴볼 수도 있다. 이 중 어떠한 주제를 다루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향후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이 지속되리라 판단한다. 그래서 1300원이 넘어서 뒤늦게 달러를 매수하기까지 하였다. 그에 따른 나름의 논리를 풀어볼까 하는 고민도 있다.


이와 더불어, 현재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역 환율전쟁/역 화폐전쟁 역시 단기적인 금융위기를 야기할 또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도 함께 언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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