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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창 Dec 28. 2015

No.1 프랜차이즈 '스타워즈' 비결은?

고대신화부터 동서양 문화까지 접목한 편집의 힘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가 개봉 첫 주말 전세계 박스오피스에서 5억달러로 사상 최대 흥행 성적을 거두며 포스의 힘을 입증했다. 7번째 시리즈인 이 영화가 성공한 비결은 어릴적 <스타워즈>를 보고 자란 세대들의 추억을 자극한 것이 주효했다. 부모가 된 이들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극장을 찾으며 자연스럽게 스타워즈 DNA는 세대를 넘어 확장 중이다.



1977년 <스타워즈 - 새로운 희망>이 개봉한 이래 <스타워즈> 시리즈는 무려 38년째 지구 최대 프랜차이즈 영화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스타워즈 - 새로운 희망>은 30대 초반의 조지 루카스가 야심을 갖고 만든 SF영화다. 그는 20세기폭스와 계약할 때 개런티를 포기하는 대신 부가판권과 프랜차이즈 제작 권리를 양도받을 정도로 이 영화의 성공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는 첫 영화의 성공을 발판 삼아 루카스필름을 세워 <스타워즈>를 시리즈로 만들었다.


도대체 <스타워즈>는 어떻게 전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 지금까지 수많은 프랜차이즈 SF영화가 만들어졌는데 그 원조로서 <스타워즈>만의 성공 비결은 뭘까?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의 레아 공주와 루크 스카이워커


필자는 '편집력'에 주목한다. 지금이야 <스타워즈> 시리즈가 하나의 원형 같은 이야기로 추앙받고 있지만 사실 이 시리즈는 여기저기서 요소들을 가져와 편집해 만든 작품이다. 조지 루카스가 순수히 창조한 <스타워즈>만의 오리지널 아이디어는 거의 없다.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이 기존의 제품들을 매끄럽게 조합해 만든 제품인 것처럼 <스타워즈> 역시 다양한 요소들을 분해해 재조립한 이야기다.


콘텐츠의 매력은 어떻게 편집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지만 콘텐츠는 늘 새로워야 한다. 진부함과 싸워야 한다. 따라서 편집력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조지 루카스가 <스타워즈>를 만들 때 가져온 요소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1. '옛날 옛적에...' 문구는 설화에서 가져왔다.


<스타워즈> 이전 SF영화는 주로 하드 SF가 많았다. 과학기술을 모르면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루카스는 영화를 쉽게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옛날 옛적에...(Once upon a time...)'로 시작하는 설화에서 도입부를 가져왔다. 'A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는 관객이 SF영화를 쉽게 받아들이도록 만들고 싶은 마음에서 넣은 자막이다.


<플래쉬 고든>


2. 스크롤 자막은 '플래시 고든'에서 가져왔다.


<플래시 고든(Flash Gordon Conquers the Universe)>(1940)은 고전 B급 SF영화의 대명사다. 루카스는 A급 영화든 B급 영화든 가리지 않고 차용했다. 위로 말려올라가는 듯한 스크롤 자막은 이 영화에서 따온 것이다.


서부영화도 참조했다. 존 포드 감독의 <수색자>(1956), 헨리 헤서웨이 감독의 <네바다 스미스>(1966), 존 스터지스 감독의 <오케이 목장의 결투>(1957) 등에 <스타워즈 - 새로운 희망>의 행성 배경과 액션 장면과 유사한 설정이 나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3. 포스는 도교에서 가져왔다.


<스타워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포스'다. "포스가 함께하길(May the Force be with you.)"은 서양에서 행운을 비는 인사말로 많이 쓰인다. 그런데 이 '포스'는 루카스가 노자의 '기(氣)' 사상에서 영감받아 만든 것이다. 번역자가 '기'를 'Force'로 번역했고 루카스는 자연스럽게 이를 가져와 시나리오에 썼다. 내면의 소용돌이를 극복하고 스스로를 넘어서는 개념 등은 모두 동양철학에서 온 것이다.


다스 베이더(왼쪽)와 나즈굴의 군주(오른쪽)


4. 다스 베이더는 '반지의 제왕'에서 가져왔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포스를 두고 선과 악이 경쟁하고, 선한 주인공이 갑자기 악으로 변하는 스토리가 매력적이다. 루카스는 악의 세력인 '다스' 캐릭터를 J.R.R 톨킨의 '반지의 제왕'의 반지의 악령에서 착안해 만들었다. 그래서 다스 베이더는 나즈굴의 군주처럼 마스크를 쓰고 강력한 어둠의 힘을 갖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피터 잭슨이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앙그마르의 대마법사를 표현할 땐 다스 베이더를 참조했다는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호참조인 셈이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의 C3PO와 R2D2


5. C3PO, R2D2는 구로사와 아키라 영화에서 가져왔다.


일본 영화는 서구에서 오래 전부터 그 작품성을 인정받아왔다. 루카스는 특히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에 심취해 있었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많은 설정은 구로사와 감독의 영화 3편 <숨겨진 요새의 세 악인>(1958), <요짐보>(1961), <츠바키 산주로>(1962)에서 가져왔다.


특히 <숨겨진 요새의 세 악인>은 아예 <스타워즈 - 새로운 희망>의 모태가 됐다. 도입부와 마지막 장면이 거의 유사하고, 유키 공주는 레아 공주로, 다헤이와 마타키시의 코믹한 조합은 로봇 C3PO와 R2D2 콤비로 바뀌었다. <요짐보>에선 술집 장면(칼날 한 번에 팔이 갑자기 뚝 떨어지는 장면)을 가져다 썼다.


<7인의 사무라이>


6. 제다이는 일본 사무라이 영화에서 가져왔다.


1960년대말 루카스는 일본에 가서 데뷔작 <THX 1138>을 찍을 장소를 물색한다. 이때 사무라이 영화를 일본에서 'Jidai Geki'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 이름을 <스타워즈> 각본을 쓸 때 제다이(Jedi)로 바꾸어 썼다. 그런데 사실 'Jidai Geki'는 일본어로 '시대극'이라는 뜻이다. 1960년대엔 에도막부 시대 요짐보, 자토이치, 제니가타 등 검객들을 소재로 한 사무라이 사극 액션 영화들이 대부분이었다보니 루카스가 착각한 것이다.


또 루카스는 <우주전함 야마토>(1974), <우주대전>(1959)처럼 우주선이 나오는 일본 영화와 <마법의 뱀>(1966) 같은 괴수영화도 참고했다고 밝힌 적 있다.



7. 스토리는 고대 원형신화에서 가져왔다.


인류학자 조셉 캠벨은 그의 저서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에서 <스타워즈 - 새로운 희망>을 분석하며 영화의 스토리와 고대 신화의 유사성을 지적했다.


고아 혹은 친척에 의해 힘들게 자란 소년에게 어느날 (수염난) 늙은 남자가 찾아와 계시를 내린다. 소년은 계시를 안고 여러 난관을 헤쳐나가 친구들을 만난다. 이들과 함께 악의 소굴로 쳐들어가 악의 군주와 맞서고 마침내 영웅이 된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 뿐만 아니라 인도 신화 등 동서양을 막론하고 등장한다. 루카스는 이를 우주에 적용했다. <스타워즈 - 새로운 희망>도 이런 이야기고,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도 주인공만 여성으로 바뀌었을 뿐 똑같은 이야기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스타워즈>의 요소들은 전혀 새롭지 않다. 하지만 조지 루카스는 그에게 영감을 준 것들을 묶어 하나의 근사한 이야기로 편집해냈다. 그는 고대 신화의 서사를 기반으로 동서양 문화를 접목해 장대한 시나리오를 썼다.


"어디서 가져왔다"고 하는 건 결코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익숙한 것들 속에서 새로움을 끄집어내는 것이 더 어렵다. 루카스는 완벽한 편집의 힘으로 새로운 신화를 탄생시켰다. 서로 다른 이질적인 것들을 엮어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로 만드는 힘. 이것이 바로 <스타워즈> 시리즈의 성공 비결 아닐까?


http://rayspace.tistory.com/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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