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으로 나가기 위한 첫 발걸음은 무엇일까?
그 흔한 장래 희망조차 없던 학생의 첫 꿈이 시작되었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무엇 하나 특출나게 잘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없었기에 꿈을 꿀 수가 없었다. 여가 시간에 게임을 즐겨하곤 했지만, 게임도 못하는 축에 속했기 때문에 게임에 대한 목표도 없었다. 게임을 못한다고 해서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그저 양아치도, 우등생도 아닌 어중간하게 껴있는 미지근한 학생이었다.
중학교 졸업과 동시에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는 중학교 3학년, 부모님께선 나에겐 특성화 고등학교 진학을 추천하셨고, 나는 부모님의 권유를 흔쾌히 승낙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니 우연히 해외 취업반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해외는 물론이고 내가 살던 동네를 떠날 생각조차 없었기에 해외 취업에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스스로의 의지가 아닌 오로지 타인의 권유만으로 인생을 선택해 왔었던 나는, 며칠 후 같은 중학교를 나온 친구의 권유로, 그 친구와 함께 해외 독일 취업반에 들어가게 되었다.
해외에서 취업을 목표로 두고 있는 그룹이었기에 그 나라의 언어인 독일어를 배워야했었다. 지루하기만 했던 공부의 연장이었기에 해외 취업반에 들어간 직후에는 살짝 후회하기도 했었다. 지금까지 나에겐 공부란 남들이 다 하기에 그저 따라서 해야만하는 의무였을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랬던 공부가 처음으로 영어가 아닌 외국어인, 독일어를 배우면서 나에게 즐거움을 가져다 줌과 동시에, 배움에 대한 의지를 주었다. 공부를 하면서 처음으로 눈이 반짝였던, 내 인생의 변환점이었던 그 순간을 난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비록 타인의 의지로 시작된 목표였지만, 독일은 내가 스스로 선택한 첫 목적지였다. 그렇게 목표도 없이 살던 나에게, '독일'이라는 큰 도전이 시작되었다.
인생은 원래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이라 그랬다. 고등학교 3학년, 계획대로라면 3년간의 공부 끝에 해외로 취업을 갔어야 했다. 하지만 2020년 2월, 코로나가 대한민국에 창궐했다. 그렇기에 학교 내에서 모든 해외 취업 프로젝트가 무산되었고, 그 끝에 나는 3년간 키워왔던 꿈을 접어야만 했었다. 고등학교 3년간 오직 독일에 대한 길만 준비했었기에, 나는 방향을 잃고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독일로 향하는 문이 닫혔으니, 나는 한국에 남아 선택의 여지 없이 한국에서 취업을 했다. 코로나로 인해 독일 취업이 무산됐을 때, 체육 선생님께서는 유독 간절했던 나를 따로 부르셔서 위로를 해주셨다. 선생님께선, "인생을 살다 보면 한 번쯤은, 자신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큰 벽을 만나게 된단다"라고 하셨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벽을 그저 19살이라는 나이에 만난 것이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잠시 멀어지게 되더라도 그곳으로 향하는 새로운 길은 얼마든지 다시 만들면 되니 너무 큰 걱정하지 말라는 따뜻한 말씀을 전해주셨다. 훗날 이런 주변사람들의 위로와 응원들이 모여, 내가 아무리 넘어져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도록 힘을 준 에너지원으로 남게 된다.
그렇게 나는 다시 한국에서의 삶을 이어 나갔다. 물론 한국에서의 삶도 나쁘지 않았다. 돈을 벌고 저축하는 즐거움은 당연하고, 새로 접하는 일과 학교가 아닌 다른 사회를 알아간다는 재미도 있었다. 무엇보다 내가 나고 자란 나라에서 근로활동을 하며 대한민국이란 한 나라의 구성원으로서 생활하며 처음으로 소속감이라는 감정 또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계속 한국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독일에 대한 목표가 가슴 한 편에서부터 문득 떠오를 때가 잦아졌다. 그렇게 한국에서 취업을 한지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어느 때와 다름 없이 평소처럼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씻고 잘 준비를 하는데, 불쑥 마음 한 곳으로부터 19살에 접어두었던 꿈이 내 마음을 두드렸다. 잠에 들어야 할 시간이 이미 지나버렸지만, 독일에 대한 나의 생각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지금껏 내 인생이지만 내가 선택하지 않았던 삶, 21살의 나이에 처음으로 내 의지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 보고 싶었다.
처음엔 내가 해외에 나간다고 해서 대단한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그런 고민은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쓸 데 없는 고민이었다. 대단한 일을 하든 안 하든 상관 없다. 그저 내가 먼 미래에 지금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도록 살아간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못해 대단한 일인 것이다. 만약 내가 도전하지 않는다면 먼 미래에 후회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의 답은 나에겐 무의미하다. 나의 인생은 이미 도전이라는 선로 위를 힘차게 달리고 있다.
인생은 원래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이라 그랬다. 그렇기에 살아갈 가치가 있고 재밌는 것이라고 했다.
2022년 5월 7일, 나는 독일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렇게 평범한 21살 청년의 무모한 도전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