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상담자로부터 일방적 종결 통보를 듣고 병원에 가 보시라는 말을 들은 후, 나는 다른 상담센터를 찾기 시작했다. 나는 괜찮아.. 나는 문제없어.. 나는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야... 를 외치면서 말이다.
우연히 발견한 곳은, 이메일로도 상담이 가능한 곳이었다. 일단 해당 사이트의 상담사에게 문자를 보냈다. 상담 문의 드린다는 문자와 현 상황에 대해서. 일단 상담사는 메일을 달라고 했다. 나는 나의 어린시절 내용과, 현 상황에 대해서 아주 긴 이메일을 적어 보냈다. 몇 시간 후, 답장이 왔다. 매우 길고 상세한 답장이었다. 답장의 결론만 간단히 말하면, 병원에 가시라 는 내용이었다. 현재 나의 상황과 상태로 봐서 간단한 상담만 가지고 해결될 문제가 전혀 아니니, 일단 병원에 가서 약을 받아 먹으면서 마음부터 진정시키고 이후에 마음이 조금 가라앉으면 상담이든 뭐든 해서 문제 해결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나는 또 병원에나 가라는 소리에 진저리를 치면서 극도로 흥분했다. 아니라고요!! 저 병원에 갈 정도로 심각한 사람이 아니라고요!!! 상담사는 나의 격한 반응에, 알겠다며 병원에 안가도 되니, 생활을 조금 바꿔보라고 조언해주었다. 운동이라도 빡세게 하면서 에너지를 분출하고 마음을 가라앉혀 보라고.... 그리고 자기는 아무리 해도 나를 상담해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나는 계속 해당 상담사에게 매달리며 상담을 해 줄것을 요구했고, 상담자는 더이상 답변을 할 수 없으니, 이메일 보내는걸로 마음이 진정된다면 이메일은 계속 보내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이상의 답변은 없을 것이고, 내 이메일을 읽지도 않을것을 선포했다.
이후 나는 10개월 가량을 더 해당 상담사에게 이메일을 매일같이 10통 가까이씩 보냈다. 그냥 혼잣말이었다. 어떻게든 의지할 데가 필요했고, 할 수 있는 거라곤 이 사람이 내 이메일을 읽겠구나.. 라는 환상에 빠져 계속해서 이메일을 보내는 일 밖에 없었다. 간간히 질문을 보냈던 적도 있는데 그때마다 답장을 해주시기도 했고. 아예 안읽는것같지는 않으니, 계속 꾸준히 보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 상담 선생님이 나를 상담해줬으면.. 하고 간절히 바랬던것같다.
이메일을 보내면서, 나는 다른 상담센터를 또 찾아갔으며, 갈 때마다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해 1회기 만에 돌아오기 일쑤였고, 또 다른 곳에서는 첫회기 상담때 50분동안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집에 온 적도 있었다. 그곳의 상담자는 내 문제가 너무 심각해보인다며.. 가격을 할인해줄테니 시키는것을 다 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어느곳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고, 어떤 상담사에게도 마음이 열리지 않아.. 그냥 상담쇼핑? 에만 그치고 1회기만에 대부분의 상담이 종결되고 말았다. 그러면서 유일하게 의지했던 것은 이메일 상담이었던것같다. 나는 이메일을 보내게 해 준 상담자와 강렬한 유대감을 느꼈고, 수신확인에 읽고 있지 않음 으로 뜨지만 그래도 읽고 있을지 몰라.. 라는 환상을 계속 내려놓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