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은 아쉽고 결혼은 벅차다

안 하려니 아쉽고 해보니 쉽지 않은 인생의 딜레마

by nAmsoNg


신림 사거리의 삼겹살집이었다.

친한 친구가 결혼할 여자라며 우리에게 소개해주던 날이었다. 친구는 정식으로 인사를 시키고 싶은 의도였으나 어색함이 역력했다. 하긴 결혼이 처음이니 살면서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친구는 주문이 끝나고 음식이 나올 때까지의 어색한 분위기를 타이밍으로 잡은 듯했다.

<야! 나랑 결혼할 여자다! >

그러면서 스스로도 오그라들었는지 멋적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어떻게 말을 꺼낼지 옛날부터 고민한 것 같았다. 친구에게는 설레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가장 친한 친구가 결혼을 하고 곧 아이를 갖고 정착되어가는 모습을 봤다. 부러웠다.

빨리 결혼을 하고싶었다기 보다는 월세방을 전전긍긍하던 나의 떠돌이 같은 생활을 정착시키고 싶었다. 나도

내 가정을 갖고 책임에 떠밀려서라도 적금을 들고 열심히 일을 하고 퇴근할 때는 까만 봉다리에 순대라도 사들고 들어와서 함께 먹는 상상을 했다.

그리고 2년 정도 지난 시간이었던가? 나도 평생의 동반자라고 판단한 여자를 만나 결혼을 했다.

< 동반자 : 어떤 행동을 할 때 짝이 되어 함께하는 사람 >

아름다웠다. 감히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1%의 의심도 없이 내 앞에 핑크빛 인생이 펼쳐질 것 같았다.

나는 이렇게 세상 물정을 모르는 멍청이 바보 천치였다.

단지 조금 순화되고 아름다운 단어로 순수한 남자라고 말하지만 나는 바보다!


열심히 성실하게 살면 우리가 확인하고 믿었던 사랑은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주례사 말처럼 서로 믿고 의지하며 힘들고 어려울 때 서로 힘이 되어 줄 거라 믿었다.

이 대목에서 내가 잘 못 판단한 것이 있다. <서로>라는 말이다.

적어도 나의 결혼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관계는 아니었다. 처음부터 내가 다 짊어지고 가야겠다고 의지를 굳이고 출발했다면 그렇게 삐거덕 거리 진 않았을 것이다.

무너진 사업으로 수입이 줄자 와이프는 돌변했다. 나는 그렇게 느꼈다. 돌변했다는 표현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 연애할 때 내가 만나던 그 여자가 맞나 싶을 정도로 나를 모질게 대했다.

그때 처음 깨달았다. 돈이 없으면 사랑은 아름다울 수 없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것을 떠나 존재할 수도 없다. 결혼 후 나는 급격히 성숙해져갔다.

갑작스러운 변화는 세상 그 무엇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 나는 아주 많이 변했다.


그나마 글쓰기에 위안을 얻고 아름다운 것을 보려 했고 느끼려 했던 나의 노력으로 나쁜 길로 가지 않고 잘 버틴 것 같다. 내가 가진 긍정의 힘이 바람 앞의 촛불처럼 항상 위태위태했지만 결국은 다시 일어섰다.

태생부터 생각이 많았지만 힘든 시간을 버텨내며 나의 머릿속은 언제가 넘쳐나는 생각으로 빈 공간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

힐링? 칫! 나에게 그런 시간이 허락될리 없었다. 요령껏 힐링하며 버텼다.

야외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는 바닷가에 있다고 상상했다. 파도에 밀려온 바닷물이 발등을 간지럽히고 떠나면 발가락이 기분 좋게 모래 속을 파고든다고 생각했다. 때론 정말 나쁜 생각도 많이 했다. 스스로 무서울 정도였고 생각의 끝은 언제나 창피함으로 끝났다.


내 안에 들어와 나를 괴롭히던 수많은 생각들은 글로 다시 태어났다. 내면의 거친 생각들을 뱉어내 다듬어지지 않은 어수선한 모습이었지만 난 녀석들을 몹시 사랑한다. 그들은 나의 과거고 생각이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유일한 친구였다.

부크크를 통해 술에 대한 에세이를 출간했지만 지금 이 책에 나의 색깔이 더 진하게 묻어있다. 창피하다 못해 쪽팔려서 영원히 서랍 속에 넣어 두려했던 녀석들까지 모조리 꺼냈다. 무슨 용기인지는 모른다. 녀석들에게 새 옷을 입혀서 세상에 내놓아야 내 아픔이 모두 날아갈 것 같았다. 이제 나의 슬픔이 세상 밖으로 흩어지길 바란다. 적어도 내 가슴속에서 사라져서 더 이상 괴로운 생각으로 밤을 끌어안고 울지 않길 바란다.

미혼은아쉽고결혼은벅차다_첫번째.jpg 미혼은 아쉽고 결혼은 벅차다


<미혼은 아쉽고 결혼은 벅차다>

이 책의 글은 내가 나를 놓아버리고 싶은 순간에도 나를 잡아준 유일한 녀석들이다.

한 권도 팔리지 않는다 해도 영원히 아끼고 사랑할 내 새끼다.


그땐 정말

너무 많이 힘들었다.



★부크크 종이책 (첫 번째 이야기, 두 번째 이야기)

https://www.bookk.co.kr/book/view/134391


★유페이퍼 전자책 (첫 번째 이야기, 두 번째 이야기)

https://www.upaper.net/namsong/1149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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