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춘 줄 알았던 시간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새벽 5시, 대학로로 향하는 첫차를 타던 20대의 내가 있었다.
돈보다는 경험이 고파서, 불러주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던 '예스걸'.
그 덕분에 국내 굴지의 식품(베이커리) 기업 사내 강사가 되었고, 내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가 되었으며,
남들이 불가능하다던 보험왕(MDRT)을 입사 두 달 만에 달성하기도 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경제 TV에서 주식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주변의 응원 속에 나는 내가 영원히 달릴 줄 알았다.
하지만 인생은 예고 없이 브레이크를 걸었다.
결혼과 동시에 찾아온 회사의 법정관리, 권고사직.
재기를 꿈꾸며 시작한 공구마켓, 그리고 덜컥 찾아온 두 번의 임신.
일 욕심이 많은 나였지만, 임신 중에 조금만 서 있어도 퉁퉁 붓는 다리 때문에 강의를 거절해야 했고,
지독한 '먹덧'과 싸우며 두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는 동안, 내 몸무게는 어느새 80kg까지 불어났다.
늘 53kg을 유지했고, 핏한 정장과 하이힐을 사랑하던 나는,
늘어진 티셔츠와 슬리퍼를 신은 낯선 여자가 되어 거울 앞에 서 있었다.
오랜만에 나간 현장에서 들은 그 한마디가 비수처럼 날아와 꽂혔다.
사실 억울하기도 했다. 출산 후 80kg까지 불어난 몸, 간신히 12kg을 뺐지만 거기까지였다.
3년째 꿈쩍도 않는 68kg의 몸무게. 나는 지쳐서 포기 상태였다.
하지만 그 말 한마디가 다시 내 오기를 깨웠다.
'이대로 끝날 순 없어.
나는 리은(Re:Eun)이니까.'
나는 다시 운동화 끈을 조여 맸다.
그렇게 지독하게 안 빠지던 마지막 13kg을 독하게 덜어내고, 기어이 55kg을 만들었다.
단순히 살만 뺀 게 아니다.
내 몸과 마음에 덕지덕지 붙어있던 패배감과 두려움까지, 총 25kg의 무게를 털어낸 것이다.
가벼워진 몸과 마음은 나를 다시 현장으로 이끌었다.
CS는 물론 진로 교육, 초등 경제까지.
나는 지금 한계 없이 세상과 부딪히고 있다.
40대, 남들은 안정을 찾을 나이에 나는 다시 진로를 고민한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아이를 키우며 배운 '인내'는 진상 고객을 이해하는 너른 품이 되었고, 다양한 직업을 거치며 겪은 '실패'는
강의의 깊이를 더해주는 재료가 되었다.
이 글은 화려한 성공담이 아니다. 넘어지고, 깨지고, 살이 찌고, 다시 빼며 버텨낸 대한민국 40대 여성의 질기디 질긴 생존 기록이다.
혹시 지금 멈춰 있다고 느끼는 당신이 있다면, 내 이야기가 작은 위로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