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반성문을 씁니다.

'고유명사'를 꿈꿨지만 '보통명사'로 무너진 날들

by 리은

"흔한 보통명사를 넘어, 대체 불가능한 '고유명사'가 되겠다."


세 번째 글을 발행하며 나는 제법 비장하게 선언했다. 내 커리어의 모든 궤적이 나만의 강력한 무기라고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그 글을 읽은 사람들은 나를 일과 삶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멋진 워킹맘'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백하건대, 내 나름의 멋진 선언 이후 브런치 창을 다시 열기까지 나의 현실은 빛나는 '고유명사'가 아니었다. 지극히 평범한 보통명사, '엄마'이자 '아내'이자 '딸'이자 '며느리'로 불려야만 했다.


기나긴 명절 연휴와 친정엄마의 칠순 잔치, 연휴가 끝난 후에는 아이 친구네 가족들과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 숨 돌릴 틈도 없이 아이들의 수료식과 졸업식이 이어졌지만 결국 내게 도착한 최종 미션은 자비 없는 '가정보육'이었다.


가족들에게 온전히 집중해야 했던 그 시간 동안, 안타깝게도, 그리고 속상하게도 내 이름 '리은'을 걸고 하는 '일'은 없었다.


외부의 일은 멈췄지만 집 안에서의 역할은 24시간 풀가동되었다. 몸이 피곤하고 에너지가 바닥나니, 가장 먼저 무너진 건 그토록 굳게 다짐했던 '체중 유지'였다. 살기 위해서였을까? 어느 순간부터 무언가를 먹겠다는 강렬한 의지가 생겨버렸고, 나는 스트레스와 피로를 씹어 삼키듯 다시 음식을 찾기 시작했다.


배고프지도, 입이 심심하지도 않았다.

왜인지 그냥 먹어야만 할 것 같았다. 조금씩 다시 찌는 듯한 몸. 내 마음대로 통제되지 않는 일상. 나를 채우던 '일'이 빠져나간 자리에 쌓인 육체적/정신적 피로감.


이 모든 것들이 뒤엉키자, 비겁하게도 그 뾰족해진 화살은 내 아이들을 향하고 말았다. 평소라면 웃어넘겼을 아이들의 작은 투정에도 부쩍 화를 냈다. 소리를 지르고, 못난 표정을 짓고, 변덕을 부리고...

그리고는 매일 잠자리에서, 잠든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마음으로 반성문을 쓴다.

'내일은 화내지 말아야지. 내일은 무너진 다이어트도 다시 시작해야지.'

하지만 아침이 밝으면 나는 또다시 소리를 지르고 남은 반찬을 입에 털어 넣을지도 모른다.

완벽한 '고유명사'로 사는 날보다, 빈틈투성이 '보통명사'로 무너지는 날이 더 많다는 걸 이제는 잘 아니까.


일이 없어 불안하고, 살이 찌는 것 같아 우울하고, 아이들에게 미안해서 눈물짓는 이 찌질한 밤들도 결국 내 삶의 일부다.

그래도 나는 내일 아침 다시 다이어트를 다짐할 것이다. 아이들에게 한 번이라도 더 웃어주려 억지로라도 웃고, '솔'톤의 밝은 목소리로 말할 것이다. 매일 밤 쓰디쓴 반성문을 쓸지언정, 나는 결코 멈추거나 도망치지 않고 '엄마'로, 그리고 온전한 '나'로 이 혼란스러운 시간을 살아낼 테니까.


고유명사 리은의 네 번째 기록은, 가장 초라하지만 그래서 가장 솔직한 나의 반성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