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체계가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한다. 생활 속 거리두기는 정부가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3월 22일부터 시행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후속 조치이다.
생활 속 거리두기는 ▲아프면 3~4일 집에 머물기 ▲사람과 사람 사이, 두 팔 간격의 거리두기 ▲30초 손 씻기, 기침은 옷소매 ▲매일 2번 이상 환기, 주기적 소독 등 기본적인 ‘생활 방역’에 초점을 둔다. 말하자면 일상을 자유롭게 영위하면서도 감염 예방 활동을 철저히 해나가는 지속적인 방역체계라고 할 수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는 사회적 경제활동을 보장하되 국민 개개인과 우리 사회 모두가 스스로 방역을 책임지는 방역 주체가 된다는 의미”라며 “코로나19의 전파를 막을 수 있는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로 마비되다시피 했던 국민들의 경제·문화·사회적 교류가 점차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는 과거 중세 유럽을 암흑의 도가니로 만들었던 ‘흑사병’에 비견될 정도로 현대인들의 삶에 큰 공포와 혼란을 야기했다. 하지만 유럽은 흑사병으로 인한 위기를 딛고 ‘르네상스 시대’를 열며 ‘신’(神) 중심의 세계관에서 인간의 개성과 자유를 존중하는 휴머니즘 시대를 맞았다. 이에 각계각층에서는 ‘코로나19 이후의 시대’를 위한 여러 지침을 쏟아내고 있는데, 그것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바로 ‘언컨택트’(un-contact : 비접촉, 비대면)이다.
책 『언컨택트』의 저자 김용섭은 “언컨택트는 ‘불안하고 편리한’ 시대에 우리가 가진 욕망이자, 미래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메가 트렌드”라며 “언컨택트는 우리의 소비 방식만 바꾸는 게 아니라 유통 산업을 비롯해 기업들의 일하는 방식, 종교와 정치, 인간의 의식주와 사회적 관계, 공동체까지도 바꾸고 있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이를 ‘일상에서의 언컨택트’ ‘비즈니스에서의 언컨택트’ ‘공동체에서의 언컨택트’로 분류해서 설명하는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일상에서의 언컨택트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지점은 ‘회식 문화’의 변화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미 ‘술잔 돌리기’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저자는 “회식도 확연히 줄어들었고, 동료들과 함께 밥을 먹는 일도 필수에서 선택으로 바뀌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코로나19가 확산함에 따라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식품 서비스 기업들은 기존의 ‘1인석’ 만들기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두 번째는 비즈니스에서의 언컨택트다. 코로나19로 인해 수많은 기업이 재택·원격 근무를 시행했는데, 직원들의 만족도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저자는 “유연근무제를 통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회사로선 사무실 유지비용도 줄이고, 직원으로선 출퇴근에 따른 이동 시간과 비용도 줄인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저자는 유연근무제가 일과 일상의 경계를 무너뜨리기 쉬울 수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마침맞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인다.
마지막은 공동체에서의 언컨택트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느슨한 연대’이다. 저자는 “코로나19로 우린 아주 특별한 경험을 했다. 전 국민이 사회적 격리를 해본 적이 언제 있었던가?”라며 “우린 너무 바쁘게 살고, 너무 많이 얽혀서 산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사회적 격리이자 거리두기를 전 국민이 경험했다. 불편함도 있었지만, 자발적 고립화로 자신에게 집중하는 기회도 경험했다”고 말한다.
이는 ‘홈스케이프’(home+escape : 자기만의 안식처인 집에서 머무르는 것)와도 연결되는데, 저자는 “사람들과 현실에서 직접적 관계를 활발히 맺으며 살아가던 시대와 달리 이젠 사람과의 관계에 따른 스트레스도 더 크고, 이로 인해 혼자 있는 시간을 더 선호하게 됐다”며 “이런 사람들에겐 혼자만의 공간이 최고의 휴식처다. 요가나 명상, 사색도 휴가의 방법으로 선호될 정도”라고 설명한다.
결국 이 모든 논의를 관통하는 것은 ‘건강한 거리두기’이다. 저자의 말처럼 현대인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불편한 소통’보다 ‘편리한 단절’을 경험했다. 우리는 타인과 더 잘 접속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각자의 영역을 존중하고, 잘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서도 자신의 공간을 잘 지키는 것. 동시에 타인의 공간을 잘 존중해주는 것. 건강한 거리두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화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