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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신문 Mar 15. 2021

①밀리의 서재, 독서계의 고래가 될 것인가

-누적회원 300만, 출판사 1000곳, 도서10만권 체제구축
-‘모두의 일상에 독서를 더 가까이‘ 목표에 한발씩 접근
-편의성 안정성 혼란 점진적 완화, 챗북 오디오북 등 서비스 확대
-출판계, 파이 축소 우려 딛고 상생협력에 긍정평가 늘어            


<독서신문>이 책 구독 서비스를 통해 급성장하고 있는 도서 플랫폼 기업 ‘밀리의 서재’를 집중 탐구합니다. 첫 번째로 ‘독서계의 고래’로 부상한 밀리의 서재의 현재와 미래계획을 들여다봤습니다.


■ 시리즈 기사 연재 순서
①밀리의 서재, 독서계의 고래가 될 것인가

②밀리 지수, 새로운 독서 지표 되나

③밀리의 서재 팀장 5명과 맞짱 토론 

④'전자책 세력확장에 출판계 기대반 우려반'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밀리의 서재’(밀리)에 3월은 꽤 의미 있는 달이다. 협력출판사가 처음으로 1,000곳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누적 회원 300만명, 서비스 도서 10만권 돌파에 이은 성과이다. 2016년 7월 회사를 세우고, 그로부터 1년여 뒤인 2017년 10월 월정액 도서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기 시작한 후 3년 4개월 만에 이뤄낸 결과물이다. 밀리는 지난달 서울 상암동에서 합정동 메세나폴리스 세아타워로 사무실을 옮겨 새 둥지를 텄다. 밀리 사무실이 위치한 16층에서는 한강 변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500여평의 공간에는 9개 팀 70여명이 자리를 잡아 제2 도약을 꿈꾸고 있다.


서영택 대표.

꿀이 흐르는 마을이란 의미를 지닌 ‘밀리’(蜜里)를 설계한 건 서영택 대표이다. 서울대학교,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한 뒤 세계적인 컨설팅사인 보스턴 컨설팅에 몸담았다가 웅진씽크빅 대표를 거쳤다. 웅진 재임 때는 업계 최초로 회원제 도서 서비스인 ‘북클럽’모델을 선보여 주목받기도 했다. 밀리의 슬로건은 ‘독서와 무제한 친해지리’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모두의 일상에 독서를 1밀리+ 더 가까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밀리의 독서 정의도 흥미롭다. 서점을 찾아 책을 고르고, 만남의 소재를 찾기 위해 책을 들춰보는 등 사람의 모든 행위가 다 독서이다. 고상하게 표현하면 ‘책을 통해 일상을 조금 더 가치 있게 만드는 모든 행위’이다. 도영민 밀리 마케팅팀장은 “독서를 통해 일상을 더 멋지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밀리의 등장에 당초 출판계에선 파이 축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3년여가 지난 현재 밀리가 구독경제를 도서업에 접목해 침체한 도서 시장의 파이를 키우면서 새바람을 일으켰다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 밀리의 행보는 파격의 연속이었다. 일단 책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기존 독서인을 잠재고객으로 간주하지 않았다. 오히려 책을 읽을 마음은 있지만 그러지 못했거나 아직 책에 흥미를 느끼지 않는 ‘미개척지’를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 밀리는 책 소비에 익숙하지 않은 비(非) 독서인의 흥미를 끌기 위해 새로운 독서 콘텐츠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고, 그 일환으로 ‘챗북’(책 핵심 내용을 채팅 형태로 요약해 전달), ‘책이 보이는 오디오북’(화자가 책 주요 내용을 낭독·설명해 소개) 등 이색 콘텐츠를 만들어내면서 독서 문턱을 낮췄다. 또 김영하 작가를 비롯해 이병헌·변요한 등 유명인이 광고모델과 오디오북 화자로 참여해 관심을 끌었고, 도서 서비스로는 이례적으로 대중매체 광고를 이용해 독서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2019년 밀리는 세계적인 마케팅 광고 어워드인 ‘2019 에피어워드코리아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과거 밀리의 서재 홍보 모델을 맡았던 배우 이병헌과 변요한이 출연한 CF.

밀리는 서비스 초기 단계부터 방대한 콘텐츠로 다양성을 확보했다. 출범 5개월만인 2018년 11월 기준 밀리의 전자책 보유량은 2만5,000여권(2021년 10만여권)으로, 경쟁 서비스인 ‘리디셀렉트’(리디 운영)의 2,600여권(2021년 베스트셀러 위주로 5,000여권)을 압도했다. 또 주제별로 도서를 구분하고, ‘이럴 때 이런 책’ 등의 코너로 맞춤형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독자를 끌어들였다.


시행착오도 많았다. 출범 초기 큐레이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글을 연상케 할 정도의 복잡한 콘텐츠의 나열은 이용자의 혼란을 초래했고, 방대한 콘텐츠를 지탱하기에 앱 안정성도 불안했다. 서비스 자체 논란도 있었다. 밀리의 시도가 독서 시장의 덩치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기존 종이책 시장을 잠식할 것이란 비판이었다. 일부 출판사는 종이책 수요가 상대적으로 값싼 전자책으로 대체될 것을 염려했다.


지난해 12월 밀리의 서재는 시선을 추적해 책 페이지를 넘겨주는 기능을 선보였다.

밀리는 이런 문제를 단계적으로 해결해 나갔다. 먼저 앱 안정성 마련에 집중했다. 개발팀은 고객 불편 사항을 목록화해 해결해 나가면서 상당수 오류를 바로잡았다. “콘텐츠가 좋아도 불편해서 이용하지 못하겠다”던 사용자 불만은 상당 부분 줄었다. 지난해 11월과 지난 1월에 각각 공개한 스마트폰 뷰어와 전자책 리더기용 뷰어도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와 별도로 지난해 12월에는 눈동자만으로도 전자책 페이지를 넘기는 새 기능을 도입했다. 밀리는 챗북으로 책 내용을 요약해 쉽게 설명하고, 오디오북으로 듣는 독서 콘텐츠를 제공한 데 이어 지난달부터는 수익 모델을 가미한 ‘내가 만드는 오디오북’(이용자가 직접 오디오북을 제작해 구독 수에 따라 정산), ‘3분 리뷰’(영상 독서 후기로 구독 수에 따라 정산)의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책의 주도적 소비에 나선 이용자를 중심으로 한 달여만에 조회수 1,000(3분 이상 재생 시 조회수 1당 100원) 이상을 기록한 이들이 등장하고 있다.


2019년 12월부터 출간을 시작한 밀리 오리지널 종이책.

종이책 시장을 전자책으로 대체해 출판사의 출혈을 초래한다는 비판에는 종이책(밀리 오리지널) 출시로 상생을 도모했다. 자칫 전자책으로만 쏠릴 수 있는 관심을 오리지널 콘텐츠 출간을 통해 일정 부분 종이책으로 돌렸다. 밀리에서 선 출간 후 수개월의 시차를 두고 기성 출판사를 통해 재출간하면서 상생을 도모했다. 대형 서점을 배제한 오리지널 종이책의 오프라인 판매망을 마련해 중소 지역 서점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익 배분과 관련한 출판사와의 상생 문제에서도 최근 긍정적인 사례가 나오고 있다. 출판사 ‘작가정신’ 측은 “종이책이나 기존 전자책 매출이 줄어들까 걱정했는데, 매출뿐 아니라 출간 홍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쌤앤파커스’ 역시 “신간의 경우 노출 및 정산율이 높아 매출이 많이 늘었다”고 긍정 평가했다. ‘열린책들’ 관계자는 “홍보 콘텐츠 제작은 물론 바이럴까지 진행해 주는 점이 도서 홍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소설·에세이를 다루는 출판사의 호평이 유독 많았는데, 해당 장르를 많이 소비하는 밀리 회원들의 독서 방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밀리에 따르면 지난해 밀리 회원들의 도서 이용률에서 소설·에세이 분야의 비중은 50%를 기록했다. 하지만 일부 출판사는 “박리다매식 판매로 출판사 매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밀리에만 좋은 일일 뿐 출판사엔 큰 득이 되지 않는다”며 부정적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밀리가 선보인 비즈니스 모델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출판사는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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