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주문한 물건이 저녁에 배송되고, 출근한 뒤 빈 집에서 가사 서비스 매니저가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한다. 펫시터가 예약된 시간에 반려견과 놀아준다. 늦은 밤에도 클릭 몇 번이면 야식이 배달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플랫폼 경제가 안겨다준 현실세계의 모습이다. 지금 세상은 플랫폼 기업에 의해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속에 바로 플랫폼 노동자들이 있다.
책 『별 다섯 개 부탁드려요!』(애플북스)는 배달, 가사 서비스, IT 아웃소싱, 대리운전, 강사, 전문직 프리랜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인 유경현 PD와 유수진 작가는 KBS ‘다큐 인사이트-별점인생’을 진행하고 있다. 책은 프로그램에서 다 보여 주지 못한 플랫폼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특히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별점 평가’ 제도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상세히 파헤친다는 점에서 흥미진진하다. 별점 평가는 AI 알고리즘의 핵심이다.
배달의 민족에서 라이더스로 일하는 박정훈씨의 이야기를 다룬 챕터 「나는 ‘라이더’, 배달 노동자다」를 보자. 코로나19는 배달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시대를 만들었다. 2020년 배달 관련 산업은 전년 대비 130% 증가했다. ‘시간당 평균 1만5천원, 연봉 1억원’인 라이더가 등장했다는 기사도 쏟아졌다. 이런 기사에 대해 박씨는 한마디로 ‘헛된, 과장된 얘기’라고 잘라 말한다. 그에 따르면 시간당 1만5천원을 벌려면 시간당 4건 정도를 배달해야 하는 데 이는 신호를 무시하고 보행로를 무단질주 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얘기이다.
더 두려운 것은 그의 실질적 지배자가 플랫폼 기업이 만든 인공지능, 알고리즘이라는 대목이다. 그는 알고리즘에 따라 행동한다. 라이더의 별점은 고객 평가, 콜 수락률, 배달 완료율, 약속 시간 내 도착률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매겨진다. 별점이 떨어져도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다.
책에 따르면 AI는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절대적인 신’이다. 신에게 무조건 복종하고 따라야 하는 생태계가 바로 플랫폼 노동자의 현실이다. 바꿔 말하면, AI 알고리즘은 플랫폼 노동자들을 착취하며 플랫폼 기업의 이윤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두 저자는 “알고리즘의 정체는 아무도 알 수 없기에 더 많은 라이더들이 가격 경쟁에 내몰리고 플랫폼 기업은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기업에서 다음 달 월급을 10만 원 깎는다고 하면 다들 난리가 날 테지만, 플랫폼에서는 배달 단가를 500원 깎으며 ‘왜? 라이더들이 많으니까.’라고 하면 매우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생각하죠. AI라든지 알고리즘이 내놓은 거의 신적인 결정이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면 비합리적인 사람처럼 보일 뿐이니까요.”
플랫폼은 누군가에게는 기회의 장이 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피 말리는 전쟁터다. 시대가 변하면서 일자리의 형태는 자연스럽게 변했다. 노동자의 생존이 담보되지 않는 형태의 조직이 언제까지 유효할까. 정글자본주의에서 약탈과 피약탈은 상존한다고 하더라도 법과 제도가 이를 바로잡아 주지 못하면 노동자는 늘 피약탈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