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의 독서활동 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선은 언제할 건가
오늘날 우리는 지식을 주로 어떻게 습득하고 있는가? 인쇄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기에는 일반적으로 구전을 통해, 그리고 극히 제한적으로 필사본이나 인쇄출판물을 통해 지식을 전달받고 습득하였으나, 인쇄술이 점차 발전하면서 지식은 주로 인쇄출판물을 활용한 독서 활동 등을 통해 습득되었다. 그러나 컴퓨터와 인터넷, 스마트폰, 태블릿과 같은 정보통신기기가 일상생활에서 널리 활용되면서 이제는 인쇄물이 아닌 유무선의 정보통신기기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원을 통해 지식을 축적‧활용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인쇄출판물을 활용한 독서 활동에서 정보통신기기를 활용한 독서 활동으로 정보전달 매체가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주요 정보전달 매체의 정보통신기기로의 전환은 정보전달의 신속성, 시각 자료 중심에서 동영상, VR, AR 등과 같은 입체자료 등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유형의 정보 전달 가능, 전달 가능한 정보량과 소지 이동의 편의성 등 측면에서 볼 때 인쇄출판물보다 훨씬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다. 독서 활동이란 반드시 인쇄출판물과 같은 시각적인 자료를 통해서만 전달되는 정보를 습득하는 것에 제한되지 않는다고 볼 때, 이러한 정보통신기기를 통한 정보전달이 갖는 장점은 특히 시각이나 청각, 지체 등 다양한 유형의 신체적 장애뿐만 아니라 학습장애와 같은 인지적 장애를 지닌 장애인 등 장애인 모두에게 독서 활동을 통해 지식을 보다 효과적‧효율적‧매력적으로 습득할 수 있도록 해준다.
예를 들어, 휠체어를 타는 지체장애 독서인의 경우 전통적으로는 도서관 등에 직접적으로 가거나 인쇄출판물을 통해, 그리고 이동 시 무거운 인쇄출판물을 가지고 다니면서 독서 활동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지식을 습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첨단정보통신기기를 사용하면 굳이 도서관까지 갈 필요도 없으며, 이동 시 무거운 인쇄출판물을 가지고 다니지 않고도 자신이 원하는 지식을 보다 용이하게 습득할 수 있다. 시각장애 독서인의 경우에는 전통적으로는 두껍고 무거워서 소지하고 다니기가 매우 불편한 점자인쇄출판물을 통해 또는 다른 사람이 해당 내용을 읽어주거나 음성으로 녹음한 자료를 통해 지식을 습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디지털화된 독서자료를 전자점자기와 같은 보조공학기기를 통해 타인의 도움 없이, 그리고 소지 이동의 불편함이 없이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언제든지 원하는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후자의 경우와 같은 독서환경이 충분히 구축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장애인들의 독서 활동을 통한 지식 습득은 여전히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장애인들이 인쇄출판물이 아닌 디지털화된 독서자료를 충분히 접근‧활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최근에 출판되는 인쇄출판물의 거의 대부분은 전자출판 프로그램을 통해 제작되고 있다. 따라서 장애인들이 이렇게 디지털화된 출판물에 접근할 수 있으면, 위에서 언급한 전자점자기와 같은 다양한 보조공학기기를 통해 해당 출판물의 내용을 보다 쉽게 접근‧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출판사들이 수익성 등을 이유로 디지털화된 출판물을 거의 제공하고 있지 않다. 또한 과거에 디지털화되어 있지 않은 인쇄물에 대한 디지털화 작업 역시 대단히 지지부진하다.
둘째, 웹 콘텐츠 접근성이나 모바일 웹 또는 애플리케이션 접근성 지침이 제대로 준수되고 있지 않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과거에는 인쇄출판물을 통한 독서 활동을 통해 주로 지식을 습득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로 인터넷이나 모바일기기 등을 활용하여 전자책, 디지털교과서, 웹 콘텐츠, e-book 등을 접하고 이를 통해 지식을 습득하고 있다. 후자와 같은 방법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려면, 웹 콘텐츠 접근성이나 모바일 웹/애플리케이션 접근성 지침 등이 철저하게 준수되어야 한다. 그러나 전자책 등이 웹 콘텐츠나 모바일 웹/애플리케이션 접근성 지침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아, 장애인들이 해당 자료를 접근‧활용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관련 법률이나 제도 등이 적절하게 마련‧시행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위의 첫 번째 문제의 경우, 정부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처럼 출판사에게 모든 인쇄출판물에 대해 전자 출판물을 제공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으며, 출판사의 수익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출판물에 대한 장애인의 이용률 등을 감안하여 출판사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강구‧시행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기존의 인쇄출판물도 단기적으로는 장애인의 요구에 따라 우선적으로 디지털화하여 제공하는 서비스도 제도화할 필요가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인쇄출판물을 중요도와 디지털화 필요성 정도 등을 감안하여 점진적으로 디지털화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문제의 경우에는 독서 활동을 통한 지식의 습득은 기본적으로 독서자료 자체에 대한 접근이 불가능하면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전자책, 디지털교과서, 웹 콘텐츠, e-book 등에 대해 이미 제정‧시행되고 있는 현행 ‘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접근성 지침’ 등 접근성 관련 지침을 철저하게 준수토록 관리‧감독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정부는 장애인들이 독서를 위한 다양한 보조공학기기들을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보조공학기기 구매 등에 대한 다양한 지원방안도 마련‧시행할 필요가 있다.
위에서 언급한 방안 등이 제대로 강구‧시행되지 않으면 장애인들은 독서 활동을 통하여 적정한 지식을 습득‧활용하기 어렵고, 지능정보사회에의 참여 및 기여, 자아실현 역시 어렵다. 따라서 정부는 장애인들도 지능정보화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떳떳이 사회에 참여‧기여함과 동시에 자아실현을 할 수 있도록 장애인들의 독서 활동 보장을 위한 다양한 법률적‧제도적 방안을 마련‧시행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