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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디언스 Dec 31. 2021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녘에 날아오른다.

murmur - 2021년 12월 31일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녘에 날아오른다.


미네르바는 고대 로마 신화에 나오는 지혜의 여신이다. 그는 해가 질 무렵이면 언제나 산책을 한다. 그때마다 부엉이를 데리고 다닌다. 왜 하필이면 부엉이일까? 부엉이는 아무리 캄캄한 밤이라도 주변과 사물을 또렷이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다. 혼탁한 세상에서도 늘 깨어있는 지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경고인 셈이다.


프리드리히 헤겔이 <법철학>에서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녘에 날아오른다”는 말을 쓴 이후로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철학과 철학자를 상징하는 말로 쓰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밤이 지나면 곧 해가 뜨리라는 것, 또 그것을 준비하려면 황혼녘부터 총명한 정신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으로도 이해하고 있다.


또 한 해를 살았다. 똑같이 시작한 일 년을 누구는 뛰어서 누구는 걸어서 또 누구는 구르고 넘어지고 기어서 여기까지 왔다. 나는 물론 넘어지고 기어서 겨우 온 편이다. 행운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험한 일도 겪지 않았다. 조금 닳아버린 시간이 아까울 뿐 아쉬움도 별로 없으니 그럭저럭 괜찮은 한 해였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이야말로 미네르바의 부엉이처럼 힘찬 날개짓을 할 때다. 이제 곧 2022년 새해의 해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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