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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딩차이 Nov 01. 2023

캐리어 전용 경사로를 사용하는 사람들

어제의 영시독



캐리어 전용 경사로를 사용하는 사람들


오다가다 본 것, 들은 것을 줍기도 한다. 오늘은 그중 하나를 얘기하는 것으로 시작해보려 한다.  


서울역에서 환승하러 갈 때 가끔 눈이 가는 '캐리어 전용 경사로'가 있다. 


간판에는 '보행자 금지, 휠체어 금지, 유모차 금지!'라고 되어있다.


이 경사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아주 다양하다. 

서울역은 일반 시민들도 많지만, 여행객들도 많은 역이다.


그렇고 보니 경사로를 이용하는 사람은 짐이 있고 없고 다른 모습을 보인다.


짐이 없으니 경사로를 피해 계단을 사용하는 사람; 없지만, 계단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 빨리 환승하려고 경사로로 올라가는 사람;


재미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여행가방이 있을 경우 '캐리어 전용 경사로'가 있더라도 올라가고 내려가고는 쉽지 않다. 여행짐은 경사로로 끌고, 사람은 계단으로 걸어가는 경우 꽤 불편한 자세로 이동한다. 또 어떤 사람은 경사로로 여행짐을 끌고 올라가기도 하는데, 여행가방이 무거울 경우, 참 난감할 것이다. 

한 번은 외국 여행객 몇 명이 이 캐리거 전용 경사로를 이용하는 것을 봤는데, 같은 일행인데도 서로 다른 모습으로 경사로를 사용하고 있어서 눈이 갔다. 게다가 이런 상황이 재미있는지 먼저 경사로를 올라간 사람이 다른 일행을 보며 키득키득 웃기도 했다. 분명 이 사람들은 본 국에 돌아가면 한국에서 이런 경우도 있었어"하고 한담을 했을 수도 있다.  


경사로를 자주 보다 보니, 길게 끄적끄적하게 되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캐리어를 갖고 경사로를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불편한이 따른다. 유모차, 휠체어 금지라고 했지만, 아직까지 유모차나 휠체어로 이 경사로는 이용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경사로가 보통 캐리어 넓이보다 조금 더 넓은 정도이기 때문이다.  




'영시독'의 영(어)


오늘은 '다수'와 '늘이다'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 multitude: 다수, 군중 

multiply: 늘이다. 증가시키다. 곱하다. 

    

요즘 N잡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아직 N잡은 없지만, N잡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은 꽤 있는 것 같다. 일을 많이 하고 싶어 하기보다는 본업 외의 부캐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 중에는 자기계발을 하기 위해 혹은 마음 챙김을 위해 혹은 또 다른 이유로 여러 가지 일을 병행하는 사람도 포함된다. 독서를 하고,  글을 쓰고, 책으로 만들어내는 것에 진심인 사람도 포함한다.

하나를 하고 나면 또 다른 하나를 하게 되는, 꼬리에 꼬리는 물면서 증가하는 배움 그리고 나눔으로 하루가 너무 짧다. 몸은 힘들지만, 계속하는 이유는 이로 인한 충만함과 뿌듯함 때문인 것 같다. 


꾸준한 독서는 강의에도 많은 활력을 준다. 최근에 읽었던 좋은 책, 최근에 봤는 좋은 영상을 적절한 타이밍에 학생들에게 얘기하기도 한다. 학생들은 어떨지 몰라도, 내가 학생일 때 '이런 선생님이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한다. 


여러 사회 관계망 속에서 다수의 사람을 만나는 우리는 늘이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줄이기도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시독'의 시(필사)


오늘 선정해서 필사한 시는 이선영 시인의 <해변의 모래에술가>이다. 이선영 시인은 1964년생으로 서울에서 태어났고,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헀다. 1990년 <<현대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나는 늘 무언갈 하고 있고 무언갈 남기려 하지
나는 부서지고 흩어지려는 것을 영원한 것으로, 영원하다고 믿는 것을 한순간 
무너뜨리기를 되풀이하는 모래예술가이니까

<해변의 모래예술>(이선영)중에서

  

시인은 모래예술가가 되고 싶다고 한다. 가끔은 해변가에 일렁이는 사랑과 낭만을 곁눈질하면서 모래를 쌓는다. 만들어지고 허물어지기를 반복하는 모래작품을 만들듯이 늘 무언가를 하고 남기려고 한다. 


그렇구나, 지금 글을 쓰고, 지우고, 다시 쓰기를 반복하듯, 나 역시 늘 뭔가를 하고 있었고, 기록을 남기려고 한 것 같다. 내가 어린 시절에 끄적끄적 한 노트, 대학원 다닐 때 썼던 수업 노트, 독서 모임을 하면서 필기하고 생각을 적어 놓은 노트 등등. 심지어 벌써 중학생이 된 아이가 초등학교 때 썼던 일기장도 잘 보관해 두었다. 다른 것은 버려고 글로 쓴 것들은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다. 언젠가는 다 모아서 기록해두리라서, 적어도 아이에게 추억이 될 수 있는 것을 만들어주리라고 생각한다.


시인의 말처럼 '나는 때로 위대하고 나는 때로 아무것도 아니지', 하지만 글을 좋아하는 하는 사람은 혼자서도 심심한 줄 모르고 노는 모래 예술가와도 같다. 

  





'영시독'의 독(서)


<<공부하고 있다는 착각>>(대니얼 T. 윌링햄 지음, 박세연 옮김, 2023)의 4장 주제는 '배운 것을 뇌에 새기는 노트 필기법'이다. 


예전에는 노트 필기를 많이 했지만, 최근에는 거의 타자하는 편이다. 노트에 기록할 때는 마인드 맵으로 생각을 정리할 경우에 사용하는 편이다. 윌링햄의 말 중에서 공감 가는 점이 있다면, 노트 필기에서 연결 고리를 찾고, 보강해야 자신의 것이 된다는 것이다. 필기했다고 내가 다 받아들인 것은 아니니까. 지식은 연결과 누적에서 새로움으로 거듭나는 것 같다.  


학생들이 자신들의 필기가 불완전하며 체계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자. 129쪽


오늘의 배움: 

필기했다고 모두 아는 것은 아니다. 계속 연결하고 보완해야 한다.




*** 

오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영시독'의 기록을 남긴다. 


누군가는 다수를 선택하고, 누군가는 멀티를 선택하고, 누군가는 지속적인 기록을 선택하며, 누군가는 노트 필기로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보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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