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건강보험 공단에서 복지사가 방문했다. 요양 등급 심사 유효기간이 만료 예정이라 갱신하기 전 확인하는 절차였다. 2년 전에 복지사가 왔을 때는 잘 걷고, 총기도 있었는데 지금은 걷기도 어렵고 말하기도 어려운 상태다. 몇 가지 질문이 오갔다.
"전보다 어떤 점이 더 안 좋아지셨나요?"
"운동기능이 많이 떨어지셨어요. 발을 내딛기가 힘들어요."
"식사는 잘하시나요?"
"네, 식사는 때 맞춰 잘하세요."
전에 필요하던 의사 소견서는 이번에 필요하지 않다. 외관상 보기에도 그 정도가 됐구나 싶다.
남아 있는 의료 용구 비용을 확인해 주고, 방문 간호를 물어보니 인터넷에 검색해서 가능한 병원을 찾아보라고 한다. 의사 왕진 서비스도 이용자가 가능한 병원을 직접 찾아야 한다. 정작 필요한 서비스는 연계가 되어 있지 않아서 아쉬웠다.
며칠 후 등급 심사 결과가 도착했다. 엄마는 2년 전 받은 등급에서 두 단계 더 올라간 1등급을 받았다. 이용할 수 있는 의료복지 용구 서비스가 늘어난 결과지를 보니 마음이 바닷속으로 가라앉는다.
며칠 전에는 병원에 다녀왔다. 엄마 약을 타러 두 달 만의 방문이었다. 대기 의자에서 기다리다 차례가 되어 들어갔다. 의사가 엄마의 상태를 묻는다.
"어머니는 어떠세요?"
"부축하지 않으면 걷기 힘든 상태세요."
"목 넘김은 어떠세요?"
"괜찮으세요."
"환자분을 안 본 지 오래돼서 다음번에 꼭 모시고 오세요."
"거의 누워 계셔야 할 정도인데 화상 같은 비대면 진료는 안될까요? 와상 환자 같은 경우는 어떻게 하나요?"
"와상 환자는 구급차를 타고서라도 오셔야 해요. 비대면은 안됩니다."
의사는 단호하게 말한다. 우리나라 의료 서비스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하지만, 환자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의료계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최근 비대면 진료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 동안 시행되다 위기단계가 '경계'로 되면서 2023년 6월부터 시범사업으로 진행 중이다. 6개월 이내 진료를 받았던 환자들이 의사가 안전하다고 판단했을 때 비대면 진료를 이용할 수 있어 수요가 줄었다. 하지만, 의료 공백 장기화로 병원급 의료기관을 포함한 모든 종별 의료기관에서 비대면 진료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의 기사를 보며 팬데믹이 아닌 상황에서도 비대면 진료 수요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는 '비대면 진료의 법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다. 의료계는 비대면 진료가 오진 위험을 높일 수 있어보조적 역할로 제한해야 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만 비대면 진료가 금지돼 있는데, 희소식이 들려온다. 21대 국회에서 통과하지 못한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재추진된다.연내 제도화를 추진하면, 내년 시행된다고 한다. 몸이 아픈 환자들이 병원에 가는 수고라도 덜 수 있어서 조금이나마 편해지지 않을까 싶다. 해당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