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수 <꽃을 선물할게>
거미줄에 걸린 무당벌레가 살려달라는 애원을 그것도 하룻 동안 무려 세 번이나 듣게 된 곰은 두 번을 거절하고 세 번째에 다른 선택을 합니다. 처음에 무당벌레는 그 큰 곰이 아주 미약한 자기 하나쯤이나 거뜬히 구해줄 줄 알았는데, 자연의 법칙을 운운하며 구해줄 수 없다는 곰의 판단에 당황한 나머지 두번째는 거짓말을 해서라도 곰을 설득하려고 했지요. 그러나 곤충에 대한 지식이 풍부했던 곰에게 땅 속에서 애벌레로 7년이나 살다가 이제 겨우 밖으로 나왔다는 무당벌레의 거짓말은 통하지 않았고 한계를 느끼지요. 하지만 죽음을 앞두고 발버둥치는 것은 당연지사.
곰이 “거미는 모기를 잡아먹는 이로운 동물이니 네가 먹혀줘야 한다”고 하자, 무당벌레는 "모기가 좋은 동물이라면 나도 좋은 동물"이라며 맞받아쳤습니다. “나는 누구나 좋아하는, 그것도 곰님이 좋아하는 꽃을 피우게 하는 이로운 존재”라고 주장했습니다. 꽃을 좋아하는 곰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또 무당벌레는 곰이 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말한 걸까요? 거미줄에 걸린 무당벌레 앞을 두번째 지나갈 때 곰이 했던 말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라는 말에서 힌트를 얻은 걸까요? 목숨이 달린 상황에서 아주 작은 실마리라도 몽땅 잡아낸 무당벌레의 심경이 읽혔습니다.
밤의 숲은 고요합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 수백 수천가지의 생물들은 끊임없이 사투를 벌이지요. 우주에서 보면 인간 세상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계층과 계급이 구분되지 않고 누가 누굴 짓밟고 짓밟히는 사회입니다. 누가 누굴 살리고 죽이는 일은 매일 일어납니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오늘의 삶이 건데, 측은지심쯤 지니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