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회사에 다닐수록 불행해졌다.

by 북극곰

25살, 대학 졸업 후에 운 좋게 바로 취업이 되었다는 행복은 길지 않았다. 입사한 산업군 자체가 사양산업으로 접어들면서 회사는 비상경영을 선포했고 안 그래도 야박한 회사에 일개미들은 착취당했다. 그래서 입사 후 6개월 뒤부터 5년 차인 지금까지 비슷한 연차의 선후배들과 모이면 회사의 앞날과 우리의 앞날을 고민하곤 했다. '이 회사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아니 여기서 버티면 나중에 갈 곳이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고 살았다. 사양산업에서 문송이로 살아간다는 것은 물경력인 것만 같았고 지금 당장 월급을 받는 것이 우리에게 큰 안정감을 주진 않았다.



5년차가 되자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단순히 직장인들에게 주기적으로 3년, 6년, 10년 차에 퇴사 욕구가 든다는 반복적인 생각이 아니었다. 매달 월급을 받고 소속도 있지만 5년 동안 나는 늘 불안했다. 회사에 다니면서 현재를 살고 있었지만 내겐 미래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막상 회사를 나가 다른 것에 도전할 용기는 없었다. 5년 전, 적당히 좋았던 운이 나의 앞날을 가로막는 것만 같았다.



5년 동안 회사 안에서 일말의 비전이라도 찾기 위해 나 스스로를 갈아 넣으면 일했지만 희망고문만 나를 괴롭혔다. 합격했던 직무이동도 취소시키고 승진인원도 축소시키는 회사를 보며 더 이상은 버티는 것에 의미가 없었다. 열심히 한 것에 대한 보상이 없는 곳에서 애매한 월급에 발 묶여 내 청춘을 더 이상 소모시키고 싶지 않았다. 더 이상 회사에 아무런 기대가 없었고 단지 매달 들어오는 월급만을 위해 내 젊은 시간을 보내다가 더 나이가 들어 아무 곳도 갈 곳이 없는 사람이 될까 봐 무서웠다. 나이 들수록 회사의 철저한 '을'이 되어갈까 봐 그래서 10년 뒤에 경쟁력을 잃어 여기 아니면 갈 곳 없는 사람이 될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나는 퇴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이력서를 쓰고 몇 군데 지원도 해봤지만 면접 기회를 얻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직할 곳이 정해진 것도 아닌 대책 없는 상황에서 나는 퇴사를 하려고 했다. 내 5년간의 직장생활을 되돌아보았을 때, 나는 불행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퇴사관련 컨텐츠들이 대책 없는 퇴사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말해도 와 닿지 않았다. 이미 회사에게 오만정이 떨어졌기에 합리적인 판단력이 흐려졌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당장 나오려고 했다. 회사에서 내 불행이 참을 수 없이 커보였다. 직무이동을 위해 두 번의 면접과 두 번의 사전과제를 통해 합격했지만 발령 약속을 지키지 않는 회사에서. 4년간 4번의 발령을 냈지만 단 한 번도 내 거주지를 고려하지 않은 회사에서. 눈에 띄는 실적을 만들었지만 말로 칭찬만 할 뿐 승진을 시켜주지 않는 회사에서. 나는 더 이상 회사의 사정을 위해 나를 희생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한 동기와 퇴사하고 싶은 마음과 입사한 회사에 대한 후회를 토로하자 그는 현명하게 조언해주었다.


"퇴사하고 싶어.. 애초에 여기에 발을 들이는 게 아니었어..."

"그건 뭐 후회해봐야 의미 없고 어쨌든 나중에 '그때 여기에서 나오는 게 아니었어.'라는 후회를 할 선택은 피해야지."

사실 '퇴사 전에 이직이 확정되면 퇴사해라'라는 안정 추구 조언을 많이 보았다. 그게 머리로는 이해가 되었지만 마음속으로는 그렇게 준비가 완성되기까지 더 버텨내야 하는 시간이 무거웠다. 지긋지긋한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며 보기 싫은 사람들과 일하는게 지옥같았다. 그런 내게 동기가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는 불평이 불과하다는 것을 꼬집어 주었기에 나는 감정적 후회를 내려놓고 조금 더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게 지난 선택에 불평과 후회만 하는 어린 아이가 아닌 앞으로의 합리적인 선택에 최선을 다하는 어른의 자세이니 말이다.


그래 회사가 자기들 입맛대로 나를 이용하듯,

나도 회사를 이용하자. 내가 준비될 때까지 적당한 안식처로 이용하자.


그렇게 나의 본격적이고 적극적인 퇴사준비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