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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극곰 Aug 08. 2021

잘난 체 하고 싶은 꼰대들에게.

예전에 회사에서 우수한 성과의 관리자 3명을 뽑아 다른 직원들 앞에서 노하우를 발표하도록 한 적이 있었다. 이미 성과가 좋기로 소문난 지점의 관리자분들이 나와서 대표이사와 동일 업무를 하는 관리자들 앞에서 업무 노하우를 알려주는 시간이었다. 회사에서 본 수많은 프레젠테이션 중에서 그때의 그 발표가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 이유는 아마 한 선배의 도입부 멘트 때문일 것이다.


"이미 저보다 더 뛰어나신 분들도 계시기에 이게 꼭 정답은 아닐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에서는 이렇게 일했구나'라는 관점에서 봐주시고 혹시 차용하실 부분이 있으시면 활용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의 말에서는 겸손함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자신의 업무 노하우에 대한 자신감도 느껴졌다. 그래서 시작부터 그의 자세에 감탄을 하며 듣기 시작했다. 그의 발표는 간결했고 담백했다. 혼자 모든 일을 하지 않고 지점의 직원들 전부가 일부 업무에 대해서는 공유하고 배우며 함께 성과를 이끌어냈다는 것이 요지였다. 나 혼자 한 것이 아니라 원팀이 되어 함께 일하는 것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의 발표에서 그는 업무에 있어서도 겸손하고 진중하게 일했음이 느껴졌다. 나도 돌아가면 그렇게 업무의 효율을 높여야겠다는 다짐도 들었다.


반면,  다음으로 나와 발표하는 후배님은 지금껏 해온 업무파일을 모두 가져와서 휘양찰란하게 보여주었다. 그의 화려한 발표에서는 ' 세상에서 내가 제일 똑똑해'라는 마인드가…’ 모든    혼자 이룬 성과라는 자부심이 뚝뚝 흘러넘쳤다. 그래서 감히 그의 노하우를  업무에 적용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발표 내용 중에  가지 의문이 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스스로 제일  나가를 외치는 듯한 발표였기에 쉽게 손을 들지 못했다. 그럼에도 여기저기 의문이 드는 부분에 대해서 여러 사람이 질문을 하긴 했지만 대답에는 목소리만   여전히 애매모호한 대답으로 끝났다.



같은 주제에 대한 두 사람의 발표는 내가 강한 인상을 남겨주었다. 회사에서의 커뮤니케이션에서 '겸손한 자세'가 얼마나 설득력을 높이는지에 대한 것 말이다. 특히나 꼰대들이 난무한 회사였기에 막내인 나는 늘 끊임없는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 대상이었기에 '겸손한 사람'을 봤다는 것 자체가 사막의 오아시스를 발견한 기분이었다.



젊은 꼰대의 등장


새로운 지점으로 갑작스러운 발령이 났을 ,  지점에 안면 있는 여자 선배가 있었다. 함께 일해본 적은 없지만  차례 공식 행사에서 인사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녀는 나보다 나이는 8살쯤 많았던 선배였다. 초면이 아니었기에 그녀는 수시로 내게 업무상 자신이 필요한 것들을 가르치고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놓기 일수였다.  번의 대화만 해봐도  선배는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느껴졌다.  말은 어찌나 많은지 한번 부르면  시간 넘도록 그녀의 무용담과 가르침을 들어야 했으니 나중에는 마지못해 그녀의 용건에 OK 하고 말았다. 아마 그녀는 그렇게 내가 그녀의 말에 설득되었다고 생각했는지 몰라도 나는 그녀가 내게 하는 꼰대질에 진절머리 나서 그렇게라도 끝내고 싶었던 마음이었다. 내 시간은 소중했기에.



나는 그녀와 다른 부서였는데 내가 그녀의 요구사항대로 휘둘리면 우리 부서의 업무가 지저분해지는 일이 발생했다. 그래서 설사 사이가 안 좋아지더라도 우리 부서의 원칙을 지켜야 했다. 그래야 짬밥 적은 팀장과 함께 일하는 팀원들이 고생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그 선배는 자신의 가르침에 따르지 않는 나를 이내 못마땅하게 여겼다.


가령, 각 팀별로 취합을 해서 일정을 정리해서 전달해야 하는데 그 셀프똑똑이 선배만 매번 제일 늦게 주어 한 팀원이 늦은 시간까지 퇴근을 못하는 일이 있었다. 그녀는 약속한 다음 날까지도 회신이 이뤄지지 않았고 그 사이에 일정을 보고받아야 하는 거래업체에서는 우리의 업무 비중을 대폭 축소하였다. 아예 일찍 취합안을 보냈더라면 협상할 여지라도 있었을 텐데 이미 취합조차 안된 일정안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거래처의 입장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녀는 우리 팀에 '잘난 체만 하고 민폐 끼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잘난 체는 그녀 혼자만의 생각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녀는 스스로 굉장히 똑똑하다는 자기 평가 아래에서 무지한 이들을 가르치고 개조해야 한다는 생각에 꽁꽁 갇혀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녀의 가르침은 이미 나도 알고 다른 사람들도 흔히 아는 식상한 일들이거나 지극히 개인적인 일들이라 크게 내가 건질  없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스스로 가르침을 줘야 한다고 믿는 사람 앞에서 반기를 들기도 피곤했다.  신념을 깨려는  자체가 갈등을 일으키는 것이니.



"나는 예전에 00에서 일할 때, 잘하는 매장의 운영방식 그대로 따라 해서 매출 1천만 원 만들었다. 그렇게까지 해봐야 해. 나는 말이야. 그때 조그만 엽서도 만들어서 나눠주고 그랬어~이런 것도 참고해봐."

(속마음)’네. 그 방법을 저는 직접 찾아다니면서 배웠고 이전 지점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냈어요. 그리고 엽서 같은 건 실제로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수치로 확인되지 않았고 대형점, 소형점 지점마다 성향이 다르니 그대로 적용하는 건 무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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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때는 말이야. 하루에 16시간 넘도록 일하기도 했어. 보고 들어가는 날에는 며칠 전부터 밤에 잠을 안 자고 일했어. 그리고 말이야. 같이 출장 다니는 상사의 지병, 입맛까지 알고 탄 음식이나 이런 거는 미리부터 가려가며 함께 맞춰가며 일했어. 그 정도로 나는 일했던 사람이야. 네가 지금 승진 떨어져서 속상해하는데 그거 네가 생각보다 열심히 한 게 아닐 수 있어~ 성공한 사람들은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는다더라."

(속마음)’갑자기 불러놓고 승진 떨어진 거 위로해주려는 게 아니었나? 위로해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뭔 개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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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네 팀에 000님은 하는 일이 뭐야? 뭔가 너가 바쁜 거 보니 너네 팀 업무분담이 제대로 안되어 있는 거 같은데? 팀장인 네가 제대로 가르쳐야해. 나는 말이야 예전에 일하는 곳에서는 000부서 분들에게 엑셀 피봇테이블 다 알려주고 왔었어."

(속마음)’우리팀 사람들 어떻게 일하는지 보셨나요? 그리고 이미 저도 그런 것들은 다 알려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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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이직하려고 뭐 준비하고 있는데? 너 돈 얼마나 모았는데? 너 집은? 차는 있어? 이직을 준비할 때 제일 중요한 게 뭔지 알아? 평판이야~평판!”

(속마음)’저 선배한테 이직에 대해 조언해달라고 한 적 없는데요? 선배도 이직 못해서 여기 있는 거잖아요.. 그리고 왜 제가 선배한테 그런 사적인 것도 말해야 하나요..'

  


계속 듣다 보면 입밖에 내지 못한 속마음들이 내 마음속에 울렁거렸고 불쾌한 그녀의 꼰대질에 진절머리도 났다. 차라리 아주 고위 직급의 상사라던지 혹은 회사에서 큰 성과로 인정받는 사람이던지.. 뭔가 나 또한 찾아가서 배우고 싶은 사람이면 모르는데... 10년 차 대리에게 듣는 무용담은 내게 꼰대의 정의를 다시금 찾아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저렇게 되진 말아야지라는 다짐을 했다.

'남보다 서열이나 신분이 높다고 여기고, 자기가 옳다는 생각으로 남에게 충고하는 걸, 또 남을 무시하고 멸시하고 등한시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자'

꼰대들은 본인의 과거 경험에 비춰 현재를 마음대로 판단한다.

[90년대생이 온다.] 中




꼰대들 주의사항


꼰대들을 보면 세상에서 남에게 충고하는 것만큼 재밌는 건 없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딱히 후배들보다 더 이룬 건 없지만 나이, 경력으로 잘난 체하며 이미 세상을, 이미 이 일을 다 알고 있다는 듯한 꼰대의 충고질. 어쩌면 그들은 자신의 열등감을 그렇게 조금이라도 어린 사람들 앞에서 채우고 싶은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그 꼰대들은 듣는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따위는 관심 없다. 나의 잘남을 뽐냈고 나는 뼈가 되고 살이 될 가르침을 줬으니 그걸 배우는 건 너의 몫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세상을 널리 이롭 게하는 홍익인간이야 뭐야..



저기요. 꼰대님들아!

1) 제발 후배가 물어보면 알려주기. 물어보기 전에 불러서 충고질 노노노!

2) 자기 경험이 오로지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말기. 과거랑 현재랑 다르고 세상은 변했다!

3) 자기 무용담과 경험담은 혼자만의 일지장에 적기. 전혀 궁금하지 않다구!

4) 말 길게 하지 말기.. 제발!!



몇몇 꼰대들은 마치 악성코드 같다. 설치할 의사가 없음을 수차례 밝혔음에도 구태여 충고를 일삼는.

 [블랙코미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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