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가장 고민하는 주제 중 하나가 내가 내 몸을 대하는 방식이에요. 예전부터 스스로에게 유독 가학적인 면을 많이 보이며 살아왔단 생각이 들었어요.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 충분히 셀프로 보상도 해주고 칭찬도 해주며 우쭈쭈 해줄 수 있었을 텐데, 그러기는 커녕 빨리 또 다른 일을 성취하려고 애써왔던 것 같아요. 그러다 힘들다는 생각이 들면 스스로에게 '힘들어? 노력이 부족해서 그래! 더해! 더해봐!, 시간이 부족해? 그럼 잠을 줄여서라도 더해!' 이런 식으로 대해왔죠. 당근은 전혀 없이 채찍만을 들고 괴롭히면서 스스로를 못살게 굴었는데, 그러다 또 힘들어하면 이번엔 가죽 채찍이 아니라 (더 타격이 있는) 가시 채찍을 휘둘러댔죠. 이러니 번아웃이 찾아오지 않을 수 없었겠죠.
오늘 코칭 통화를 하신 분이 저랑 비슷한 성향으로 스스로를 괴롭히고 계신 것 같아서 무언가 말씀드리려다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어요. 나의 생각이 나라는 사람 전체를 경영하는 경영자겠구나란 생각이죠. 그리고 내 몸은 노조라고 생각해봤어요. 경영자(생각)가 노동자(몸)를 자꾸 귀하게 대하지 않고 함부로 대하는 거예요. 임금을 올려주지도 않고 일은 더욱더 많이 시키고, 휴가도 없이 맛있는 식사 제공도 없이, 복지도 엉망인 상태로 자꾸자꾸 일만 시키면 노조에서 어떻게 반응할까요? 당연히 이렇게 부당하게 대우하지 마라. 임금을 올려주고, 복지를 개선하고, 처우를 더 잘해줘라라고 하지 않겠어요? 그래도 경영자가 말을 듣지 않는다면, 어떤 방법을 쓸까요? 최후의 수단으로 파업을 일으켜 버릴 수 있죠. 몸이 파업을 일으킨다는 건 어딘가를 아프게 해서 기능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는 말이에요. 이렇게 몸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아프기 시작했다면, 분명 몸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파업을 일으켰다고 생각하시면 될 거예요! 그러면 경영자는 놀라서 임시방편으로 노조를 어르고 달래서 다시금 일이 될 수 있도록 일선으로 복귀시키고자 할 거예요. 그렇게 갈등이 잠시 봉합될 수 있겠지만, 이후에 경영자가 노동자를 대하는 처우와 복지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노조는 이전보다 더 깊은 실망을 하고 다시 파업에 들어가거나 아예 회사 자체를 떠나려고 할지도 모릅니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이 되기 위해서는 경영자가 노동자를 대하는 방식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임금을 올려주고, 처우를 개선하고, 복지를 증진시켜야 하겠죠. 그런 걸 다 해줄 형편이 안된다면, 일이라도 적게 시켜야죠. 일은 더 많이 시키면서 그냥 참고 일하라고 하면 어느 누가 일을 계속할 수 있겠어요. 제가 저 스스로에게 그렇게 대해오고 나서 몸도 무너지고 마음도 무너지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경영자가 계속 시키니까 힘이 들지만 억지로 억지로 몸은 일을 해오고 있었죠. 하지만 그렇게 하는 일이 생산성이 얼마나 좋을까요? 결과로 나오는 아웃풋들이 얼마나 품질이 좋을까요? 그 결과는 우리 모두가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제 결단의 순간이 왔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바꾸기 시작했어요.
첫 번째로 노동자에게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서 새로운 노트북 맥북 프로를 제공했어요. 키보드와 매직 트랙패드가 필요하다고 해서 그것도 흔쾌히 제공했습니다. 기능은 동일하지만 색상이 스페이스 그레이라는 이유로 더 비싼 제품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요청해서 제공도 했습니다. 노조 측 마음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어요. 거기에 그치지 않고 스마트폰도 최신형 아이폰 12로 떡하니 바꿔줬습니다. 근무환경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게 노트북과 스마트폰이다 보니 이 두 가지를 좋은 제품으로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노조 측에 긍정적인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죠.
두 번째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개인 PT와 개인 심리상담을 제공했어요. 헬스장 정도를 제공한 게 아니라 정말 귀하다는 걸 표현하기 위해 개인 PT를 제공했고, 단순히 작업할 때 명상 음악을 틀어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개인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들 정말 기뻐했죠!
세 번째로 노트북을 가지고 다닐 새로운 백팩을 제공하고, 새 신발과 옷들을 제공했어요. 책 읽기를 좋아하는 노동자를 위해 편하게 전자책 리더도 구매해서 제공했습니다. 새로운 상품들을 제공받은 노조는 발걸음이 가벼워 보였고, 표정이 밝아 보였죠. 무엇보다 경영자가 자신을 귀하게 대하고 있고, 좋은 것을 제공해 주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는 부분을 더 고무적으로 느끼기 시작한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이제는 억지로 시켜서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자발적으로 내고 일하는 방식을 더 생산성 있게 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어요. 결과물로 나오는 아웃풋들의 품질이 좋아지기 시작한 건 말할 것도 없죠.
여러분은 여러분의 노조(몸)를 어떻게 대하고 계신가요? 여러분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몸을 저처럼 가학적으로 학대하고 있진 않았나요? 지금도 그러고 있다면 이제는 생각을 바꾸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노조에서 파업을 일으키는 건 시간문제일 거예요. 임금을 올려주고, 휴가와 휴식을 충분히 제공하고, 복지를 올려주세요. 당신이 하지 않는다면 당신의 몸을 챙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노조 측에서도 자신의 경영자에게 그런 따듯한 대우를 받고 싶지, 다른 회사 경영자에게 그런 대우를 받는다고 해봤자 일시적으로 위로는 되겠지만 근본적으로 변화는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이제 당신을 대하는 당신의 태도를 바꿀 때입니다. 당신(경영자)이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몸(노조)은 영원히 당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진 않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