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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Kim May 10. 2018

솔직하게 글쓰기

일단 욕부터 시작해 보자!! ㅅㅂ!!


왜 난데없이 욕이냐고 하겠지만, 오늘 하고자 하는 말이 이와 연관이 있어서다. 나는 글을 쓰며 늘 자기검열 속에 갇혀 산다. 도대체 니가 쓰는 글 누가 읽는다고 그러겠냐마는 왜 그런지 예전부터 혼자 보는 일기장에도 자기검열을 하곤 했다.


책을 하나 (1년째) 쓰고 있는데, 출판사 팀장님도 좀 더 솔직히 스스로를 드러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셨다.

나는 왜 이토록 자기검열의 날을 내 글에 들이대는 걸까? (지금도 자꾸 검열해 내고 싶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지만 어떻게든 있는 그대로의 날 것을 이야기해 보자!!!)


첫 번째는 (이게 가장 큰 이유 일 것 같은데) 이미지 메이킹이지 않을까 싶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지만, 왠지 젠틀하고, 겸손하며, 평안하고, 따듯하며, 더 있어 보이는 이미지를 스스로 구축하고 그것을 유지하려고 발버둥 치는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쓴 솔직한 글이 누군가 읽는다면 이 이미지에 훼손을 가져오지 않을까?라는 어쩌면 망상에 가까운 생각을 하며 글을 쓰고 있다. 그러니 늘 10을 말하고 싶지만 4~5 정도를 말하고 슬그머니 발을 빼는 일의 반복이다.


두 번째는 모르는 걸 모른다고 잘 말하지 않는 성격 때문 인 것 같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말처럼, 몰라도 가만히 있으면서, 은근슬쩍 아는 것처럼 묻어가려는 것이다. 이는 대화를 할 때도 드러난다. 누군가 내가 잘 모르는 이야기를 하면 "난 잘 모르겠는데? 좀 알려줘"라는 말을 하기보다 나도 이미 다 알고 있어라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넘어가니 나중에라도 알 길이 별로 없다. 또는 따로 알아보려고 시간을 많이 쓰게 된다. 상사가 지시한 내용도 정확하지 않으면 되물어야 하는데, 그냥 자의적으로 받아들이고 해석해서 돌아가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습성이 글에서도 묻어 나와, 자꾸 두리뭉실하게 표현하며 아는 척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을 정확히 읽어내는데 서툴기도 한 것 같다. 그러니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을 때가 많다. 화남, 기쁨, 슬픔 정도로 압축되는 나의 얄팍한 감정 읽기는 글쓰기에서 빈곤함으로 드러난다. 예전에 한 오프모임에서 만난 분이 이런 류의 이야기를 했더니, 느낌 단어라는 문서를 카톡으로 공유해 주셨다. 하나하나 읽어보는데, 느낌을 표현하는 단어들이 이렇게나 많았었나라는 생각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날부터 하루의 마무리를 하며 오늘의 느낌을 이 단어장에서 찾아 적어보려고 했는데, 아직까지 실행하진 못했다. 하나하나 느낌 단어들을 보면서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확인해 본다면 분명 나의 글쓰기뿐만 아니라 삶 전반에 큰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이 든다. 어느 책에선가 읽었던 '감정에 이름 붙이기' 같은 활동과 유사한 것 같다.


처음에 글을 쓰며 욕으로 시작했다. 늦었지만 이쯤에서 사과드린다. 살면서 욕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 운전하면 욕이 절로 나온다는데, 운전하면서도 욕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 물론 욕을 막 하고 싶다는 말은 아니지만, 욕을 하지 않는 이유도 철저하게 자기 검열의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솔직하게 내 감정을 표현하며 글을 쓰고 싶은 마음에 지금까지의 글에서는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욕으로 글을 시작해 본 것이다. (ㅅㅂ도 욕이냐고 하신다면 할 말은 없다! 쩝!)


나는 생각보다 더 형편없는 놈이다. (주변에서 많이 많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괜한 기대 노노!) 그리고 모르는 거 투성이다. 마케팅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글쓰기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세상 경험 다 해본 것처럼 말하고 다니지만, 사업 한번 이직 한번 해본 적 없다. 응큼하고, 차별적이며 호불호가 강하다. 이 정도의 베이스로 앞으로의 글도 써나 가고 싶다. (써나 갈 예정이다라고 쓰고 싶지만 나는 자기합리화의 달인이라 또 어떤 핑계로 벗어날지 모르니 이 정도로만) 그리고 솔직한 감정을 읽는 연습을 통해 감정에 충실한 글을 써보고 싶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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