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읽은 책을 정리한다고 생각만 하다 1월, 2월 정리를 끝으로 흐지부지 됐다. 그러던 중 메일로 브런치 구독자 중 한 분이 왜 매월 정리하는 책 리뷰 이제 안 하냐는 문의(라고 쓰고 질타라고 느낌)를 주셔서, 생각난 김에 10월에 읽은 11권의 책을 간단히 정리한다.
정재승 교수의 12번의 외부 강의를 엮어 만든 책인데, 주제 하나하나가 생각해 볼거리가 있었다.
첫 번째 발자국. 선택하는 동안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두 번째 발자국. 결정장애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세 번째 발자국. 결핍 없이 욕망할 수 있는가
네 번째 발자국. 인간에게 놀이란 무엇인가
다섯 번째 발자국. 우리 뇌도 ‘새로고침’ 할 수 있을까
여섯 번째 발자국. 우리는 왜 미신에 빠져드는가
일곱 번째 발자국. 창의적인 사람들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여덟 번째 발자국. 인공지능 시대, 인간 지성의 미래는?
아홉 번째 발자국. 제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의 기회는 어디에 있는가
열 번째 발자국. 혁명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열한 번째 발자국.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 세상에 도전하는가
열두 번째 발자국. 뇌라는 우주를 탐험하며, 칼 세이건을 추억하다
특별히 젊은이들에게 '나만의 인생지도 그리기'를 이야기한 부분이 좋았다.
젊은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습니다. 세상에 대한 여러 분만의 지도를 그려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젊은 시절에 자신만의 지도를 그리지 못하면 40대, 50대, 60대가 되어서도 남의 지도를 기웃거리게 됩니다 남의 지도를 뜯어내 대충 맞춘 누더기 지도를 들고, 그걸 자기 지도라고 믿게 됩니다. 먼저 세상을 살아낸 여러분에게 후배들은 틀림없이 물어볼 겁니다. “앞으로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요?" 젊은 시절 지도 그리기를 게을리하면, 여러분만의 시각이 담긴 지도를 그들에게 보여줄 수 없습니다. 지도를 그리는 빠른 방법이란 없습니다. 길을 잃고 방황하는 시간만이 온전한 지도를 만들어줍니다 유치원생의 마음으로 미친 듯이 세상을 탐구하세요.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지도를 얻게 되는데, 그 지도가 아무리 엉성하더라도 자신만의 지도를 갖게 되면 그다음 계획을 짜고 어디서 머물지를 계획할 때 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남은 인생 동안 그 지도를 끊임없이 조금씩 업 데이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길을 물어보면 여러분의 지도를 보여주며 "나는 이 지도로 내가 갈 곳과 머물 곳을 정했다'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60페이지)
너무 좋아 <하루15분필사>모임에서도 뽑아서 공유했었다.
이 책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27살의 나이로 월든 호숫가에 들어가 통나무집을 짓고 홀로 살아가며 자연과 삶을 관조한 관찰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소로는 왜 그 나이에 거길 들어가서 혼자 살았을까? 초월주의자였던 그는 “인생을 깊이 살고 인생의 골수까지 빼먹기를 원했으며, 강인하게 스파르타인들처럼 살아서 삶이 아닌 것은 모두 파괴하기를” 원했기에 숲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바쁘고 정신없이 사는 현대인들에게 한 번은 꼭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훗날 마틴 루서 킹, 간디 같은 실천적 사상가, 프루스트, 톨스토이 같은 대문호들에게 깊은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책을 읽고 아이디어를 얻어 [월든 프로젝트] 모임도 구상 중이다.
자기 계발서의 원조로 불리는 새뮤얼 스마일즈의 자조론. 기대하며 읽었는데, 사실 크게 와 닿진 않았다.
슬렁슬렁 발췌독 한 정도로 마무리. 그래도 하나 건진 문장. 사업이든, 예술이든, 과학이든, 모든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는 비결은 작은 사물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것이다. (182p)
에세이 장르의 첫 시작을 열었다는 몽테뉴의 수상록. '나'라는 개인을 관찰하고 관조하며 보편적 인간의 깨달음에 다가가려고 했던 몽테뉴. 지금이야 에세이 전성시대로 모든 게 '나'를 담은 글들이 많지만, 지금 나오는 에세이들과는 완전히 격이 다른 책이다. 본문 가운데 수없이 많은 사상가들의 말이 인용되는데, 정신이 없을 정도.
많은 문장들에 밑줄을 쳤지만, 소개하고 싶은 것은 아래 두 개!
소크라테스는 그의 의견을 반대하는 남의 말을 언제나 웃으면서 받아들였다. 그것은 그의 정신력이 강한 덕이었으며, 자기가 지는 편이 확실히 유리하니까, 이런 반대가 새로운 영광이 될 것을 알고 받아들였다고 말할 수 있다.
나는 핏대를 올려가며 토론하다가 상대방이 약해서 승리할 때의 쾌감보다는 상대방의 올바른 이론 앞에 내가 굴복할 때 자신감에 대해서 얻는 승리감에 더 큰 자존심을 느낀다.
인스타그램을 잘 하진 않지만, 잘 해볼까 해서 읽어본 책. 이미 관심이 제법 있던 나는 대부분이 어디선가 들어보고 읽어봤던 내용이라서 크게 건진 건 없었다. 입문자들에게는 도움이 될 듯한 책.
10월에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를 꼽자면 저자 김민철을 알게 된 것. 카피라이터인 그녀는(이름이 남자 같지만 여자다) 모든 문장 하나하나를 허투루 쓰지 않았다. 문장 만으로도 읽은 재미가 있는데, 생각마저 나와 많이 닮아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더욱 즐겁게 읽어 내려간 책. 리뷰로도 남겨 두었다.
읽는 내내 뜻 모를 상실감과 우울함으로 나를 괴롭히던 책. 그러나 경애의 마음을 읽고 있는 시간이 아이러니하게도 행복했다. 그 덤덤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이 좋았고, 그 마지막 또한 기뻤다.
“누구를 인정하기 위해서 자신을 깎아내릴 필요는 없어. 사는 건 시소의 문제가 아니라 그네의 문제 같은 거니까. 각자 발을 굴러서 그냥 최대로 공중을 느끼다가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내려오는 거야. 서로가 서로의 옆에서 그저 각자의 그네를 밀어내는 거야." (조 선생님의 말)
이 책을 읽으며 나의 오랜 고민 중 하나를 해결했다. 저자는 [나는 까칠하게 살길 했다]로 4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양찬순 님이다.
나는 늘 흔들리면서 상대는 한결같기를 바라는 마음이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낳는다(128p), 욕심을 버리자. 기대치를 낮추고 만족함을 얻자. ‘만족(滿足)'이라는 한자어는 물이 발을 적신다는 뜻이다(208p). 목까지 적셔주길 바라지 말고 발을 적셔준다면 만족하고 감사하자. 어쩌면 저자가 말한 담백하게 산다는 것은 그런 삶이 아닐까?
아... 조르바다. 여러분도 한 번쯤을 들어봤을 법한 이름 조르바. 육체와 영혼, 생각과 행동. 이 것들은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자유를 가져다줄 것인가? 육체적 행위로 삶의 의미에 도달한 조르바와 학습과 사유로 삶의 진리를 깨달으려 했던 주인공. 어떤 것이 진정한 자유일까? 조르바는 어려웠다. 두 번은 더 읽어봐야 할 책.
저자인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생전에 자신의 묘비명으로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모든 요일의 기록을 읽고 팬이 되어 이어 읽은 또 다른 책. 여행을 통해 풀어내는 저자의 생각과, 감각이 돋보이지만 편안한 사진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볼거리 한 가득. 한동안 카피라이터들의 책을 사랑하게 될 것 같다. 완벽한 여행은 오직 남의 SNS에서만 존재할 뿐이다.
삼성전자를 이끈 권오현 회장의 경영전략을 잘 담아낸 경영서. 읽으면서 역시 괜히 사장이 되고 회장이 되는 게 아니구나란 생각을 다시 했다. 말과 행동이 일치되고, 생각이 열려있으며, 끊임없이 혁신하려는 강인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던 책. 리뷰로도 남겼다. (근데 표지를 왜 이렇게 빨간색으로 했을까?...)
그 외 읽는 중인 책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골든아워1, 에고라는 적, 더패스.
짜라투스트라에서 니체의 말은 역시 쉽게 소화되지 않고 겉돈다. 아직 깜냥이 부족한 내 탓일 테고, 골든아워는 흥미진진하다는 표현을 쓰면 좀 그렇지만 잘 읽히고, 한편으론 한국의 현실이 슬프기도 하다. 에고라는 적은 나를 많이 불편하게 하는 책. 앞으론 불편하게 하는 책을 많이 읽기로 마음먹어서 집어 든 책. 좋은 책은 확실하다!
#아결국다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