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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Kim Oct 30. 2018

초격차

넘볼 수 없는 차이를 만드는 격

변신하지 않으면 죽습니다.(21p) 프롤로그부터 나오는 이 말이 진부한 듯하면서도, 요새 내 상황과 맞물리며 머릿속을 복잡하게 했다. [초격차]는 삼성전자 권오현 회장의 33년 경영 전략을 담은 경영서이다. 특히나 반도체 분야를 세계 1위로 만든 전략과 경험을 통한 통찰을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초격차, 권오현, 쌤앤파커스, 2018



*유튜브 영상으로도 업로드 했습니다. 영상이 편하신 분들은 영상으로 봐주세요^^



책은 크게 리더, 조직, 전략, 인재의 4가지 파트로 구성된다. 사실 초반부인 리더 파트를 읽으면서 식상함을 느꼈다. 너무 뻔한 리더십 총론과 같은 이야기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그만큼 권오현 회장은 기본적인 원칙을 세우고, 그것을 강인하게 지켜나가는 인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초반 리더십 서술을 읽으며 임원들이 이 사람을 많이들 무서워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다음 날 결혼식에서 마침 삼성전자에 다니는 후배를 만나 물어봤는데, 웬걸 직원들이 좋아하고 인기가 많다는 이야기를 건네 들었다. 내 생각이 선입견 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중/후반부를 읽어나갔다. (그리고 중/후반부에서는 실질적으로 새겨들을 만한 인사이트와 조언들이 있었다)


먼저 눈에 띈 것은 평가와 보상의 4P 시스템이었다. 4P 시스템이란, ‘Pay by Performance’, ‘Promotion by Potential’을 일컫는 말이다. 성과를 승진과 연결시키는 대부분의 회사 시스템과는 다르게 성과를 올린 사람에게는 금전적인 보상을 해주되 승진이랑은 약하게만 연결하고, 실제 승진은 잠재적 성장 역량이 있는 사람을 시키는 시스템이었다. 이런 방식은 그동안 생각해 보지 못했었는데, 확실히 평가와 보상에 있어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잠재적 성장 역량이 있는 사람을 어떻게 선별할 것인가의 문제는 남아있지만...)


두 번째로 인상 깊었던 것은 회의에 대한 생각!

저는 회의 시간에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세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 지시는 많이 하지 않고 질문을 많이 한다.  

둘째, 회의를 위한 회의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  

셋째, 회의를 정시에 시작하고 약속된 시간 내에 끝낸다. (168p)

실제로 권오현 회장은 일주일에 2~3번 정도의 회의만을 한다고 했다. 그것도 회의형식이 아닌 간담회 형식의 회의를 진행한다고 했다. 의미 없이 반복되는 회의들을 엄격히 금지했고, 실제로 회의를 많이 만드는 리더들을 조사해서 엄중히 경고하기도 했다. 직장을 10년째 다니면서, 이 회의 저 회의에 끌려다니며 시간을 보냈던 나로서는 정말 부러운 부분이었다. 하루에 적어도 한 개 이상의 회의를 참석하며, 대부분의 회의에서 '그래서 어쩌라는 말인가?'라는 생각을 해본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30분 회의를 도입해 시간을 줄이려고 하고, 아예 기존의 의미 없는 회의체를 없애자고 건의도 많이 해 미움을 받기도 했다. 각 회사에서도 회의에 대한 정의 자체를 새롭게 세워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은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초격차 전략에 대한 부분.

넘볼 수 없는 차이를 만드는 압도적인 격차를 뜻하는 초격차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 권오현 회장은 두 가지 단순한 질문을 던졌다고 했다. ‘초격차 전략’에서 이런 판단의 기준은 ‘이 일(프로젝트)이 미래에 우리를 성장시킬 것인가? 혹은 이 일(프로젝트)이 미래에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올 것인가?’란 단순한 질문이었습니다.(184p)

그리고 이에 부합되지 않는 사업이나 프로젝트 들은 과감히 정리해 버렸다. 대부분의 사업은 일을 못해서 망하는 것이 아니라, 일이 너무 많아서 망한다(210p)는 생각을 가진 그는, 혹시라도 불씨를 남겨두면 나중에라도 계속 죽지 않고 살아날 수 있기 때문에, 정리하는 부서나 프로젝트의 모든 인원을 한 명도 남기지 않고 다른 곳으로 배치해 버리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지독하게 선택과 집중을 해나가며, 실제로 적자사업부를 흑자사업부로 전환하는 성과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조금씩 바뀌는 '개선'이 아닌, 완전히 바뀌는 '혁신'을 강조하면서 타성에 젖은 사람들로는 혁신을 할 수 없다는 강력한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시대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사람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는 것도 저의 생각입니다. 사람을 바꾸지 않으면 혁신도 초격차도 없습니다. (207p) (정말 가혹한 말이긴 하지만 공감하는 부분이다. 타성에 젖은 사람에게서는 개선은 가능하겠지만 그 분야의 혁신을 기대할 순 없다. 대신 이런 사람들은 의지가 있다면 다른 분야에서 새롭게 해 볼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권오현 회장이 완전 엘리트 중의 엘리트로 윗길만을 걸어왔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권오현 회장에게도 후배에게 업무 보고를 해야 했던 인고의 8년이란 시간이 있었다고 했다. 경험해본 사람도 있겠지만 조직 내에서 후배가 내 상사로 오게 되면 엄청나게 자존심에 타격을 입는다. 회사에서 나를 나가라고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기도 한다. 이런 시간을 견디는 게 쉽지는 않았을 텐데, 8년을 견디며 결국은 삼성전자의 CEO를 거쳐 회장까지 역임한 걸 보며, 비범한 사람이긴 하는구나란 생각을 다시 해보기도 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후배가 왜 직원들이 권오현 회장을 좋아한다고 했는지(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말과 행동이 일치되고, 생각이 열려 있는 태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혁신을 시도하는 강인한 정신과 리더십. 이 모두를 갖춘 사람은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만큼 회사 조직 내에 꼰대가 많다는 반증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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