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리뷰
삶의 재미와 의미를 발견하면 인생은 달라집니다.
재미만 있어도 안되고, 의미만 있어서도 안 되는 게 우리가 사는 삶이죠. 그래서 재미도 있으면서 의미도 있는 일을 발견하는 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의외로 이런 것들은 우리 삶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을 때가 많더라고요. 경험수집잡화점을 취미로 하면서 사람들이 변화되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그런데 이렇게 변화되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 재밌더라고요. 사람들이 잘하지 않던 시도들을 용기내어 해보면서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바꾸어 나가는 모습을 보며 의미 또한 느꼈어요. 한 사람이 변한다는 건 그 사람만 변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속한 가정에 영향을 주고, 그 가정이 변하면 지역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거든요.
이렇게 경험수집잡화점을 통해 제 삶의 재미와 의미를 발견하고 회사를 그만뒀어요. 재밌는 회사였지만, 새롭게 발견한 이 일을 더 오래 하며 제 삶을 채워나가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10년 다니던 첫 직장에서 퇴사했죠. 그게 올해 3월이에요. 직장에 다닐 때는 돈 관리를 아내가 모두 해서 우리 가족이 숨만 쉬며 살아도 나가야 되는 돈이 얼마나 되는지 잘 몰랐어요. 회사에서 나와서 독립적인 삶을 살기로 결심하니 그 금액이 궁금해지더라고요. 최소한 그 정도는 벌어야 먹고살 수 있을 테니까요. 다행히 대출이 많지 않아 이자가 많이 안 나가는 상황에서 240만 원이라는 금액을 들었어요. 그게 우리 4 가족이 숨만 쉬며 살아도 나가는 돈이었죠. 생각보다 큰 금액에 살짝 놀랐어요.
퇴사 후 몇 달은 잠을 제대로 자질 못했어요. 아내도 돈을 벌고 있지 않으니 제가 어떻게든 돈을 벌어와야 하는데 240만 원이라는 금액이 너무 커 보여서 불안하기만 했어요. 그러니 잠도 잘 못 잤죠. 하지만 정말 운이 좋게도 퇴사 후 몇 달 안돼서 그 금액 언저리의 돈을 벌 수 있었어요. 원래 목표였던 가족들과의 시간을 충분히 누리면서 말이죠.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그 언저리 또는 그 보다 못 미치는 돈을 벌며 먹고살고 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 그만뒀으니 아내와 아이들에게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말하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대로는 점점 어려워 질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240만 원이라는 고정비를 뜯어보기 시작했죠. 그리고 당장 줄일 수 있는 부분들은 바로 줄였어요. 아내와 제가 매달 20만 원씩 내던 변액 보험을 해지했고, 의미 없이 자동이체 걸려있던 5만 원짜리 연금저축도 해지했어요. 물론 이과정에 손해도 봤지만, 이걸 정리해 내는 게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이득이라는 생각으로 정리했어요. 또 한 가지 그동안 2년 넘게 SKT 통신사를 이용하고 있었는데, 알뜰폰으로 변경했어요. 의외로 통화 품질에 전혀 문제가 없어서 놀라기도 했어요. 그렇게 통신비는 둘이 합쳐 12만 원 정도에서 3만 원으로 줄었습니다.
이렇게 총 53만 원 정도의 고정비가 순식간에 줄었어요. 그러다 보니 같은 돈을 벌어도 훨씬 여유가 생겼죠. 제가 생각하는 부자는 필요한 돈이 적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필요한 돈이 적어지다 보니 애써서 현재를 희생하며 돈을 더 벌 필요가 없어졌어요. 오히려 그 시간에 가족들과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죠. 회사 다닐 때처럼 400만 원씩 벌거나, 매출을 2배 3배 빨리 키워서 사업을 확장할 이유가 없어졌어요. 그만큼 돈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지금도 내가 그리던 삶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는데, 시간을 희생해서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진 않았어요. 이런 생각을 갖게 된 데는 아내의 영향이 큽니다.
제가 여러 곳에서 강연을 다닐 때 받았던 의외의 질문 중 하나가 '어떻게 아내분이 그런 결정을 허락해 주실 수 있었나요? ' 였어요. 저는 아내가 제 결정을 허락하고 수용해준 것을 너무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결정과 수용이 쉬운 일이 아니었음을 주변 사람들을 통해 천천히 알게 되었죠. 제가 퇴사 후 잠을 잘 못 자고 전전 긍긍하고 있을 때 아내가 제게 "이거 몇 년이나 할 거야?"라고 물어본 게 기억나요. 그리곤 "1,2년 하고 말 거 아니면 천천히 하라고, 우리 지금도 먹고살고 있다고." 말했었죠. 그때 머리에 망치를 한대 쿵! 하고 맞은 기분이었어요. 내가 왜 이리도 아등바등하고 있었을까? 내일이 없는 것처럼 나를 갈아 넣고 있었을까를 생각해 보게 된 거죠. 그때 처음으로 내 삶의 속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 것 같아요.
남들이 뭐라고 하든 나는 내 속도를 지킨다. 누군가에겐 한 없이 느리게 보일지 모르지만, 그게 내 속도라면 묵묵히 그 속도를 유지해나간다는 결심을 했어요. 그리고 앞서 말한 대로 지금 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만은 했거든요. 뒤돌아 보면 아내가 제게 좋은 영향을 많이 준거죠. 감사합니다.
한 해가 또 지나갑니다. 새해를 맞이하며 여러분은 무얼 준비하고 있나요? 이루려고 하는 일들을 생각하기 앞서 여러분의 삶의 속도를 점검해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무엇을 위해 그 일들을 하려고 하는지, 그리고 정말 그 일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나와 내 가족들이 함께 즐거울 수 있을지.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미래의 그 날이 오기 전에 우리는 죽을지도 몰라요.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것만큼 기적이 없거든요. 눈을 뜨지 못한다면 인생은 거기서 끝이에요. 2번의 찬스는 없죠!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지금 하세요. 감사를 표시해야 한다면 지금 말하세요. 사랑을 고백해야 한다면 지금 고백하세요.
애써 미뤄둘 이유가 없어요. 인생은 생각보다 짧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은 '어떻게 살 것인가?'와 '왜 사는가?'라고 생각해요. 이 질문에 답이 여러분의 삶의 속도를 조절해 줄 수 있을 거예요. 아직 답하기 어렵다면 다양한 경험을 쌓아보세요.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보고, 새로운 공간을 찾아가 보기도 하고, 시간도 기존과는 달리 써보는 거죠. 별 일이 없을 것 같아도, 이렇게 작게 열린 문 틈 사이로 들어오는 빛을 따라 여행하다 보면 어느샌가 여러분이 여러분만의 답을 찾아낼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여러분을 위한 삶을 사는 거죠.
오늘은 왠지 잔소리처럼 글이 길어졌네요. 2019년이 지나가는 걸 아쉬워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이렇게 썼다고 너무 힘주면서 살진 마세요. 오히려 2020년에는 힘을 좀 빼고 살아보세요. 생각보다 삶이 풍성해 짐을 경험하실 수 있을 겁니다. 2020년에는 조금 더 행복해 지시길~
아듀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