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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성호 Mar 09. 2017

책을 읽어야 하는 5가지 이유

한 권의 책을 읽는건 한 명의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 좋다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책을 읽으면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좋은 거예요?"라고 물었을 때, 그 질문에 바로 명확한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책을 읽기 전에 확신을 얻고 싶어 합니다. 책을 열심히 읽으면 내 삶이 변할지, 책을 읽으면 어떤 점이 나에게 좋을지, 책을 읽은 노력의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등을. 책은 장르에 따라, 작가에 따라, 그리고 읽는 독자에 따라 각각 얻어 가는 정도의 차이가 있는데, 나는 이번 글을 통해 대체적으로 책을 읽으면 좋은 이유를 5가지 정도로 꼽아 얘기해보려 합니다. 왜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고, 책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또 책을 읽는 시간이 헛수고가 아니라는 것에 대해서 말이죠.




#1. 양질의 능동적 삶
우리가 집어 들어야 할 건

술잔이 아니라 책과 펜이다.


찌든 일상을 마친 저녁, 친구들과 지인들을 끌어모읍니다. 그렇게 어김없이 술집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외칩니다. "자 마시자,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오늘만 살 것처럼!" ..그리고 다음날 폐인이 됩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노동시간 2위를 차지할 만큼 긴 긴 노동시간을 자랑합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일을 하다 보면, 그 일한 시간을 보상받고 싶은 마음이 강해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퇴근 후에 무언가를 하는 걸 싫어합니다. 직장을 벗어난 후에는 완벽하게 행복한 나로서 시간을 보내고 싶기 때문이죠. 운동을 하는 것도, 공부를 더 하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이 모든 것이 다 좋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걸 하기가 싫다는 겁니다. 왜냐면 그 과정에서 또 머리 아프고 힘들고 스트레스받을 테니까요.

나 또한 같은 이유로 책을 멀리했었습니다. 학창시절에는 학업 핑계로, 군 시절에는 힘든 군 생활을 핑계로, 알바나 직장생활을 할 때는 일 핑계로, 나는 ‘바쁘다’ ‘힘들다’ 단어로 모든 것을 덮고 살았습니다. 난 내가 세상에서 제일 힘들고 바쁜지 알았으니까요. 어느 날 갑작스레 책을 읽기로 결심한 이후, 독서를 하면서 나는 서서히 나보다 더 바쁘고 더 힘든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야에서 조금은 어른 시야로 바뀌어가고 있었던 걸까요. 그 당시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난 매일매일이 바쁜 게 아니라, 그저 매일매일 보상받고 싶었던 것이었다는 것을요.

책은 그렇게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내 시간을 의미로 바꿔준 은인입니다. 물론 내가 가졌던 모든 만남(친구, 직장동료와의 술자리)들이 무의미했다는 건 결코 아니지만, 대부분의 만남이 크게 득도 없고 실도 없는, 그저 누군가의 험담이 안줏거리로 차려지고 개선되지 않을 고민의 위안을 얻는 자리였습니다. 그런 시간들과는 달리, 책은 대부분 나에게 유익한 시간들을 제공했습니다. 한 권의 책에는 얻어 갈 메시지가 하나 정도는 반드시 있었고, 그 메시지들은 나에게 자연스레 스며들었습니다. 그렇게 책을 읽는 시간을 늘려가다 보니 점점 무분별한 술자리와 약속을 잡지 않게 되었고, 휴일에 공허하게 천정을 바라보거나, TV만을 보는 시간 역시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늘 하던일(친구들과의 약속, 휴일에 TV보기)들이 가끔 하던 일로 바뀌다 보니, 그 시간들이 과거보다 더 소중하게 다가왔고 시간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책은 내가 수동적 삶을 탈피할 수 있게 해준, 능동적 삶을 살 수 있게 해준, 은인입니다.




#2. 파이의 확장
책을 읽을 때는 3차 공정 작업이 필요하다. 텍스트를 읽고, 텍스트를 분석하고, 텍스트를 형상화하는, 내 것으로 만드는 까다로운 작업 말이다.


글은 영상물을 보는 것과는 달리, 내가 눈만 뜨고 있는다 하여 나에게 스며들지 않습니다. 영상물은 자기가 알아서 움직여 나에게 흡수되지만, 책은 내가 직접 움직여서 흡수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수동적 영상물은 나의 뇌 확장에 큰 도움을 주지 않지만, 능동적 글은 나의 뇌 확장에 많은 도움을 줍니다.

나는 얼마 전 육아를 겪고 있는 사촌누나의 집을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집에 들어서니 조카는 내가 온 지도 모른 채로 스마트폰 영상물(뽀통령)에 흠뻑 취해있었습니다. 아이들의 대통령 '뽀로로'는 아이들을 얌전하게 만드는 최고의 애니메이션입니다. 떼를 쓰며 울던 아이도 뽀로로 영상만 틀어주면 울음을 그치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영상에 흠뻑 취해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어린 시절 영상물에 의존하다 보면 아이의 지능이 낮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고, 부모들은 어린 자녀에게 스마트폰이나 TV를 노출하는 횟수를 줄여야 한다는 소견이 나왔습니다. 그렇기에 아이를 위해서는 그 영상에 의존해선 안되는데, 힘든 부모들은 영상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에,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여전히 딜레마를 겪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어린 자녀는 영상물이 아니라, 책(글)을 많이 접해야 한다'라고 말이죠. 꼭 어린 자녀의 경우 만일까요? 이미 성장했다고 생각하는 우리 어른들 역시, 영상물보단 글자를 많이 접해야 합니다. 뇌의 성장은 청소년기와 성인이 되는 20대 초반에 끝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뇌는 계속해서 성장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도, 스물세 살에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시작했고 6년이 지난 지금, 그때와는 확연히 보는 시야와 생각의 파이가 달려졌습니다. 물론 당연히 아직까지도 한참 부족하기에 계속해서 책을 접하고 생각의 파이를 확장시키는 중인 현재진행형입니다.

글을 읽는 건 꽤나 까다롭습니다. 읽는 과정도 만만치 않고, 또 펼치면 마법의 수면 가루가 뿌려져 내 의식을 블랙아웃(BlackOut)시켜버리니까요. 그렇지만, 그럼에도 책을 펼쳐야 합니다. 어제보다 나은 나와, 생각을 만들기 위해선 말이죠.




#3. 토론하는 자세
한 권의 책을 읽고 나면

누군가와 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진다.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당시, 모든 책의 메시지가 나에게 새로웠습니다. 새로운 것을 많이 알게 되고, 새로운 것을 자주 보게 되니, 점점 이 내용들을 누군가와 얘기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책 리뷰(서평)이었습니다. 그 당시 나는 내 생각을 표출할 어떤 곳이 필요했고, 그 생각을 표출할 장소가 온라인 블로그였습니다. 물론 글을 쓴다는 건 늘 힘든 일이었지만 하나하나 표출된 내 생각과 글은, 어느새 누군가와 나눌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책을 읽고 내 생각을 표출하다 보면, 다른 사람의 생각도 궁금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또 다른 이가 쓴 글을 찾아보게 되고, 그 글을 보며 내 생각과 타인의 생각을 비교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때론 그들과 오프라인 만남을 가지면서, 생각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당연히 그에 따라 자연스레 언변, 말하는 능력은 향상됩니다.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말을 꺼낼 수 있는 소재와 소스들이 필요한데, 그 소스와 소재들은 많은 책들이 제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말을 조리 있게 잘하는 건, 최고의 능력입니다. 스피치 학원이 말하는 어투와 억양을 교정하는 곳, 그러니까 겉을 교정하는 작업을 제공하는 곳이라면, 독서는 그 안의 내용물과 속을 꽉 꽉 채워주는 행위입니다. 그렇기에 회의와 토론이 중요시되는 현 사회에선 독서는 빠질 수 없는 항목입니다.




#4. 경험의 간접적 체험
책은 내가 가보지 못 했던,

보지 못 했던 관점들을 내던진다.


독서에 관련된 책을 즐겨 읽는 나는 최근에 고영성 작가의 책을 읽었습니다. 그 책의 내용 중에는 지금 얘기하고자 하는 내용과 일맥상통한 내용이 담겨 있었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우리가 책을 읽을 때는 저자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것과 같다. 우리는 책을 읽으며 나와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한 사람의 의식의 흐름에 동참하게 된다. 외국인, 여행가, 문화인류학자, 역사학자의 눈으로 세계를 보면,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규범이 명시적인 관찰로 바뀌게 된다. 세상을 다시 보게 되고, 또한 자기 자신을 다시 보게 된다. 소설을 읽으면 저자의 관점뿐만 아니라 다양한 등장인물의 관점도 접할 수 있다." -책, '어떻게 읽을 것인가' 본문 내용中-


이 책에서 말한 내용처럼, 책은 내가 가보지 못 했던 상황과 내가 보지 못 했던 관점을 내던집니다. 내가 가보지 못 했던 여행지와 배경 그리고 사람을 만나게 하고, 내가 보지 못 했던 관점들을 작가의 눈이나 혹은 소설 속 등장인물의 눈을 통해 보게 합니다. 그래서 가끔 '소설을 읽는 게 도움이 될까?' 하는 의문을 가지는 분들이 있는데, 이러한 부분에 의해서 소설을 읽는 것 역시 도움이 됩니다. 비록 직접적이진 않지만 책을 통해 접하는 간접적 경험은 내가 현재 보고 있는 것들, 혹은 내가 후에 볼 것들에 대한 선행 학습과도 같습니다. 책을 읽음으로써 내 삶에 대입해 보고, 응용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먼저 가지는 셈이죠. 누군가의 관점을 취할 수 있는 것, 그게 바로 독서의 장점 중 하나일 것입니다.




#5. 사람을 만나는 독서
한 권의 책을 읽는 건,

한 명의 사람을 만나는 것과 같다.


한 권의 책을 읽는 건, 그 한 권을 작성한 작가. 즉 한 명의 사람을 만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는 건 단순히 글자를 읽는 행위가 아니라, 한 명의 사람을 만나러 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 만남이 모두 좋은 만남일 리는 없습니다. 출판의 벽이 낮은 지금, 모든 작가가 양서를 쓸 일은 없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내가 읽은 책의 대다수는 만족할 만한 만남이었습니다. 그리고 혹 좋지 않은 만남이었을지라도 여전히 좋았습니다. 그 이유는, 좋은 경험이든 나쁜 경험이든 결국에는 나에게 뼈가 되고 살이 되는 만남이기 때문입니다. 좋지 않은 책을 읽어보는 것 또한, 향후에 내가 좋은 책을 선별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데 도움을 주는 과정입니다.

과거 영어공부를 할 당시에, 영어학원 선생님은 나에게 그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세상에 버릴 경험은 없는 거야. 좋은 경험은 좋은 경험대로, 나쁜 경험은 나쁜 경험대로, 다 그 의미가 있는 거야"라고. 그 선생님의 말씀처럼 책을 읽는 것도, 사람을 만나는 것도, 그 결과의 좋고 나쁨을 떠나 나중에는 다 의미가 생기는 법인 것 같습니다. 많이 경험해본 사람이 많이 알게 되는 것. 그건 당연한 세상의 이치이니까요. 그렇기에 우리는 다양한 만남과 경험을 해야 하는데, 나는 독서가 그 만남과 경험을 가장 적은 돈과 가장 짧은 시간을 투자해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내가 발로 뛰어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글자로 만나고, 비록 얼굴 한번 마주쳐본 사이는 아니지만 그 사람의 생각을 읽으며, 다양한 사람을 글 위에서 만나게 되니까요.

그렇기에 개권유익(開卷有益), 책을 펼치면 반드시 이로움이 있는 법입니다. 왜냐하면 책은, 누군가와 나눌 수 있는 지적 소통의 장과 만남을 제공하니까요.




본 글은 현재 작성자가 출간준비중에 있는 책 원고의 일부 내용들을 재구성/요약한 글입니다. 앞으로도 출간을 앞두고 이러한 연재글을 조금씩 포스팅해볼까 합니다. 많은 구독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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