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망각이었을까.
*서평에 스포는 없습니다.
알츠하이머(치매)에 의해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연쇄 살인마 김병수. 소설은 그가 일흔이 되는 시점의 시계바늘을 현재시각으로 설정해놓고서 이야기를 진행했다. 살인을 멈춘 채 허허로운 삶을 사는 주인공은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지난 날을 하염없이 그리워하며 독백을 해댄다.
끝없는 회상과 뒤섞이는 기억이 반복되고, 이 반복은 주인공이 알츠하이머 질병증세가 심해지면서 더 잦아진다. 가까운 기억부터 상실시켜버리는 무서운 망각증세. 주인공은 질환을 겪으면서도 끊임없이 딸 김은희와 정체를 알 수 없는 박주태와의 삼각대립을 거치게 되는 데, 그 치열한 사투의 몸부림이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무엇이 진실이고, 어떤 게 망각일까?
좀처럼 종잡을 수 없는 긴박감 넘치는 전개 속에서 나는 마치 명탐정 코난이라도 된것 마냥 소설 속 대나무숲을 은밀히 거닐며 단서를 찾고 또 찾았다. 작가가 한 없이 심어놓은 복선과 함정을 파헤치면서 말이다.
아침에 눈을 떴다. 낯선 곳이었다. 벌떡 일어나 바지만 꿰어입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처음 보는 개가 짖어댔다. 신발을 찾으려 허둥대다가 부엌에서 나오는 은희를 보았다. - 책, 살인자의 기억법 본문중에서.
그리고 이 소설을 읽다보면 재밌는 점을 발견하는 데, 그건 한 없이 부도덕한 주인공을 어느 샌가부터 응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분명 처음엔 주인공이 괴짜를 넘어 사이코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점점 꺼져가는 주인공의 마지막 의지를 응원하고 있었다.
소설의 결말은 내 바람과는 달랐다. 많은 이들이 나와 같이 책을 읽으며 다양한 전개와 결말을 상상할 것이다. 그러나 그 상상의 뒤통수는 대부분 생각지 못한 각목에 얻어맞으리라 짐작된다. (어쩌면 아닐지도.)
들리는 말에 의하면 영화와 소설은 결말이 조금 상이한가보다. 영화가 무척이나 기대된다. 과연 내가 읽은 글들이 어떻게 영상화 될지,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또 맺어질지가 말이다.
알 수 있다면 그것은 악이 아니오. 그냥 기도나 하시오. 악이 당신을 비켜갈 수 있도록. - 책, 살인자의 기억법 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