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차 책 블로거가 말하는 책 읽는 법
저는 책을 쓴 작가이기 이전에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일을 하는 북리뷰어입니다. 물론 본업은 아니고요. 2012년에 취미생활로 시작해본 네이버 책 블로그가 어느덧 9년 차가 다 되었고, 그 덕에 세 권의 책도 집필하고 저만의 출판사도 만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책을 이른 나이부터 읽지는 않았습니다.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다, 라는 표현이 다소 어색한 말이긴 하지만 책을 제대로 펼치기 시작한 때는 군대를 전역한 후 스물세살 때부터였습니다.
책을 읽기 시작했던 건 배움의 갈망 때문이었어요. 집안 형편 상 학업을 이어가지 못했던 저였고, 또래 친구보다 사회생활을 먼저 시작하다 보니까 음, 뭐랄까요. '내가 이 친구들보다는 뭐라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그래서 무작정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독서법 책도 처음엔 많이 참고했고요. 변화와 개선이 목적이 되다 보니 비문학 책을 주로 읽곤 했습니다.
한 몇 개월을 비문학만 줄곧 읽다가 차츰 지루해진 탓에 문학을 읽기 시작했는데,사실 과거의 저는 문학은 그저 여흥을 보내는 정도라고 생각했어요. 말 그대로 여유가 있는 사람이 읽는 책. 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하지만 문학은 비문학만큼이나 저에게 많은 걸 안겨주었고, 그 문학에서 얻은 걸 토대로 현재는 문학을 직접 쓰는 일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문학이 좋은 점에 대해 할 얘기도 사실 많은데요. 이 이야기는 다음번을 기약하며 지금부터는 책을 잘 읽는 방법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속독이 필요한 순간이 어떤 순간일까요? 어떠한 시험이나 발표를 치르는 순간일 겁니다. 다량의 정보를 빠른 시간에 캐치하고 요약하고, 요약본을 토대로 자신만의 기억 디스크를 만들어야 하죠. 하지만 독서는 시간이 정해진 시험이 아닙니다. 책은 공부가 되지만, 이 공부는 장기적인 공부입니다.
제가 책을 읽기 시작할 때, 단 시간에 많은 책을 독파한 사람들의 성공 일화 같은 것을 많이 보곤 했는데요. ‘나도 저 사람처럼 저렇게 빠른 시일에 읽어야지’하며 다독과 속독에 열을 올리고는 했었습니다. 열심히 읽다 보니 어느새 저도 단 시간에 여러 책을 읽어낼 수 있었고요.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읽은 책들이 지금에 와서는 거의 제 머릿속에 머물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남들이 서너 시간 걸려 읽을 책을 두 시간 안에 읽어서, 혹은 일주일에 여러 권의 책을 읽어서, 스스로 뿌듯해하고 때론 그걸 과시하기도 했는데, 지금에 와서 보면 그만큼 부질없는 짓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제가 쓴 독서 에세이 책의 부제를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나다’라고 썼습니다. 저는 독서는 사람을 만나는 만남이자 대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이 만남에는 서로 간의 간격과 호흡이 필요합니다. 영화를 빨리 보고 싶다고 해서 그걸 2배속으로 돌려보는 사람은 없겠죠. 책도 영화와 같을 겁니다. 한 권의 책을 제대로 만나려면 그만큼의 집중과 공이 필요합니다.
책 읽는 속도는 자연스럽게 탄력을 받습니다. 저도 예전엔 책을 펼치면 잠들고, 책의 초반부에서 좀처럼 진도를 못 빼던 사람이었는데요. 요즘은 그래도 웬만하면 녹다운당하지 않고 최소 2라운드 정도는 거뜬히 버텨냅니다. 한 권 한 권 급하게 않게 읽어가보십시오. 점차 어느새 습관이 돼서 자신만의 슬기로운 독서생활을 잘 이어갈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예전에 한 반년 정도 영어 스피치 학원을 다닌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그 학원을 다니면서 느꼈던 건 ‘모든 것에는 출력이 정말 중요하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학창 시절로 건너가 보겠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자신만의 노트장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그게 학업적인 공부가 되었든, 일기장이 되었든, 덕질이 되었든. 우리는 모두 그 백지를 채우고 또 채워갔습니다. 스피치 학원에서의 출력은 말 그대로 내뱉기였습니다. 입력한 정보들을 수없이 내뱉으면서 결국 나의 것으로 나의 언어로 만드는 것이었죠. 그럼 독서의 출력은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이걸 다시 세 개로 나뉘어보고 싶은데요.
그건 바로 접기, 필사, 서평입니다.
특별할 것이 없죠. 말 그대로 내가 재밌게 읽었던 부분, 감명 깊었던 부분의 페이지의 끝을 접고, 그 접은 페이지들을 공책에 따로 받아쓰고, 그 기록들을 바탕으로 한 권의 책을 리뷰하는 것입니다.
저는 필사는 작가의 생각을 적는 그릇이고, 서평은 내 생각을 담는 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책을 읽을 때 가급적 꼭 이 두 그릇을 모두 소장하시는 게 좋습니다. 만약 공책에 손으로 쓰는 게 번거롭고 싫다면, 온라인 리뷰를 적을 때 필사의 흔적을 함께 남기는 것 또한 좋은 대안이 될 것 같습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오래 기억하는 이유는, 그 기억 속에 활동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책을 읽는 행위 자체도 능동적인 활동이지만, 이 능동적 행위에 몇 가지의 능동을 더해준다면 아마 책을 읽은 시간들이 오랜 추억으로 간직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 번째 방법은 트레이닝입니다. 헬스장을 한 번도 안 가보신 분은 거의 없을 겁니다. 저는 지금도 헬스장을 꾸준히 등록은 하고 있는데요. (꾸준히 가고 있지 못한 다는 것이 문제지만요.) 헬스장을 가보면 정말 몸 좋은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처음에 그분들 운동하는 걸 보며 무작정 따라 하곤 했었는데, 이게 처음엔 몸이 만들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알이 배고 힘이 부치니까, 거기에 지쳐서 헬스장을 가지 않게 돼버렸습니다.
책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너무 어렵고 두꺼운 책을 들게 되면 금방 지쳐버립니다. 저는 지금도 역시 두꺼운 책을 읽으면 몇 라운드가 되지 않아 녹다웃당하거나 아니면 링 밖으로 나와 버리곤 하거든요? 그래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독서도 조금은 단계를 밟을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과식하지 않고, 조금씩 내 입맛과 취향에 맞게 흡수를 하는 거죠.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점은 있습니다.
다시 운동 얘기로 돌아오면, 팔 운동을 할 때 보통 프로 운동선수들을 보면 바벨을 들고나면 꼭 다음에 덤벨을 듭니다. 혹은 가벼운 덤벨과 무거운 덤벨을 번갈아가면서 들기도 하고요. 이건 바로 큰 근육과 작은 근육을 동시에 기르기 위함인데요. 중량이 높은걸 치면서 큰 근육을 만들고, 그다음 중량이 상대적으로 작은 기구를 들면서 세세한 잔 근육을 강화시키는 것이죠.
책을 읽을 때도 이 운동법처럼, 내 수준에 맞는 가벼운 책만 계속 읽는 것이 아니라 가벼운 책을 읽다가 중간에 무거운 책도 도중도중 끼워주는 겁니다. 처음엔 그 무게가 무거워서 한 권 정도도 소화하기가 힘들 겁니다. 그런데 이런 사이클을 계속 반복하다 보면 가벼운 책들 사이에서 무거운 책을 두 권 세 권 이렇게 늘리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때부터 흔히 벌크업이 되는 거죠. 운동에선 체급을 올리는 게 되겠죠. 그런데 몸 좋은 사람이 되기까지는 엄청난 많은 공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책도 마찬가지겠죠. 거창하게 얘기해서 독서가, 책을 잘 그리고 자주 읽는 사람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운동을 하듯 서서히 단계별로 밟아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네 번째 방법은 어떤 면에서는 두 번째 출력방법과 조금 중첩될 수도 있겠습니다. 이 방법은 책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인데요. 독서모임도 여기 물론 포함될 수 있지만, 제가 말하는 공유하기는 방구석 소통입니다.
sns는 인생의 낭비라고 하지만, 이 sns를 책으로 이용하면 저는 소비가 된다고 생각해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팔로우하고, 또 커뮤니티 공간을 구독하면서 함께 책을 읽는다는 기분을 스스로에게 가지게 하는 거죠. 저에게 있어서 사실 이 부분이 제가 책을 이제껏 읽어오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올린 책 이야기를 누군가가 읽어줄 때, 또 그 얘기를 나누게 될 때, 책을 읽은 보람이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sns 하는 이유도 소통하기 위함인 거잖아요? 이 소통에 책이라는 해시태그를 넣는다면 우리의 sns 계정이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 이 글은 아마 90프로 이상의 분이 휴대폰으로 보고 계실 겁니다. 휴대폰을 자주 보게 되는 이유. 그건 휴대폰이 곁에 있어섭니다. 내 무료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가장 든든한 친구이자 아군, 아니면 적군. 그게 바로 우리의 휴대폰이죠. 책도 휴대폰처럼 늘 곁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어딜 가든 항상 백팩을 메고 다니는데요. 백팩을 메는 건 책을 넣고 다니기 위함입니다. 물론 손으로 무언가를 드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책을 항상 메고 다니면 아주 짧은 순간이라도 책을 꺼내 들게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대중교통 지하철을 이용할 때 저는 가장 책을 많이 읽고는 하는데요. 만약 가방에 책이 없었다면 저는 필연적으로 휴대폰을 들여다 보고는 했을 겁니다.
‘책이 있기 때문에 휴대폰을 보지 않는다’라고 할까요. 제가 정한 몇 곳의 장소와 시간들이 있는데요. 이때는 저만의 룰을 정해두곤 합니다. 특히 심야시간에 무조건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아예 휴대폰을 비행기 모드로 해놓거나 아니면 뒤집어 놓는 방법을 선택하기도 한답니다.
이처럼 책을 잘 읽기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책과의 동침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통 머리맡에 휴대폰을 놓아두고 잠을 자잖아요? 오늘부터는 그 옆에 책도 같이 놓아두고 잠자리에 들어가 보세요. 하나는 제가 장담합니다. 단 한 페이지라도 더 많이 읽게 될 겁니다.
그래서 오늘 제가 얘기한 것을 모두 축약해서 정리해본다면,
책을 잘 읽는 방법은 결국 눈으로 읽고, 손으로 다시 쓰고, 머리로 다시 생각, 그리고 말로써 다시 논평입니다. 많은 전문가가 말하는 책을 잘 읽는 방법, 책을 잘 기억하는 방법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시간'을 더 많이 투자하는 것입니다. 힘껏 잘 던진 부메랑이 다시 던졌던 위치로 돌아오는 것처럼, 우리가 책이라는 것에 나의 공과 시간을 더 들이면 분명 그 시간에 합당하는 보상이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는 모든 독서가를 응원하고요. 저 또한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독서가. 그리고 작가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책과 함께하는 좋은 하루이길 바라며 이만 글을 줄이겠습니다. 모두 코로나 조심하세요.
(*본 글은 제가 2017년도에 처음으로 출간한 책 '지금은 책과 연애중'의 내용을 함축하고 요약한 글입니다. 책 정보는 아래 링크와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