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을 쓰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백지화 상태를 막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그래서 글쓰기가 익숙지 않은 분들이 서평을 쓸 때에는, 책상에 책 한 권만 덩그러니 올려져 있어선 안 됩니다. 책상 위에는 읽은 책뿐만 아니라 서평에 도움이 되는 부속품(책 내용을 기록한 필사 노트나 책 내용을 찍어놓은 스마트폰, 생각을 옮겨 쓸 수 있는 메모장과 펜 등)이 같이 올려져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나 혼자만의 기억이 아닌, 여러 도구들의 기억을 빌려 함께 쓸 수가 있습니다. 분산되어 있던 기억을 하나로 모으면서 말이지요.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를 달듯이 서평의 키워드 잡기
b. 키워드로 글쓰기
서평 쓸 준비를 끝마쳤다면, 이제는 어떤 형태로 글을 쓸지 정해야 합니다. 글을 쭉 이어가며 써나갈 것인지, 아니면 주제별로 끊어가며 쓸 것인지를 말이지요. 먼저 쭉 이어 쓴 서평의 가장 좋은 롤모델은 번역 도서의 맨 마지막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옮긴이의 말’입니다. 대부분의 옮긴이의 말은 책의 전반적인 내용,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 책에 대한 역자의 생각이 조목조목 잘 담겨 있기에, 이 부분만 꼼꼼히 살펴보아도 서평을 쓰는 데 많은 참고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서평을 매끄럽게 써나가기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매끄럽게 글을 잇기 위해서는 다년간의 독서 혹은 많은 글쓰기 경험이 뒷받침되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나는 서평이 익숙지 않은 이들에게, 처음에는 주제별 단락으로 나눠 쓰는 키워드 서평 방식을 권하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을 읽고 서평을 쓴다고 가정했을 때, 이 책의 키워드로는 ‘중세시대와 여성’, ‘첫인상과 편견’, ‘사랑과 결혼’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키워드 서평은 이렇게 꼽은 몇 가지의 키워드를 하나의 단락으로 지정해 글을 채워 나가는 방식입니다. 그렇기에 처음에는 단락별로 글이 뚝뚝 끊긴다는 느낌을 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서평을 지속적으로 써가다 보면 나중에는 키워드 한두 개를 가지고도 글을 매끄럽게 쓰게 될 것이고, 그러다 시간이 더 지나면 키워드를 설정하지 않고도 글을 연결성 있게 쓰게 되는 날이 올 것입니다. 그러니 처음에는 너무 길게 늘려 쓸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처음부터 그렇게 쓰려고 애쓰다 보면 금방 지치고 질리게 됩니다. 너무 길지 않게, 본문 인용구를 포함하지 않는다면 한글 문서의 한 쪽 정도, 포함한다면 두 쪽 정도의 분량이 가장 적절한 것 같습니다.
책의 내용보단 내 느낀점을 더 많이 쓰기
c. 내 생각의 비중
일전에 어느 포털사이트 백과사전에서 ‘서평’과 ‘독후감’을 각각 검색해본 적이 있습니다. 두 단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알기 위해서였지요. 그랬더니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검색 결과가 나왔습니다.
독후감 :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적는 감상문.
서평 : 책의 내용과 특징 그리고 가치를 평가하는 일.
이처럼 사전에서는 독후감과 서평을 각기 다른 의미로 해석하고 있었습니다. 의미만 보아서는 서평이 독후감보다 조금 더 전문적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하지만 서평과 독후감은 내 주관적인 생각을 담은 글이라는 점에서 둘 다 같은 맥락의 글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렇기에 타인에게 일목요연한 정보를 주는 글만이 서평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과 느낌을 기록한 독후감도 하나의 서평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정보 위주의 서평이냐, 감상 위주의 서평이냐 하는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사전적 정의가 그렇게 되어 있어서일까요? 여전히 사람들은 서평이라는 말에 무거움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서평이란 게 사실 특별할 것도 없는데 말이지요.
우린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는 평론가나 서평가가 아니기에, 타인에게 양질의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내 감정과 생각을 기록하면 되는 것이지요. 어떻게 보면 그것이 우리가 서평을 쓰는 근본적인 이유일 것입니다. 책으로부터 느낀 내 감정과 생각을 기록하고, 그 기록들에 의해 그 당시의 나와 내가 처했던 상황을 돌이켜보는, 그리고 그 기억들을 다시 현재의 내 삶에 대입해보는. 그런 나에 의한, 나를 위한 서평 말이지요.
책은 참 능동적입니다. 능동적으로 눈으로 읽어야 하고, 능동적으로 머리로 생각해야 하고, 능동적으로 손으로 다시 써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