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나에게 밥이다
원하는 정보는 구글에 웬만하면 다 있고, 여흥을 보내기엔 유튜브만한 게 없다. 짧은 문학은 소셜미디어에 넘쳐나고, 책 한 권을 모두 읽어내기에는 시간이 길고 지루하다.
그런데도 내가 책을 사들이는 이유는,
밥이 되지 않아서다.
우주에 떠다니는 수억만개의 물질과 같은 인터넷정보들은 그 대상을 콕 집어 들어올릴 땐 매우 유용하지만, 손가락을 대충 흘려볼 땐 그저 스낵에 지나지 않는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차다'는 느낌 보단 '때웠다'는 느낌이 드는 정보. 온전히 내 것으로 소화되지 못한 채 배출되는 기분이 든다고 할까. 잘 차려진 한 끼 식사를 먹는 기분을 주는 건 역시 책만한 게 없었다.
책은 빠르고 편리한 시대의 흐름을 여전히 느리게 역행하고 있다. 책은 비효율적인 덩치의 무게를 자랑하고 때론 고리타분하고 지루하지만, 한편으로는 별도의 충전없이 들고다닐 수 있다는 점에서 때와 장소의 구분없이 지적허영과 허기를 채울 수 있으니, 종이책의 수요는 갈수록 줄어들더라도 결코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책을 대체할 수 있는 무언가는 많아도,
책 자체가 될 수 있는 건 아직 없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