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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읽는 의사 Oct 07. 2019

왜 우리는 위악과 공포를  목격하려 하는가

고담시의 뒷면을 비추는 영화 '조커(Joker)'의 존재론

조커가 개봉한다고 하니 봐야지요.


배트맨 트릴로지(Trilogy)의 팬이라면 조커에 관한 새로운 서사에 관해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 영화 '조커(Joker)'는 시리즈를 넘어 이를테면 우주(MCU, Marvel Cinematic Universe)를 형성한 신화적 영웅들의 이야기를 전혀 모른다고 해서 빚진 감정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본 텍스트는 DC Comics라는 회사 내에서의 그의 서열을 짚는다던가 연보를 읊는 노력을 하지 않을 예정이므로.


강렬한 이미지로 등장했던 전작에서 '다들 왜 그렇게 심각하냐'며 괴기한 질문을 하던 조커에 관객들은 당혹하면서도 매혹되고 말았다. 그것은 그가 단순한 악당이 아니고 철학을 가진 복잡계의 인물임을 선언하는 순간이었다.



보편의 인간이 두려워하는 상해와 고통, 이를 뛰어넘는 듯한 부적절한 반응은 조커의 고유한 모습이다. 우리가 대체로 당황하거나 울고 기겁할 상황에서, 조커는 웃고 있다. 한편, 폭력과 살인을 저지를 때 망설임 없는 그의 태도는 극히 인상적이다.


영화는 그런 조커의 현재 모습, 즉 결과를 후향적으로 탐구한다. 무엇의 근원이나 존재의 역사를 되돌아본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성찰적인 과정이다.

 

조커의 출생은 영화의 마지막까지 미스터리하다. 그는 배트맨의 본가인 웨인가의 가정부였던 여성의 자녀로 상정되지만, 친아들인지 입양된 것인지 모호하다. 그의 어머니는 말년까지 배트맨의 아버지인 토마스 웨인에게 사랑과 경외심을 품으며 그리워한다. 그리고 후에 조커가 되는 아들 아서가 그의 아들이니 자신과 그를 돌봐달라고 끊임없이 편지를 보낸다.  

WARNER BROS

아들은 그러한 사실을 모른 채 이미 병들어 있다. '상황에 맞지 않게 웃는 병'에 걸려있다는 메모를 지니고 다닐 정도다. 환기도 잘 되지 않을 반지하의 공공 정신보건 상담실에서 그는 자신의 기묘한 정서와 꿈을 털어놓는다. 스탠딩 코미디 쇼의 진행자가 되는 것이다.


이쯤에서 그의 어머니가 그를 부르는 아명 혹은 예명이 'HAPPY'인 것은 아이러니일까 폐기하지 못한 희망일까. 사람들을 미소 짓게 해주는 이, 누군가를 즐겁게 해주고 싶어서 그는 직업마저도 광대를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광대, 그것도 어딘가 약하고 불편한 광대를 대하는 방식은 조커의 존재를 점점 합리화한다. 폭력과 갈취, 멸시와 사기의 적극적인 대상이 되는 광대일 때의 조커는 전형적 약자다.


그런 그에게도 유혹은 찾아온다. 격려처럼 너무도 쉽게 주어지는 총기는 고담시가 아닌 실재하는 느슨한 총기규제를 상징하는 것만 같다. 총기의 위해를 감당할 수 없는 존재에게 총이 주어지고 그는 소지를 이유로 해고되고 만다.  

 

WARNER BROS

그 이후의 상황은 어렵지 않게 추론 가능하다. 각종 부당함에 노출되어 있는 약자에게 책임과 관련한 고지 없이 주어진 무기는 아주 수월하게 사용된다. 일상적 폭력이 무기와 함께 신속하게 연쇄적 살인으로 진입한다. 우발적인 시작에서 점차 의도되고 계획된 범죄로 발달해 나아가는 과정을 관객들이 미끄러지듯 경험하도록 하는 연출이 탁월하다.


 

조커가 복잡계의 인물인 근원은 그가 모종의 장애를 가졌음에도 자신의 세계를 가꿔가던 존재이기 때문이다. 일기장이자 코미디 쇼의 아이디어 노트에 자신이 쓴 문구를 그는 몇 번이고 다시 환기한다. '나의 죽음은 삶보다 가치 있을 것이다.'


 

WARNER BROS

이 작품에서 죽음과 부활의 메타포를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조커가 자살과 타살 사이의 경계를 걷는 순간부터 그는 이미 사회적으로 죽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물리적 죽음에 임박하였다가 다시 부활하는 순간 캐릭터는 완성되어 폭발한다.  


 

천대받던 광대가 위악과 공포의 왕이 되는 과정은 그렇게 이야기가 된다. 이 작품에서 모방범죄라던가 대리 해소의 배설적 기능만을 읽는다면 안타까운 일이 될 것이다. 제작진은 조커를 가능한 설명 하고자 했고 이를 위한 분석은 원인에 대한 가설을 증명하는 과정이다.


 

악은 만들어진다.

그 과정을 두려워하며 목도하라.


이를 들여다볼 것인지 아닌지는 우리의 선택 혹은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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