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게 해보단, 달 같은 사람이고 싶다.

강렬하진 않아도 은은할 순 있어.

by 북구리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에 쨍한 태양.


저기 멀리서 다가오는 사람의 얼굴,

버스에 멍하니 앉아 있는 사람의 얼굴,

횡단보도의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의 얼굴,

마치 모든 이들의 얼굴이 그 빛으로 인해 존재하는 것만 같이,

태양의 환한 빛은 광활하게 영향력을 뻗친다.


그 밝은 빛에 이끌려 해를 보기 위해 얼굴을 들어보지만 금세 고개를 떨구고 만다.

휘황찬란한 빛에 압도되어 잠시 눈이 멀어버린 것만 같은 기운에

고개를 땅에 처박고 끔뻑, 다시 한번 끔뻑인다.


모든 이들의 얼굴을 밝히지만

정작 자신의 얼굴은 그 강렬함 뒤에 숨어버린 걸까.

끝내 두 눈을 마주하지 못함에 서글퍼진다.




/

실 같은 빛조차 차단해 버린, 칠흑 같은 어둠에 홀연히 떠 있는 달.


모든 이들의 얼굴을 숨긴 채

미미한 빛가루만을 땅에 흩뿌린다.


그 빛에 눈이 가려워 고개를 들어 올리면

둥그런 달이 지그시 두 눈을 맞추고서 홀로 떠 있다.


모든 이들의 얼굴에 빛을 줄 만한 강렬함은 없지만

캄캄한 밤이 외롭지 않도록 얼굴을 마주해 주는 걸까.


광활치 못한 은은함이 내게 위로를 건넨다.




/

두 눈을 멀게 할 만큼의 빛이 없는 나는,

그래서 당신에게 해보단, 달 같은 사람이고 싶다.


강렬하진 않아도

은은할 순 있는,


광활한 빛과 반짝임은 없어도

당신의 두 눈을 깊이 바라볼 수 있는,


해보단, 달 같은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