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영향력 맞겠지?
누군가 나에게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냐고 묻거나, 좌우명이 뭐냐고 물으면 언제나 하는 말이 있다.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그랬다. 그 놈의 영향력 때문에 출판사를 시작했다고 하면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하겠지만, 어리석게도 나는 그랬다.
"나의 글에, 나의 책에, 세상에 단 한 사람이라도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외치며 출판사를 시작했다. 물론 책을 만드는 일은 나에게 행복한 일이다. 저자를 부추겨 책을 쓰게 하고, 책의 취지를 정리하고, 목표하는 독자의 관심을 끌만한 목차를 만들고....... 이렇게 저렇게 내가 기획하고 만든 책이 한 권 한 권 팔려나갈 때마다 희열을 느낀다.
'그래, 의미있는 책을 만든 거야. 훌륭해. 나 훌륭했어.'라고 외치며 뿌듯함을 적립한다.
그런데 이 영향력이 난관을 만든 적이 있다.
함께 공부하던 단체에서 공저를 준비하고 책을 냈는데, 그 단체가 단체의 색깔이 명확하고, 추구하는 바가 뚜렷한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라 우리의 책을 문제시 하고, 도마위에 올렸다. 그 단체 소속이라는 저자 소개가 있는데 단체의 취지에 맞지 않는 책을 낸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이었다. 단체 장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징계를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소명서를 냈지만 소용이 없었다. 내가 만든 책이 10년, 20년이 넘게 그 단체에서 중책을 맞고 일하던 사람들을 죄인을 만든 것 같아 혼란스러웠다. 약간의 마찰 정도로 끝날 줄 알았던 상황은 파국으로 치닫고 결국 나와 함께 책을 만든 벗들은 모두 단체에서 나왔다. 책 한 권이 나의 벗들의 인생을 바꾸어 놓은 것이다. 그날 이후 나의 벗, 나의 공저자들은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현재 진행형이다. 새 길에서 좋은 결과물들을 내어놓은 친구도 있고, 여전히 새 길을 살피며 뚜벅뚜벅 걷고 있는 친구도 있다. 저자를 만들어주겠다는 나의 야심으로, 친구들은 책의 저자가 되었지만, 다른 인생을 살게 되었다. 오랜 시간 '남의 인생에 이렇게 끼어들다니, 나 정말 어쩌나!'라는 심정으로 벗들을 보게 되었다. 그래놓고선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나는 지금도 자꾸 남의 인생에 끼어들려 한다.
육아하는 엄마가 책을 내고 싶어하면 어떻게든 내주려어 힘이 되고 싶어하고, 길이 필요한 사람이 다가오면 책이 길이 되줄텐데 하며 또 책을 내주려고 한다. 내 인생 챙기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자꾸 남의 인생 걱정을 한다. 그리하여 출판사 통장 잔고는 점점 비어간다. 출판사 사장이 돈 될 책 낼 생각은 안 하고 자꾸 남의 인생에 끼어드는 이 나쁜 버릇을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 중이다.
그러나 언젠가..... 한 방. 복권처럼..... 남의 인생에 끼어들어 홈런치는 날도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