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없이 엄마책 만들기
엄마가 돌아가셨다.
엄마 생전에 꼭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만들어드리려고 했는데, 용기 없는 나는 1인출판사 강의만 들으러 다니며 '하고 싶다. 하고 싶다. 언젠간 할 것이다'를 반복했다. 문은 두드리는 자에게 열리는 법인데, 어쩌자고 생각만 하다가 떠나는 엄마를 붙잡지도 못하고, 그냥 보내드렸다. 손에 들려드리고 싶었던 책도 못 드리고, 빈손으로 가시게 했다.
엄마가 남긴 7페이지의 짧은 글을 들고, 수많은 밤을 울었다.
바보같이 왜 쳐다만 보고 있었는지, 바보같이 왜 말만 번드르르 했는지....
엄마를 보내드리고, 낮에는 미친듯이 일하고, 밤에는 언니 오빠와 조카들이 보내준 원고들을 정리하며 눈에 실핏줄이 터지고 안압이 높아지도록 울었다. 잠들지 못하는 밤들이 지나고 내 출판사의 첫 책 <순애>가 탄생했다.
나의 출판사 이름은 '생애'다.
生涯가 아니라 生愛다. 아무도 모르지만 나만 안다.
처음 출판사 로고를 한자로 만들었다가 한자교육 출판사나 논어 맹자 출판할 것만 같다는 지인들의 말에 한글로고로 바꾸며 내가 생각했던 의미는 감추어져 버렸지만, 암튼 나의 출판사는 삶을 사랑하는 글들이 모일 것이다. 엄마의 이름 순애의 '애'자도 사랑애자이다. 이것 역시 아무도 모르는 내 마음이 담긴 엄마에 대한 헌정이다. 엄마책 <순애>의 출간일은 2020년 5월 8일이다. 어버이날. 사업자등록증과 출판사등록증의 날짜는 다르지만, 생애 출판사 내마음의 시작일은 이 날이다.
작고 소중한 책 <순애>는 내 인생 가장 열심히 만든 책이다. 일러스터의 그림과 표지 금박, 4색인쇄까지. 정성을 모두 담았다. '모두가 힘들었던 그 시절, 30년생 그녀의 이야기'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1부 남기다 (엄마감 남긴 글), 2부 기억하다 (엄마를 기억하는 후손들의 글), 3부 (언니와 오빠의 간병일기)로 구성되어 있다. 멀리 떨어져 살아야했던 막내는 엄마가 가시는 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순애>로 엄마를 나의 마지막까지 기억할 것이다.
아직까지 <순애>를 다시 읽진 못한다. 읽기 시작하면 다시 눈물이 쏟아지니 힘들어진다. 나는 읽지 못해도 가끔 지인들에게 선물한다. 하나도 팔리지 않는 책이라 선물 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가족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 땅 대한민국을 버텨온 어들들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봄직하기 때문이다.
집과 물류창고에는 아직도 <순애>가 가득이다. 그래도 괜찮다. 스다듬기만 해도 엄마 냄새가 난다. 다 소진되면 아쉬울 것 같다. 조금은 남겨두어야겠다.
엄마,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