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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비문학

어떻게 물리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과학적 사고방식의 힘.

by 어투독

오늘은 과학, 그중에서도 물리학에 관한 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물리학 서적을 읽기로 한 계기는 찰리 멍거의 발언 때문이었습니다. 멍거는 물리학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과는 대화를 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물리학이라는 분야에 그만큼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듯합니다. 저 역시 자세히는 몰라도 대략적으로라도 알아보기 위해 물리학 책을 읽기로 결정했습니다. 가져온 책은 '어떻게 물리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서적입니다. 저자는 짐 알칼릴리로, 이라크 태생의 영국 이론 물리학자이자 저술가이며 과학 커뮤니케이터입니다. 과학 커뮤니케이터란 대중에게 과학을 쉽게 소개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궤도님이 대표적인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책은 물리학의 과거, 현재, 미래, 해결 과제, 그리고 미래 기술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현재 물리학이 어느 정도로 발전해 있는지를 대략적으로, 아주 간단하게나마 큰 그림을 파악하는 데 목표를 두겠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이 미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도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물리학에는 세 기둥이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열역학입니다. 먼저 상대성이론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특수상대성 이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앞서, 갈릴레오가 정립한 상대성 원리가 존재합니다. 상대성 원리에 따르면 어떤 물체의 속도는 관측자에 따라 다르게 측정됩니다. 예를 들어, A가 탄 차가 시속 100km로 달리고 있고, 바로 옆 도로에선 B 차가 시속 110km로 달리고 있으며, 인도에는 C가 두 자동차를 바라보고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A는 시속 100km로, B는 시속 110km로, 그리고 C는 정지한 상태로 세 사람이 있는 셈입니다. 인도에 서 있는 C의 입장에서는 B 차의 속도는 시속 110km로 보이겠지만, A의 입장에서는 옆 차(B)가 시속 10km 정도로만 앞서 나가는 것처럼 보이겠지요. 이는 ‘관측자에 따라 속도가 달라진다’라는 갈릴레오의 상대성 원리를 보여줍니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은 속도가 아니라 ‘시간과 공간’이 관측자에 따라 다르게 측정된다는 이론입니다. 여기서는 시간에 초점을 맞춰 설명해 보겠습니다. 먼저 아인슈타인은 실험에 앞서 하나의 대전제를 둡니다. 그것은 맥스웰 방정식에서 유도된 결과로, 빛의 속도는 측정자와 무관하게 항상 일정하다는 것입니다. 즉, 앞선 갈릴레오의 상대성 원리가 빛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제 가상의 실험을 해보겠습니다. 관측자 A는 지구 표면에 가만히 서 있고, B는 우주선을 타고 빛보다 1% 정도 느린 속도로 지표면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편의를 위해 빛의 속도를 100이라 하고, 우주선의 속도는 99라고 치겠습니다. A가 B를 향해 빛을 쐈을 때, A는 시속 99로 멀어지는 우주선과 시속 100으로 쫓아가는 빛을 보게 되므로, 빛이 우주선을 ‘1의 속도 차이’만큼 간신히 따라잡는 것처럼 보일 것입니다. A 입장에서 빛의 속도는 100으로 측정됩니다.

그렇다면 우주선에 있는 B의 입장에서는 빛의 속도가 어떻게 관측될까요? 갈릴레오의 상대성 원리에 따르면, 우주선이 시속 99로 달리고 있고 빛은 시속 100으로 쫓아오므로, 빛은 B에게 시속 1로 뒤따라오는 것으로 보일 것이라 예상됩니다. 하지만 앞서 전제한 ‘빛의 속도는 누가 관측하든 일정하다’라는 가정에 따르면, B 역시 빛의 속도를 100으로 관측해야만 합니다. 다시 말해 B가 보기에 빛은 ‘순식간에’ 우주선을 앞질러 나가는 것이지요. 결국 A는 빛이 우주선을 천천히 따라잡는 것으로 보지만, B는 빛이 우주선을 번쩍하는 순간 앞질러 가는 것으로 보게 됩니다.

이처럼 A와 B가 서로 다른 관측 결과를 얻게 되는 이유는, ‘빠른 속도로 움직이면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라는 결론으로만 설명이 가능합니다. 우주선 안에서는 지구보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므로, 지구에서 1분이 지났을 때 우주선 내부에서는 1초밖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나타난다는 것이지요. 이 현상을 시간 팽창이라 부릅니다. 특수상대성 이론은 바로 이러한 ‘관측자의 속도에 따라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혹시 설명이 조금 복잡하게 느껴졌더라도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물리학의 대략적인 흐름만 파악하는 데 목적이 있으므로, ‘특수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빠르게 움직이면 시간이 느리게 간다’ 정도로만 이해하셔도 충분합니다.

실험적 증거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다루고, 이제부터는 최대한 간단히 이론들을 살펴보겠습니다. 현재 우리가 언급한 상대성이론에는 두 갈래가 있는데, 지금까지 본 것은 특수상대성 이론이었습니다.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일반상대성이론입니다.


일반상대성이론

일반상대성이론은 중력에 따라 시간이 다르게 측정된다는 이론입니다. 중력이 강한 곳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중력이 약한 곳에서는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고 설명합니다. 간단히 말해 높은 산꼭대기에 있는 사람이 저지대에 사는 사람보다 더 빨리 늙는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이를 다음과 같이 표현합니다.

“중력은 대단히 실질적인 의미에서 시간의 흐름을 늦춥니다. 물체가 땅으로 떨어지는 이유는 항상 시간의 흐름이 가장 느린 곳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더 천천히 늙으려고 하는 것이죠. 정말 아름다운 설명이 아닐까요?”


양자역학

이제 물리학의 두 번째 기둥인 양자역학을 살펴보겠습니다. 여기서도 개념만 간략히 보겠습니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100가지도 안 되는 원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원자는 원자핵과 그 주변을 구름처럼 둘러싼 전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지며, 양성자와 중성자는 다시 더 근본적인 구성요소인 쿼크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렇게 미시 세계에 속하는 원자나 쿼크의 운동을 다루는 학문이 양자역학입니다. 상대성이론이 우주나 우리가 사는 거시 세계를 다룬다면, 양자역학은 아주 작은 세계를 연구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작은 세계에서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저자는 “물리학 전체를 통틀어 최대 미해결 문제는, 고전 물리법칙이 개별 원자의 세계로 내려가면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일 겁니다”라고 말합니다. 고전 물리학은 뉴턴의 물리학에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으로 이어지는 거시 세계의 법칙을 일컫습니다. 하지만 전자나 양성자, 중성자 같은 미시 입자들은 우리 일상에서 보는 물체들과 전혀 다르게 움직입니다. 예를 들어, 시계의 부품 움직임을 연구하면 시계의 작동 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거시 세계의 법칙입니다. 그러나 양자 세계에서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쿼크로 이뤄져 있더라도, 마치 쿼크가 없는 것처럼 행동하기도 합니다. 또 측정 문제도 있습니다. 전자는 동시에 두 가지 상태로 존재하다가, 관찰자가 들여다보는 순간 그중 하나로 보이는데, 이것이 왜 그런지는 아직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저자는 양자역학이 여전히 진행 중인 학문이라고 말합니다.


열역학

마지막 세 번째 기둥은 열역학입니다. 열역학에서는 엔트로피라는 개념을 다룹니다. 질서가 잘 잡힌 상태는 엔트로피가 낮으며, 무질서하게 뒤섞인 상태는 엔트로피가 높습니다. 감겨 있는 시계태엽이나 질서 정연하게 정리된 카드 뭉치는 낮은 엔트로피 상태입니다. 시계태엽이 다 풀려버리고 카드가 흩어져 무질서해지면 높은 엔트로피 상태가 되죠. 완충된 배터리는 낮은 엔트로피를 가진 것이고, 배터리가 방전될수록 엔트로피가 증가합니다. 우리 몸도 식물이 가진 낮은 엔트로피를 섭취하여 생명을 유지합니다. 식물은 태양에서 온 낮은 엔트로피를 받아들이지요.

우주는 항상 질서가 잘 잡힌 저 엔트로피 상태에서 무질서한 고 엔트로피 상태로 진행해야만 합니다. 이 과정이 바로 시간에 방향성을 부여하게 됩니다. 즉, 엔트로피가 증가함으로써 시간이 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지요.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미래는 이미 결정되어 있다”라는 것입니다. 조금 충격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저자는 우주의 과정이 결정론적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미래도 예측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다만 변수가 워낙 많아 실질적으로는 예측이 불가능할 뿐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양자역학은 근본적인 무작위성과 비결정론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지”라는 의문도 존재하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물리학의 세 기둥을 간단히 훑어보았습니다. 이것이 지금까지 물리학이 도달한 수준입니다. 책에서는 암흑물질, 암흑에너지, 다중우주 등 여전히 풀리지 않은 물리학의 과제도 소개하며, 물리학자들의 궁극적인 목표 또한 제시합니다. 그 목표는 앞서 언급한 세 기둥, 즉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열역학을 통합하는 것이지만, 아직 완성되지 못했습니다. 양자 세계에서는 고전 물리학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것처럼, 열역학에서 말하는 엔트로피 개념 역시 양자 세계에서 시간의 흐름을 양방향으로 설명해야 하는 문제에 부딪힙니다. 책에 따르면, 양자 수준에서는 사건들이 명확한 인과 순서를 따르지 않는 실험 결과도 있다고 합니다. 즉, A 사건이 일어나고 B가 뒤이어 일어나면 A는 B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B는 A에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것이 상식적인 인과 관계입니다. 그러나 양자 세계에서는 이런 인과 관계가 붕괴하기도 한다는 것이지요.

이처럼 풀리지 않은 문제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물리학을 이미 다양한 기술에 적용해 왔고 앞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예를 들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없었다면 GPS를 사용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또한 가까운 미래에는 양자 기술이 여러 분야에 적용될 전망입니다. 양자 중력계를 이용하면 지구 중력장의 미세한 변화까지 지도화할 수 있고, 양자 카메라로는 장애물 뒤에 숨은 물체를 볼 수 있습니다. 또 양자 이미징 기술로는 뇌를 열지 않고도 뇌 활성 지도를 작성할 수 있어 치매 등 질병 치료에 크게 기여할 잠재력이 있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분야는 단연 양자컴퓨터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양자컴퓨터는 언젠가 수학, 화학, 의학,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난제를 해결하리라 기대됩니다. 예컨대 제약 분야에서는 양자 시뮬레이션으로 신약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고, 농업 분야에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식량 생산량을 늘리는 새로운 비료 촉매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과학적 사고방식’이 여러 분야에 널리 받아들여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힙니다. 과학적 사고방식이란 한마디로 ‘실수를 인정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치에서 누군가가 자기 잘못을 분명하게 시인하는 모습을 얼마나 자주 볼 수 있을까요? 하지만 과학은 역사적으로 실수를 통해 성장해 왔으며, 기존 지식이 더 정확한 지식으로 대체된 사례도 무수히 많습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과학자는 언제나 인정할 것입니다. 어쩌면 기후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진화론에도 오류가 있을 수 있으며, 상대성이론도 틀렸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중력이 사람을 아래로만 잡아당기는 것은 아니어서, 명상을 하면 공중부양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어쩌면’이란 전혀 모른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우리는 계속 검증을 거치고, 검증에서 살아남은 이론들을 신뢰하며, 과학 비전공자들과도 소통할 것입니다.”


오늘은 과학, 그중에서도 물리학에 관한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제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 나도 물리학을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지요. 결론적으로 물리학과 완전히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은 아니지만, 저자가 얼마나 물리학을 열정적으로 사랑하는지는 분명히 느껴졌습니다. 책에 담긴 기술적 설명 중에는 낯선 용어가 있어 따로 찾아볼 만큼 이해가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물리학의 전반적인 큰 그림을 파악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과학적 사고방식의 중요성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어떤 일이든, 이미 실수나 잘못임이 명백해졌다면 신속히 인정하고 올바른 길로 재설정해야 합니다. 이는 투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피터 린치는 투자자에게 필요한 기질 중 하나로 ‘실수를 기꺼이 인정하려는 태도’를 꼽았습니다. 이미 투입한 시간이나 자금이 아깝다는 이유로 오류를 계속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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