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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비문학

엄청난 주가상승을 이뤄낸 CEO들의 비결.

윌리엄 손다이크의 '현금의 재발견'

by 어투독

오늘 소개해 드릴 책은 '현금의 재발견'입니다. 저자는 윌리엄 손다이크라는 인물로, 자산관리 기업을 운영하였고 하버드와 스탠퍼드에서 강의한 경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워런 버핏이 이 책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들에게 필독서로 추천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 오늘 이 책을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한 가지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좋은 CEO란 무엇인가?” 지난 50년 사이에 최고의 CEO가 누구인지 묻는다면 많은 사람이 GE의 잭 웰치를 떠올릴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단언컨대 잭 웰치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CEO가 얼마나 뛰어난지를 보여주는 최종 지표는 매출액, 이익, 직원 수, 성장률이 아니라 기업의 주당 가치 성장률이어야 한다. CEO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운영, 그리고 그 결과로 들어오는 현금을 적절하게 배치할 줄 알아야 한다.”
저자에 따르면 CEO에게 중요한 질문은 오직 하나입니다. “현금을 어떻게 만들어,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 그리고 이에 대한 해답은 “돈이 잘 들어오도록 만들고, 그 돈을 잘 사용해야 한다.”라는 매우 단순한 결론입니다. 그러나 이 단순함이 곧 자본 배분의 본질이라는 것이지요. 워런 버핏이 이미 지적했듯이 이렇게 중요한 일을 감당할 준비가 된 CEO는 매우 드뭅니다. CEO가 되기까지 통상적으로 마케팅, 제조, 엔지니어링, 관리, 사내 정치 등에 능통했을 뿐, 자본 배분을 체계적으로 학습한 경험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이를 “재능 있는 음악가가 커리어의 최종 단계에 이르렀을 때 카네기홀에서 연주하는 대신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에 지명되는 것과 같다”라고 비유합니다.

이전에 소개해 드렸던 '현명한 투자자'에서 버핏이 '증권분석' 출판 50주년 기념사에서 언급했던 “그레이엄-도드 마을” 이야기를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시장을 웃도는 수익을 지속적으로 거둔 투자자들은 모두 벤저민 그레이엄의 제자들이었고, 이들의 성공이 우연이 아니라 그레이엄의 가르침을 따른 결과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처럼 저자는 경영 업계에도 “싱글턴 마을”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이 존재하며, 그곳의 CEO들이 한결같이 시장이나 경쟁자들보다 나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합니다. “싱글턴”은 텔레다인의 창업자로, 이 책에서 저자는 자본 배분을 잘하는 CEO의 대표격으로 그를 소개합니다. 그리고 “싱글턴 마을”의 주민들(CEO들)은 각각 다른 도구를 활용하면서도 공통된 철학을 지녔다고 설명합니다. 바로 “장기적으로 주당 가치 최적화를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는 철학입니다. 즉 조직의 규모를 키우는 성장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집중해 왔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이 책에 등장하는 CEO들은 시기와 상황에 따라서는 자사주를 대규모로 매입하여 주식 기반을 축소하기도 하고, 사업부를 매각하거나 기업을 분할하여 회사의 규모를 줄이기도 했습니다. 성과가 부진한 사업부를 매각하거나 폐쇄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는 곧 “성장”이 주주 가치 극대화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인식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싱글턴 마을의 CEO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도구”들을 사용하여 주주 가치를 끌어올렸을까요?


가장 먼저 살펴볼 도구는 자사주 매입입니다. 앞서 “훌륭한 CEO란 주당 가치를 높이는 CEO”라고 했는데, 주당 가치를 높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현금흐름을 개선해 그 현금을 미래의 현금흐름을 더 높여줄 사업에 재투자하거나,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투자 결정에는 뛰어난 통찰력과 분석 능력이 필요합니다. 반면 비교적 간단한 방법도 있으니, 바로 주식 수(분모)를 줄이는 것입니다. 주식 수가 줄어들면 주당 가치는 자연스럽게 상승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중요한 전제조건은 “싸게 사야 한다”는 점입니다.

저자는 “싱글턴은 텔레다인을 창업했을 당시에는 신규 주식을 발행해 높은 주가수익배수(PER)에서 자금을 조달했고, 주가가 낮을 때에는 자사주를 적극적으로 매입했다”라고 설명합니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 모든 투자에서의 기본 원리이듯, 자사주 매입 또한 마찬가지라는 것이지요. 텔레다인의 싱글턴은 1972년 초부터 약 12년간 자사주를 집중 매입했는데, 그 당시 월스트리트에서는 자사주 매입을 “투자할 곳이 없다는 신호”로 간주하며 부정적으로 인식했습니다. 그러나 싱글턴은 주식 매입에 주저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텔레다인의 주식을 90% 가까이 사들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 이유는 배당 대신 자사주 매입이 세금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후 1990년대가 되자 자사주 매입은 일반화되었지만, 저자는 “주주들에게 실제 가치를 더하는 자사주 매입은 기업의 주가가 저렴할 때에만 효과가 있다”라고 강조합니다.


두 번째 도구는 비용 절감입니다. 책에 소개되는 CEO들은 대체로 검소하고 사옥 같은 것에 불필요한 지출을 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그들은 세금을 극도로 아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TCI의 존 말론입니다. 말론이 이끌던 TCI는 케이블 TV 회사로,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사업 특성상 감가상각을 통해 재무제표상 이익이 적게 잡히면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말론은 이 점을 적극적으로 이용했고, “회계상 이익을 키우는 것보다는 세금을 최소화하면서 현금흐름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더 중요하다”라고 보았습니다. 실제로 말론의 재임 기간 중 TCI의 현금흐름은 20배나 늘었지만, 법인세를 거의 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자사주 매입 역시 세금 측면에서 배당보다 유리하기 때문에, 자본 배분의 주요 도구로 적극 활용되었습니다.


세 번째 도구는 조직 운영 방식, 그중에서도 분권화입니다. 캐피털 시티스 방송사의 톰 머피가 그 대표 사례인데, 머피는 비용을 절감하고 자사주 매입을 기회가 올 때마다 실행했으며, 조직 구조 역시 최대한 단순화하고 분권화하여 현장 책임자에게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머피는 “본사는 부서장을 지원하는 데 최우선 목표를 둔다”는 경영 철학을 내세웠고, 이는 낮은 이직률과 높은 애사심으로 이어졌습니다. 그 결과, 머피가 CEO로 재직했던 29년 동안 캐피털 시티스의 연평균 수익률은 19.9%에 달하여, 같은 기간 S&P 500의 10.1%와 비교해도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었습니다.


네 번째 도구로는 인재 영입 능력을 들 수 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의 캐서린 그레이엄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레이엄은 예기치 못하게 경영권을 맡게 되었지만, 재임 기간 동안 ‘벤 브래들리’ 같은 인재를 편집국장으로 선임하여 워싱턴 포스트의 언론적 위상을 비약적으로 높였습니다. 또한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교체해 가며 끝까지 탁월한 인재를 찾아낸 것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흥미로운 사례로는, 1970년대 중반 무명에 가깝던 워런 버핏이 회사 주식을 대량 매집해 이사회의 경계심을 샀을 때, 오히려 그를 직접 만나보고 이사회에 합류시킨 결정을 들 수 있습니다. 그레이엄은 버핏과 함께하면서 자본 배분, 특히 주당 가치를 높이는 개념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버핏 역시 워싱턴 포스트에서 엄청난 수익을 올렸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도구는 분석 능력입니다. 책에 언급된 CEO들은 외부 자문사나 은행가에게 의존하기보다는 스스로 분석을 수행하고, 간단명료한 기준을 세워 그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현금을 까먹는 사업은 매각한다”거나 “인수 후 10년 동안 무차입 상태로 두 자릿수 세후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가” 같은 직관적인 기준을 두고 결정을 내렸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리더십은 카리스마가 아니라 분석에서 나온다”라는 한 CEO의 말을 인용하며, 이러한 독립적 분석 능력이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않는 핵심이라고 강조합니다.

결국 싱글턴 마을의 CEO들은 사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해 현금을 창출하고, 그 현금을 자사주 매입이나 인수, 투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적절히 재배치했습니다. 워런 버핏 역시 보험사에서 창출되는 낮은 비용의 부유(浮遊) 자금을 활용하여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에 투자하고, 분권화를 통해 27만 명 규모의 버크셔 해서웨이를 단 23명의 본사 인원으로 운영해 왔습니다. 다만 버핏은 자본 배분에 관한 의사결정만큼은 언제나 스스로 분석하고 판단하였지요.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 경영자들은 자본을 다루는 외과의사와 같았다. 가용 자본을 가장 높은 수익이 예상되는 곳에 배정함으로써 오랜 시간 주당 가치를 극대화했다. 이들은 배당보다는 자사주 매입을 선호했고, 세금을 최소화했으며, 조직은 분권화 방식으로 운영했다. 그리고 순이익보다 현금흐름을 중시했다.”

하지만 저자는 동시에 이들의 행동을 무턱대고 일반화하여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그들이 처했던 상황은 호황기일 수도 있고 불황기일 수도 있었으며, 그때마다 대처 방식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만일 이들의 공통점을 하나만 꼽으라면 “주주 중심적 마인드”일 것입니다. 이 마인드를 토대로, 각자에게 맞는 전략을 상황에 따라 적절히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정리하자면, 좋은 CEO란 자본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여 “주당 가치를 높이는” CEO입니다. 이를 위해 자금(현금흐름)을 창출하고, 그 자금을 또 다른 기회에 투입하여 주당 가치를 더 높이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책에서는 대표적으로 “자사주 매입, 절세, 인재 영입, 분권화, 그리고 독립적 분석 능력” 등을 그러한 수단으로 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교훈은 누구에게 필요한 것일까요? 결국 모든 경영자는 투자자이므로, 투자자에게도 동일한 통찰이 요구됩니다. 우리 역시 작은 일상 속에서부터 “효율적 자본 배분”의 관점을 연습할 수 있습니다. 예금 상품의 이자율을 꼼꼼히 비교하거나, 대출금리를 비교해 투자 수익과 견주는 등, 현재 보유한 자본(또는 빌린 자본)을 가능한 한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찾는 것이지요. 그리고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확실한 안전마진을 확보할 수 있을 때에만 실행해야 합니다. 이런 태도가 곧 “자본배분가적 마인드”이며, 책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금의 재발견'을 읽어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매우 훌륭한 책이라는 인상을 받았고, 단 한 번 읽어도 오랫동안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느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현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이자, 그 답을 보여주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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