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주었더니 양다리였네

by 리딩누크

마음을 주었다.

검고 탐스러운 몸

검은 몸과 대조되는 황금색 눈


처음 만난 건 길을 건너던 아기였는데

어느샌가 좀 커서 우리 집 마당 앞을 어슬렁 거리는 걸

자주 목격하게 되었다.


요리할 때마다 인기척을 느껴 쳐다보니

담장 위에서 나를 쳐다보는 너


웬만해선 마음을 안 주는데

이놈 뭔가 희한한 매력이 있다.


비 오는 어느 날

우리와 마주친 너


나는 남편에게

선심 쓰듯

비 와서 못 먹고 다니나

참치캔이나 하나 줘.


남편은 그새를 놓칠라

얼른 가져다준다.


며칠 후


흠… 아무래도 간택당한 거 같은데

남편은 아이와 신나서

둘이 데크에 앉아 고양이만 쳐다보더니

고양이에 대해 나에게 설명한다.

고양이는 운을 불러온대

고양이가 오는 집은 좋은 기운이 있는 거래

우리가 오라고 한 거 아니야~!!

우리가 간택당한 거야!!!

마우스 보다 낫지 않아?

예쁘잖아.


그제는 통조림

어제는 먹이그릇을 사 오더니

오늘은 쿠션을 사겠다고 한다


안돼. 우리 집에 정착하게 할 수 없어.


그런데 이게 왠 걸

우리 집 앞집도 검은 너에게

밥도 주고 마음도 주고

그랬더라??


그 검은 고양이 맞죠?

서로 사진을 보여준다.


우리 집에서 부르는 이름은

블랙 팬다

앞집은 또 다른 이름이란다.


양다리네.

어쩐지 보통내기가 아닌 거 같았어.


양다리면 다행이게

저기 윗집에서 걸어 나오는 고양이를

목격한 남편

주말에는 또 다른 집

그늘에 앉아 쉬고 있는 그를 목격


우리만의 고양이가 아니네

자기도 이쁜 걸 아는지

이 집 저 집 다니며

혼을 쏙 빼놓는다.


얼굴값 하네 그래

그래 넌 요물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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