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 요정
우리 시어머니의 별명이다.
영상통화를 해도 늘 배경은 부엌이고, 부엌에서 떠나질 않는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그 열정은 배가 된다. 가족들이 모이는 연말이면, 큰엄마셨던 우리 할머니가 손님치레를 했듯 시어머니도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우리 할머니가 명절이면 떡, 두부, 강정을 만드시던 것처럼, 시어머니는 푸딩을 굳히고 케이크를 굽는다. 사람 사는 게 다 같다고 하지 않았던가. 다른 재료와 방법일 뿐, 마음만은 똑같다. 가족을 위한 정성과 사랑으로 장만하는 음식이다.
올해도 시어머니는 며칠 전부터 분주하셨다. 내가 오기도 전부터 여러 가지 음식을 준비하신 것 같다. 커다란 통햄을 소스에 절여 오븐에 굽고, 샐러드는 종류별로 준비하신다. 시아버지는 그 옆에서 고기와 소시지를 굽는다.
가끔 팟럭 파티처럼 가족들이 각자 음식을 가져올 때도 있지만, 올해는 모두가 가볍게 왔다. 내가 좀 도울까 하지만 You are on holiday! 너 휴가잖아! 를 연신 외치시며 손사래를 치신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도 샐러드만 세 가지였다. 카레파우더가 들어간 콜리플라워 샐러드, 새콤달콤한 비트 샐러드, 그리고 큼직한 새우와 아보카도가 들어간 샐러드까지. 재료만 해도 각 샐러드에 열 가지가 넘는다고 한가. 심지어 각종 견과류를 따로 구워 넣으시는데, 고소한 냄새가 온 부엌을 감싼다.
외국 사람들은 음식을 간단히 한다는 건 편견일 뿐이다. 우리 시어머니의 부엌을 보면 그 말은 절대 못 한다. 오히려 더 세심하다. 오븐 온도, 굽는 시간, 재료의 질감 하나하나 꼼꼼히 챙기신다.
이번에는 디저트가 등장하는 순간, 진짜 하이라이트가 시작된다. 손이 많이 가는 크리스마스 케이크, 코코넛이 솔솔 뿌려진 레밍턴,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커스터드 크림 케이크까지. 시어머니는 이번엔 아이가 지난번에 코코넛을 좋아한다고 한 걸 기억하시고 일부러 레밍턴을 만드셨단다. 아이는 그 위에 크림을 올려 “Yummy~!” 하며 먹는다.
어찌나 음식을 잘하시는지 한국에서 베이커리를 하면 좋겠다고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있다. 사랑이 가득한 뉴질랜드 할머니의 베이커리 100% 성공인데 아쉽다.
식사가 끝나면 늘 그렇듯 “잘 먹었습니다~” 한마디 하면 시어머니는 웃으며 “My pleasure!” 라 하신다. 올해 크리스마스엔 우리 아이가 시어머니에게 Simply Korean이라는 요리책을 선물했다. 내가 요리하고 리딩 누크 네가 얼굴만 사장하는 게 어때? 요즘 한국음식이 대세인데? 어머니는 장난스럽게 물어보신다. 이제 시어머니가 한국 요리까지 마스터하신다면? 우리 엄마도 한 요리하는데 입지가 조금 불안해질지도 모르겠다.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
내 크리스마스가 따뜻한 것은
날씨 때문일까 아니면 어머니 음식에 밴 따뜻함 때문일까? 덕분에 올해 크리스마스도 다이어트는 글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