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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산타 Sep 04. 2021

그냥 선생님 스타일대로 하세요

나만의 스타일로 근무하기


"선생님은 다 좋은데 말이 너무 없어."

"선생님은 참 특이해. 말을 너무 안 해."


5년간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가장 자주 들었던 말이 아니었나 싶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나는 말수가 적고, 조용하고, 혼자 노는 걸 좋아하는 내향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직장 생활을 하며 내향적인 사람이라는 사실을 나 스스로 인정하기까지 정말 힘든 순간들이 많았다.


아니, 지금까지도 내 성향을 완전히 인정하지는 못했기에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라고 표현해야 좀 더 맞을 것 같다.



직장 생활을 해봤거나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나와 같은 성향의 사람들이 직장 생활에 어려움을 느낄 거라는 데 거의 동의하거나 공감할 것이다.



사람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서서 일을 해야 하는 공무원의 세계는 말이 없고 조용한 내향적인 공무원들에게 마치 맞지 않는 옷을 왜 굳이 입고 이 험난한 세계에 들어왔냐고 캐묻는 듯하다.



공무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직장 세계에는 다수가 원하는 '인간 성향'이 있다. 붙임성이 좋고 활발하고 유머가 많고 눈치가 빠르고.. 등등 외향적인 느낌의 표현들이 주를 이룬다. 



반면 이러한 표현들과 대비되는 숫기가 없고 조용한 성향은 사람들에게 환영받지를 못한다. 


처음 몇 달간은 말이다.



11개월 전 지금 일하는 곳에 처음 들어왔을 때가 떠오른다. 처음 보는 사람들 틈에서 쭈뼛쭈뼛하고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이자 과장님이 한 마디를 한다.



"그렇게 소심한 모습을 보이면 안 돼. 적극적으로 나서서 자신감 있게 말도 하고 먼저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야지."



분명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머리로는 분명 이해하는데 몸은 완전히 따로 논다. 그저 과장님이 하라는 대로 적극적인 척, 자신감 있는 척을 애써 해 보지만 마치 유체이탈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물론 나의 의지대로 내가 말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 몸에 꽉 끼는 옷을 입은 것인지 타인의 시선에 둘러싸여 드는 느낌인 건지 온몸이 꽉 조이는 기분이 들어 숨이 막힌다.



힘든 나날이 이어지고 있을 때 같이 일하는 사무실 직원 한 분이 지나가며 이런 말을 툭 내던진다. 무심하게 툭 내던진 듯한 말이었지만, 지금까지도 이 말은 나의 직장생활에 모토가 된다.



"선생님, 그냥 선생님 스타일대로 하세요"



과장님이 바라는 인간상, 다른 직원들이 바라는 인간상에 맞추어 한 달간을 보냈던 결과, 정말 이도 저도 아닌 내가 되어 있었다. 남들이 바라는 외향적인 사람이 되려 발버둥 칠수록 정작 그 목표와는 점점 멀어지게 되어 상처만 받았던 사람으로.



줄곧 전임자와 비교하는 다른 직원들의 말에 귀를 닫았다. 좀 더 자신감 있게, 적극적으로.. 빠르게 변하고 적응하라는 말들에 귀를 닫았다.



나만의 스타일은 뭘까를 고민했다. 나는 어떻게 사람을 만나고 어떻게 일을 할 때가 내 마음이 편안할까. 내 마음이 편안해야 그로부터 자신감이 새어 나오고 그로부터 적극적인 자세가 나오는 게 아닐까.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살면서 줄곧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데에는 늘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그에 비례하여 온전한 나 자신이 드러나기까지도 시간이 필요했다.



그냥 때를 기다리며 내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는 방식대로 꾸역꾸역 밀고 나갔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오히려 일대일에 강하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과 유대관계를 조금씩 쌓아나갔다. 가까워지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수록 말을 할 때에도 조금씩 자신감이 생겼다.



말을 논리 정연하게 하지 못하는 스타일이라 직원들이 해야 하는 업무 내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글로, 되도록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서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전에 전달하는 업무에 대해서는 두 번 세 번 더 숙지한다.



가끔씩, 어쩔 수 없이 큰 목소리로 전달을 해야 하는 상황 등 정말 성향 상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마음속으로 수도 없이 '할 수 있다'를 외친다. 마음속의 말이라도 반복하면 뇌도 실제라고 착각을 하는 것 같다.



이렇게 근무를 한 지 어느덧 1년이 다 되어 간다. 1년의 경력이 쌓이자 자신감 또한 쌓였다. 초기에는 사람들을 알아가는 단계라 말도 조심스럽게 건넸지만 이제는 농담도 자연스럽게 한다.



자연스럽게 쌓인 자신감은 업무와 사람에 대한 자세 또한 바꿔 놓는다. 보다 더 주위를 살핌과 동시에 보다 더 적극적인 자세를 갖고 업무를 대하고 사람을 대한다.



사람들은 내가 '달라졌다'라고들 말하지만, 사실 내 속에 내재된 성향이 드러난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주위의 충조평판에도 불구하고 나만의 스타일대로 묵묵히 근무를 해 나간 결과가 아닐까. 난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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