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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산타 Sep 12. 2021

일을 사랑하지는 않지만

잘해보려고는 합니다

교육행정직 공무원으로 근무한 지 5년.



도서관과 학교를 거쳐 현재 교육청에서 일하기까지 나는 공무원의 일 자체를 '사랑'했던 적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아니, 없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사랑이라는 건 몸에서부터 우러나와 결국 드러나기 때문에 숨기기가 어려운 감정이다. 때문에 사람이든지 물건이든지 어떤 대상을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이나 행동을 보면 사랑이라는 감정을 파악할 수 있다.



물론 그 감정을 진심 느끼고 있는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안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일을 마주하며 설레거나 출근을 학수고대하며 기다리거나 퇴근을 아쉬워했던 적은 없다. 일은 사랑의 대상이 아니라 그저 일일 뿐이다.



사랑의 감정이 없어 다소 무미건조하게 비칠지 모르겠지만, 그 자리를 책임감으로 메꿈으로써 어떻게든 주어진 일은 잘해보려고 애쓰는 중이다.



맏이의 특성상 책임감은 타고난 것 같다.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나는 그 책임감 하나로 삶을 유지한다. 어떤 것에 대한 책임감이 느껴지면 피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이 따라온다.



정말 하기 싫을 때에도, 견디기 힘들 때에도 참고해야만 하는 인내심. '누구라면 이렇게 해야 한다'라고 하는, 다양한 역할에 주어진 당위적인 말들을 지키려고 하는 데에서 오는 적극성.



이외에도 따라오는 것들이 많지만 나에게는 이 2가지가 책임감을 떠 받치는 중심축이 된다.



공무원으로서 일을 하다 보면 함께 일하는 사람으로 인해서 혹은 맡은 업무로 인해서 하루하루가 견디기 힘든 나날로 이어질 때가 분명 있다. 



그런 날이 이어지면 모든 걸 포기하고 싶고, 그만두고 싶고, 가슴 뛰는 다른 일을 하고만 싶어 진다. 하지만 지금 당장 그럴 수 없는 현실을 곧 깨닫게 된다. 그렇다면 그저 무의미하게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방법밖에 없는 걸까.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나 또한 그저 버텨낸다. 하지만 그 버텨낸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내가 여기서 왜 버텨내고 있고, 어떤 것들이 결국 나를 버텨내게 하는지에 대해서.



'존버'의 근원은 앞서 말한 책임감에 있다. 



현재 하고 있는 직업을 스스로 선택한 것에 따른 책임감, 그 책임을 회피하지 않기 위해 참고 견디는 인내심. 공무원은 함께 일하는 사람이든 일면식이 없는 사람이든 결국 사람들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부터 나오는 적극성.



싫어하는 사람과 함께 일을 할지라도 그 사람보다 넓은 마음을 갖고 있다고 스스로 대견해하며 먼저 다가가 마음의 여유가 없는 측은한 사람을 보듬어주는 사람. 일이 지나치게 과하거나 부당하지 않다면 그 일이 어려울지라도 결국 다른 사람들을 위한 일이라고 여기며 학습하고 처리하는 사람. 



지금 그렇지 않을지라도 그렇게 되면 참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직장에 다니며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데 큰 의미로 작용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내일이면 또다시 직장인의 하루가 시작된다.



누구나 그렇듯 월요일은 생각하기도 싫은 날이다. 하지만 직장에서 싫은 사람을 항상 마주해야 하듯 월요일 또한 피할 수 없이 맞이해야 하는 요일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하지만 차마 그럴 수 없다는 걸 스스로 너무나도 잘 알기에, 그저 피하지 못할 것들은 똑바로 마주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헤쳐나가야하겠지.



일을 사랑하고 즐기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잘해보려고 노력은 해야 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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