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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탈의실에 간 남학생, 우체국에 간 엄마

Mom goes postal.

by Jules



최근 미국 일리노이주 디어필드(Deerfield)에 위치한 Shephard 중학교에서는 트랜스젠더 남학생의 여학생 탈의실 이용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니콜 조거스(Nicole Georgas)는 해당 학교에 재학 중인 13세 여학생의 어머니다.

그녀의 딸은 평소와 다름없이 학교 화장실을 이용하던 중, 옆 칸에 남학생이 있던 것을 발견했다.

다음 날, 딸이 이 일을 학교 교사에게 이야기하자, 교사는 “그 아이는 이제 여자로 정체화(identify)하고 있으며, 앞으로 화장실과 탈의실을 함께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일로 당황하고 불쾌함을 느낀 딸과 조거스 부부는 학교 행정팀에 전화와 이메일로 연락을 취했다.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발표된 행정명령—생물학적 성을 남성과 여성 두 가지로만 인정하고, 트랜스젠더 개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여러 조치를 담은 명령—을 언급하며, 학교가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Obviously, maybe you [the school] are not on top of things as you should be — and obviously, what is going on now with this school?"


교장은 “우리는 연방 행정명령을 따르지 않는다. 주 법을 따른다”라고 밝혔고, 이에 조거스는 시민권 침해에 대한 고발을 접수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연방 법무부(Department of Justice, DOJ)에 민원을 제출했으며, 해당 사안은 교육부로 전달되었다.


그 남학생은 이후 여학생들이 없는 상황에서 혼자 여학생 탈의실을 사용했다고 한다.
누군가의 인도로 여학생 탈의실에 들어가, 항상 여학생들이 없는 시간대에만 이용하게 했다.

특별 대우와 같았다.


여학생들 사이에서는 그 남학생이 탈의실에 있을 때는 함께 옷을 갈아입지 않겠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이에 따라 여학생들은 그가 탈의실에 있는 동안에는 체육복을 입지 않기로 결정하며 일종의 작은 시위를 벌였다. 체육 교사들은 이 상황을 받아들였고, “체육복을 갈아입지 않아도 괜찮다. 체육화만 신어라”라고 말했다.


다음 날, 부교장은 여러 여학생을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들여 꾸짖었다.

그는 학생들에게 “왜 그런 행동을 했느냐. 이는 학교 정책에 어긋난다. 체육복은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날, 부교장은 부교육감 (assistant superintendent)까지 학교로 호출했다.

그 부교육감은 Shephard 중학교에 상주하는 인물이 아니며, 지역 교육청 본부 건물에 소속된 인사였다. 그 '엄중한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는지, 그녀는 직접 차를 몰고 중학교에 방문했다.


그날, 부교육감과 다른 교사 두 명이 함께, 여학생들에게 그 남학생이 있는 앞에서 체육복으로 갈아입도록 시켰다. 니콜의 딸도 강제로 옷을 갈아입어야 했다.


다음 날, 그 환장의 드림팀’은 다시 학교에 등판했고, 그 남학생 역시 여학생들과 함께 탈의실에 있었다.

이번에는 남학생이 옷을 갈아입으려고 했다. 그 순간 니콜의 딸은 완강하게 반발했다.


딸아이는 탈의실에서 펑펑 울며 뛰쳐나와 부모에게 전화를 걸었고, 니콜은 딸에게 “가장 먼저 보이는 어른에게 전화 바꿔. 내가 직접 이야기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실제로 전화를 바꿔 받은 교직원에게는 폭발하듯 쏟아부었다.

I went absolutely postal on the phone.


“어떻게 감히 제 딸을, 남학생 앞에서 옷을 갈아입게 만들 수 있습니까? 그 학생에게는 남성 생식기가 있어요.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니콜의 문제 제기에 대한 교장의 답변은 이랬다.

“그렇다면 따님을 올해 남은 기간 동안 다른 체육 수업으로 옮겨 드리겠습니다.”


니콜은 단호히 맞섰다.
“절대 안 됩니다. 왜 제 딸이 다른 체육 수업으로 옮겨야 하나요? 제 딸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습니다.”


여학생들에게 옷을 갈아입도록 강요한 Shephard 중학교 직원들


이 안건으로 열린 디어필드 교육위원회 회의 (board meeting)에는 시카고 지역에서 온 크로스드레싱(반대 성별의 옷을 입는 행위) 활동가들이 대거 참석해, 여학생들이 남학생 앞에서 옷을 갈아입도록 요구하는 정책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홀츠먼은 "연구에 따르면" 중학교 여학생들은 "남학생들이 탈의실에서 자신들이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보는 것이 허용될 때, 학업적, 사회적, 감정적으로 더 좋은 성과를 낸다"라고 말했다.


하인스빌 출신의 "크리스탈 라슨"(Kristal Larson)은 애이번 타운십(Avon Township) 서기로, 레이크 카운티에서 최초로 선출직에 오른 크로스드레싱 남성이다.

라슨은 "나는 한때 중학생이었던 소년이었습니다. 1980년대에는 그저 몰랐던 것뿐이죠."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탈의실에서 드디어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은 그 학생이 어떤 기분일지 고민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버윈 출신의 찰리 프리드먼(Charlee Friedman)은 자신을 "트랜스마스큘린 논바이너리 인간"이라고 소개하며 수염을 기르고 있다. 그녀는 3분간의 연설 중 대부분을 일리노이 주지사 J.B. 프리츠커(J.B. Pritzker)의 "십 대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이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지켜볼 권리를 보호"한 정책을 칭찬하는 데 할애했다. "우리는 (크로스드레싱 남성들을) 보호하는 주에 살고 있어 정말 행운입니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디어필드 출신의 티나 넬슨(Tina Nelson)은 자신이 레즈비언이라고 밝히며, 탈의실 논란에 반대하는 이들을 "자기들만의 백인 우월주의적 아젠다를 내세우는 비열한 여자들"이라고 비난했다.



몇 년 전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다큐멘터리 「What Is a Woman?」은, 현대 사회의 성 정체성과 젠더 논쟁을 조명하며 성별 개념의 혼란, 젠더 이데올로기의 확산, 그리고 트랜스젠더 권리의 확대가 여성의 권리와 충돌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마크 타카노(Mark Takano)는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연방 민주당 하원의원이자, 미국 역사상 최초로 공개적으로 커밍아웃한 아시아계 게이 의원이다. 그는 Equality Act(평등법), 학교 내 포용적(inclusive) 성교육, 트랜스젠더 학생 보호 정책, 교육기관 내 젠더 정체성 존중 의무 강조 등, LGBTQ+ 권리의 보장과 확대에 있어 가장 활발한 입법 활동을 펼쳐온 인물 중 하나다.


이 영화를 제작 및 진행한 정치 평론가 맷 월시(Matt Walsh)는 그와의 인터뷰에서 '담백하게' 물었다.


“여성 화장실이나 탈의실을 사용하고 싶어 하는 남성들이 있는 반면, 그 공간에서 남성을 보고 싶지 않아 하는 여성들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건 서로 다른 두 집단의 감정이 충돌하는 상황이잖아요. 그렇다면 누구의 감정을 우선해야 하나요? 어떻게 이 균형을 잡을 수 있죠?”

What is a woman?


충분히 정당한 질문이다.


타카노는 명확히 답하지 못했다.

대신 ‘존엄한 삶의 권리’ 같은 추상적인 표현만 반복하며, 질문의 핵심을 에둘러 피했다. 정치인 특유의 애매하고 두루뭉술한 말들로 논점을 흐렸고, 화장실이나 탈의실처럼 실제 충돌이 벌어지는 공간에서, 서로 상반되는 권리가 마주칠 때 누구의 권리를 우선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은 끝내 제시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내, “인터뷰는 여기까지입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버렸다.

다큐멘터리 내내 반복되던 월시의 질문,

What is a woman?”조차 꺼내보지도 못한 채였다.


나는 이 사람들의 사고체계가 정말로 궁금하다.

진심이다.


대부분이 여자라는 사실 또한 놀랍다.

앞에서 언급한 성소수자 운동가들의 "백인 우월주의적 비열한 여자들"이라는 비난이 무서워서일까?


교직원들, 타카노, 운동가들 모두 한 트랜스젠더 개인이 자신을 여성이라 믿는다면 그 정체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그 믿음이 타인에게 어떤 현실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전혀 하지 않는다.


“누구의 감정을 우선해야 하나요?”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죄 없는 여학생이 울며 라커룸을 뛰쳐나간 그 순간—

최소한 잠시, 그토록 숭고하다고 믿는 신념을 멈추고

“흠, 그러게?” 하고 자문해야 하지 않는가?


Exclusive inclusivity.

이들은 ‘포용’을 외치지만, 정작 누구보다 배타적이다.




Go postal

참다 참다 갑작스럽고 격렬하게 분노하거나 폭발하는 것을 뜻하는 미국식 슬랭.

꽤 무거운 뉘앙스를 지닌 표현으로, 1986년 8월 20일, 오클라호마주에서 한 전직 우체국 직원이 동료 14명을 총격으로 살해하고 자살한 사건에서 비롯됐다.

이후 1980~90년대 동안 유사한 우체국 내부 총기 난사 사건이 수차례 이어졌고,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언론과 대중 사이에서 “우체국 직원이 폭발했다”

→ “go postal”이라는 표현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



* 출처 및 참고자료

Nicole Georgas 니콜 조거스 인터뷰


디어필드 학군 교육위원회 회의 (board meeting)에서의 조거스의 발언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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