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분의 자극, 도파민을 넘어서

Go hard or go home

by Jules




미국에 와서 생긴 습관 겸 취미가 팟캐스트 듣기다.

한국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미국에서는 유튜브나 팟캐스트 같은 독립 플랫폼이 레거시 미디어 못지않은 영향력을 갖게 된 듯하다.


대부분의 팟캐스트는 분량이 길고, 짧게 주고받는 인터뷰라기보다는 시간을 충분히 들여 대화하는 형식에 가깝다. 덕분에 자극적으로 뽑힌 헤드라인이나, 맥락 없이 잘린 짧은 클립 너머의 한 인물을 더 깊게 관찰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IMG_0486.jpg


스탠드업 코미디 투어와 넷플릭스 스페셜 등으로 활동 중인 Theo Von은 유튜브 구독자 392만 명을 보유한 인기 코미디언이다. 그는 팟캐스트 This Past Weekend를 진행하며 독특한 화법과 유쾌한 시선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작년 미국 대선 기간에 공개된 트럼프 인터뷰 영상은 그의 담백하면서도 엉뚱한 인터뷰 스타일—예를 들어, 본인의 생생한 코카인 경험담을 꺼내며 그때 어떤 상태였는지를 직접 설명하는 식—이 한몫하면서, 기존 미디어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트럼프의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났다며 큰 화제를 모았다.


일각에서는 이 인터뷰를 트럼프 캠페인 활동 중 가장 잘한 선택 중 하나로 평가하기도 했다. 출연을 결심하게 된 배경에는 아들 배런의 강력 추천이 있었다고 하는데, 늦둥이 Gen Z 아들의 감각 덕분에, 이 인터뷰는 특히 젊은 층에게 제법 잘 통한 것 같다.

IMG_0488.jpg


트럼프는 This Past Weekend뿐만 아니라 대선을 11일 앞두고 ‘지구 최대’ 팟캐스트 Joe Rogan Experience (JRE)에 출연했고, 사람들은 열광했다. 해리스 역시 출연 의사를 밝혔지만, 거의 통째로 내보내는 JRE의 무편집 방식이 부담스러웠는지 출연을 고사했다고 한다.


약 3시간 분량의 인터뷰는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녹화되었고, 같은 날 바로 공개되었다—로건의 후일담에 따르면, 트럼프는 인터뷰 내내 단 한 번도 자리를 뜨지 않았고, 화장실도 가지 않았다고 한다.

공개 하루 만에 조회수 2,600만 회, 현재는 5,800만 회에 달한다. 언변이야 웬만한 정치인들은 어느 정도는 갖추고 있겠지만, 짜인 대본도, 프롬프터도, 미리 받은 질문지도 없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호스트와 3시간 동안 마주 앉아 코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도 실언에 대한 염려 없이 자신의 생각과 신념을 풀어낼 수 있다는 건, 확실히 대단한 능력이다.


What sets podcasting apart is its authenticity. Listeners connect with real, unfiltered conversations. That’s what builds trust. And when people trust you, they stick around, share your content and start talking about your brand in all the right places.
... In a world where content never sleeps, a podcast is a secret weapon for long-term marketing success.
- “Podcasting: Giving Your Marketing the Earworm Edge,” Forbes, 2025.


팟캐스트의 힘은 “진정성(authenticity)”과 “날것의 대화(unfiltered conversations)”에서 온다. 브랜드보다 사람을 앞세우는 매체, 꾸밈없는 말이 만들어내는 신뢰가 핵심이다. 짧고 강한 숏폼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지만, “콘텐츠가 쉬지 않는 세상에서, 팟캐스트는 장기적 마케팅 성공을 위한 비밀 병기”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 2026년부터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는 ‘최우수 팟캐스트(Best Podcast)’ 부문이 신설된다고 한다. 영화와 TV 중심의 전통적인 시상식이 디지털 오디오 콘텐츠의 급성장과 문화적 영향력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1분 남짓한 숏폼 콘텐츠에 모두가 ‘절여진’ 이 시대에, 정반대에 있는 ‘베리롱’ 포맷의 콘텐츠가 동시에 사랑받는다는 건 참 흥미롭고, 다행이며,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 같다.


시대가 원하는 건 짧고 강한 한 방이든, 길고 깊은 울림이든—결국, 제대로 하는 사람의 말이다.




Go hard or go home.
죽기 살기로 하든지, 아니면 그냥 집에 가라 = 전력을 다하지 않을 거라면 시작도 하지 말라는 뜻.
대충 하지 말고 끝까지 밀어붙이라는 도전적이고 직설적인 태도를 담고 있다.
1990년대 초 스포츠 슬로건으로 대중화되었으며, 특히 미국 헬스 문화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요즘은 일상 속에서 농담처럼 가볍게도 자주 쓰인다.


예 1) We’re lifting heavy today — go hard or go home.
예 2) You added extra cheese and bacon? Go hard or go home.
예 3) I signed up for three classes back-to-back. Go hard or go home!



https://www.forbes.com/councils/forbescoachescouncil/2025/05/14/podcasting-giving-your-marketing-the-earworm-edge/

https://goldenglobes.com/articles/golden-globes-breaks-ground-with-new-podcast-award/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래놀라인줄 알았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