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보습을 위한 핵심 성분 3 - 세라마이드, 판테놀, 베타인
나는 화장품 회사에 마케터로 일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연구원들과 함께 보냈다. 그래서 마케터이지만 좀 더 연구에 가까운 일을 하면서 많은 것을 체득할 수 있었다. 연구원들과 함께 일하면서 나는 늘 비슷한 질문을 했다. “연구원님은 뭘 바르세요?, 제일 좋은 성분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답변은 조금씩 달랐지만 대부분 단순 추출물이 아니었고, 그 성분들의 공통점은 피부 보습을 위한 성분이라는 점이었다.
"최고의 안티에이징은 보습+자외선차단"
최고의 안티에이징은 보습과 자외선차단이라는 말은 화장품 관련하여 전문 지식이 있는 사람들이 대체로 공감하는 말 일 것이다. 대부분의 연구원들은 화장품에 대해 그다지 환상을 가지고 있지 않는다. 화장품은 말 그대로 화장품 일 뿐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화장품법에서 정의하는 화장품 또한 ‘인체에 대한 작용이 경미한 것’인 것을 볼 수 있다. 피부를 위해 꼭 필요한 것으로 연구원들이 강조하는 것은 늘 ‘보습+자외선차단‘이었다. (물론 용모에 매력을 더하고 밝게 변화시키는 메이크업 제품은 제외하고) 그리고 보습을 위한 성분으로는 판테놀, 베타인(등 보습제), 세라마이드를 꼽았다.
“화장품”이란 인체를 청결·미화하여 매력을 더하고 용모를 밝게 변화시키거나 피부·모발의 건강을 유지 또는 증진하기 위해 인체에 바르고 문지르거나 뿌리는 등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사용되는 물품으로써 인체에 대한 작용이 경미한 것 - 「화장품법」 제2조 제1호 본문
비타민 B5 판테놀(Panthenol)
한 연구원은 OO사의 처방에는 기본적으로 판테놀이 다 들어간다는 얘기를 해 주었다. 제형에 1-2%씩 넣어 주면 보습력이 좋아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 또한 화장품 제조사에서 수 없이 많은 제품을 직접 발라보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도가 좋았던 성분 역시 바로 판테놀이었다. 특히 5% 정도 적용되었을 때 그 어떤 제품보다 보습력이 좋았다. 특히 춥고 건조한 계절에도 건조함 없이 피부를 지켜줬던 제형은 판테놀이 5% 적용된 크림이었다. 그래서 판테놀이 5% 정도 들어간 제형이라면 일단 보습력은 좋겠구나 생각해 볼 수 있다. 프랑스 더모코스메틱 브랜드 라로슈포제(La Roche Posay)는 판테놀을 사랑하는 대표 브랜드이다. 시카플라스트 B5 라인은 판테놀 성분을 메인으로 하는 대표적인 피부 장벽 개선 스킨케어이다.
판테놀은 대표적인 신생아 연고로 알려진 비판텐의 핵심 성분이고 해당 크림에도 5%(1g 당 50mg)가 적용되어 있다. 피부 상처 치유, 장벽 개선, 보습으로 알려진 판테놀은 탈모에도 효능이 있다. 대표적인 탈모치료제인 판시딜 역시 판테놀을 주성분으로 하며 식약처에서 고시하는 탈모완화기능성 샴푸의 주 성분에도 판테놀이 있다. 헤어케어 브랜드 중에서 판테놀을 메인 성분으로 하는 브랜드도 있다. 너무나도 유명한 P&G의 팬틴(Pantene)이다. 또한 아기 기저귀나 물티슈 등에서 대표적으로 강조하는 성분이기도 하다. 피부에 안전하면서도 다양한 효능을 두루 갖춘 판테놀은 정말 화장품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성분이다.
베타인(Betaine)
보습제를 선호하는 연구원도 있다. 보습제(Skin Humactant)는 스킨케어 제형을 설계할 때 비교적 높은 비중으로 들어가는 성분으로 대표적인 성분은 베타인이나 트레할로스 같은 성분이 있다. 베타인은 사탕무(Sugar Beet)에서 유래한 보습제로 사탕무에서 추출되기 때문에 베타인(Beet-aine)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주로 토너나 에센스 같은 스킨케어 가용화 처방이나 헤어케어에 많이 들어가며 피부 보습 및 자극 완화에 도움을 준다. 실제로 베타인에 대해서 좀 더 상세하게 연구할 시간이 있었는데, 베타인은 기본적인 보습 효능뿐만 아니라 계면활성제가 포함된 샴푸나 워시 같은 제형에 4% 이상 적용 시 자극을 완화해 주는 효능이 있었다. 또한 설탕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버려지는 사탕무의 뿌리에서 추출하여 업사이클링(Up-cycling)된 친환경 비건 소재이기도 하다.
세라마이드(Ceramide)
세라마이드는 피부 장벽에서 내부 수분이 증발되지 않도록 막아주고, 또 외부 요소로부터 피부를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하는 피부 속 핵심 성분이다. 한 연구원에 의하면 국내 대표적인 한방 스킨케어 브랜드 고가 라인에는 세라마이드가 높은 함량으로 적용되어 있다고 한다. 그만큼 고급스러운 사용감과 뛰어난 효능을 자랑하는 것이 바로 세라마이드이다.
세라마이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성분이다. 세라마이드는 피부 장벽을 구성하는 대표적인 성분이다. 지겹도록 외운 벽돌(각질세포)과 시멘트(피부지질)에서 시멘트에 해당되는 성분이다. 피부 지질은 세라마이드가 약 50%, 콜레스테롤과 지방산 그 외 성분들이 약 50%로 구성되어 있다. 아무래도 피부 지질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게 언급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더욱이 나이가 들 수록 세라마이드 함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세라마이드는 나이를 불문하고 우리 피부 장벽에 꼭 필요한 성분 중에 하나이다.
세라마이드는 고가이기도 하면서 물에도 기름에도 잘 섞이지 않는 난용성 물질이기 때문에 시중에 세라마이드를 적용한 제품은 수 없이 많지만 순수 세라마이드를 고함량 함유한 제품은 그다지 많지 않다. 실제로 OO세라 등으로 이름을 붙이고 함량을 기재한 제품의 전성분을 보면 ppm, ppb 수준으로 소량 적용된 경우가 많으며, 순수 세라마이드가 아닌 유사 세라마이드를 적용한 사례도 굉장히 많다.
가장 젊은 오늘의 피부를 지키는 법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인 오늘의 피부를 지키는 방법은 노화의 최대의 적인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지키고, 수분을 빼앗기지 않도록 보습을 충분히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화장품 단계를 줄이고, 내 피부의 건조 정도에 따라 충분한 보습을 줄 수 있는 똑똑한 제품 하나만 바르면 된다.
대부분의 제형들은 점도나 성상에 따라 이름만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앰플, 에센스, 로션, 크림 제품의 이름과는 상관없이 내 피부에 필요한 제형을 선택한 뒤 내 피부에 적절한 보습력을 주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주로 오일의 함량 적은 앰플이나 에센스 같은 가용화 제형보다는 로션이나 크림과 같은 유화(Emulsion) 제형이 피부 보습 유지에는 더욱 좋다. 더마코스메틱 브랜드들이 주로 백색 로션이나 크림이 많은 이유도 그러하다. 제품을 선택 후 피부에 발랐을 때 너무 기름지거나 겉돌지 않으며, 발랐을 때 피부 당김 없이 하루종일 피부가 편안한지 확인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연구원들이 선호하는 성분들이 전성분에, 이왕이면 상단에, 있는지 확인해 보자. 보습에 도움을 주는 성분이 충분히 함유된 제품을 바르면 피부가 편안하고, 유분이나 피지도 과도하게 분비되지 않으며, 피부가 건강하고 윤기 있어 보인다. 결국 피부에 충분한 보습을 해 주는 것이 건강하고 아름다운 피부를 만들기 위한 가장 기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