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시터, 자란다, 째깍 악어 다 해봤습니다!
나는 작년 5월부터 대학생 베이비시터로 일했다. 사실 처음엔 단순히 용돈을 벌 알바로만 생각했지만 지금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돌봄 플랫폼계의 3 대장(?)이라 할 수 있는 자란다, 맘시터, 째깍 악어 앱을 모두 써보았다. 이용 방법과 시급, 장단점 등의 내용은 이미 다른 블로거들이 많이 써 놓았으니 간단히 쓰고 다음 글부터는 개인적인 경험과 꿀팁들을 와르르 풀고자 한다.
일단, 나는 현재 맘시터에서 11개월째 주 4회, 한 아이 돌봄을 맡고 있다. 그리고 자란다에서도 총 133시간 일했는데 추천율 100%를 달성하였다. (이거 말고 부모님 앱에서만 보이는 평가가 따로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데, 째깍 악어에서는 약 80시간 정도 일했던 것 같다. 돌봄 플랫폼은 아니지만 키즈카페 두 곳에서도 일했었다.
사실 나는 '인기선생님'이다. 첫 방문부터 내 프로필에도 없고 예정에도 없었던 한글을 가르쳐 달라는 제안을 받았었다. 방문요청(내가 수락하면 바로 방문확정되는 요청)이나 재방문(한번 방문한 가정에서 다시 방문 요청) 요청도 많이 받았다. 사실 째깍 악어는 일 할 여건이 안되어 활동을 중단한 지 꽤 되었을 때도 계속 요청이 와서 곤란한 마음에 탈퇴하였다. 한 번은 거절을 했더니 자란다 회사에서 전화로
'부모님께서 선생님이 꼭 와주셨으면 좋겠다고 하시네요~ 일정상 아예 불가능하신 건가요?'
라고 하셨는데 그 당시 해외에 어떤 프로그램 참가를 계획하고 있었어서 몇 달 뒤에 출국할 수도 있다고 했더니 그전까지만이라도 괜찮으니 해달라고 부탁했었다. 또 한 번은 방문하기로 했다가 취소를 했는데 어머님께서 아쉬움을 표하시며
'선생님은 참 인성이 바르신 분이신 거 같아요~ 우리 아이 맡아 주셨음 했는데 아쉽네요.'
라고 좋은 말씀을 해주시기도 하셨다. 아마 내가 쓴 돌봄 노트 내용들을 보고 그러신 것 같다. 아이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한 번은 어머님이 전화하셔서
'저보다 선생님을 더 좋아하는 거 같아요 웬일이야~'
하신 적도 있고 재방문했을 때 왜 저번에 가지 말라고 했는데 가버렸냐며 심술을 부렸던 아이도 있었다 (귀여워ㅠㅠ) 돌봄 플랫폼은 아니지만 키즈카페에서 일할 땐 외국인 고객이 '칭찬하기'를 써주시기도 했으며 먹을 것을 받은 적도 있었다. 줄줄 쓰고 보니 내 자랑 같아서 민망하고 쑥스럽지만 나는 정말 인기선생님이다ㅎㅎㅎ그러니깐 여기 쓴 정보를 어느 정도 신뢰해도 좋다.
1. 어떤 사람이 적합할까?
당연한 얘기지만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 이어야 한다. 난 남동생 두 명이 있는 K-장녀로, 어릴 적부터 그리 나이차이가 많이 나지도 않는 막냇동생을 너무 예뻐해서 매일매일 뽀뽀하고 끌어안고 난리였다. 꼭 아기가 아니라도 무언가가 귀엽고 좋으면 애정표현을 뿜뿜 하며 돌봐주는 것으로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게 나다. (feeding 본능이라 해야 하나..... 천성이 그런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처음 보는 아이가 선생님~ ♥ 하면서 와락 안겨도 자연스럽게 오구~하면서 받아줄 수 있는 사람 이어야 한다.(정이 들면 업히기도 하고 대롱대롱 매달리기도 한다 ㅎㅎ)
그리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면 유리하다. 요즘 여자아이들은 산리오 캐릭터들을 매우 좋아한다. (디즈니 공주들은 한 물 간 것 같다ㅠㅠ)
아, 남의 집에 방문해야 하니 너무 낯가림이 심하거나 소극적이면 어렵다.(그렇지만 일이라고 생각하고 몇 번 하다 보면 괜찮아질 수도......) 인상도 중요한 것 같다. 잘생기고 예쁜 것보다는 수수하고 무해할 것 이미지가 유리한 것 같다.
2. 어떤 플랫폼이 적합할까?
플랫폼들의 특징들은 이렇다
자란다: 다른 플랫폼들보다 학습 쪽('배움'이라 한다.)에 특화되어 있다. 꼭 공부가 아니어도 부모님들이 '우리 아이에게 이거 가르쳐주세요~'하고 적어서 공고에 올리시는 경우가 많다. 물론 돌봄 공고도 많다. 아이 먹일 음식이라고 해도 조리는 절대 금지(조리하는 동안 아이가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 목욕시켜 주는 것도 안된다.
째깍 악어: 돌봄에 특화되어 있다. 째깍 악어 또한 조리는 안되지만 아이 목욕은 협의하에 가능하다.
맘시터:자란다와 째깍 악어는 수요와 공급이 20대, 대학생에 쏠려있지만 맘시터는 약간 다르다. 육아 경력 있는 '이모님'을 구하는 경우가 더 많다. 공고에 올라오는 아이들의 나이도 어린 편이다. 그렇지만 6,7세~초등학교 저학년 케어할 사람을 구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나는 현재 맘시터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 케어하는 일을 구해서 11개월째 하고 있다.)요청사항에 간단한 조리나 설거지를 요청할 수 있다. 시급도 최저시급보다 높다는 전제하에 부모님과 자유롭게 협의한다.
각각의 장점들은 이렇다.(째깍 악어는 작년(2022년)에 썼기 때문에 달라진 게 있을 수 있다.)
자란다:돌봄 노트(방문 후 작성하는 것)가 필수가 아니다. 사실, 돌봄 노트 작성이 압박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선생님을 구하는 부모님들이 열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포트폴리오 같달까...... 아이 컨디션이 좋지 않았거나 잘 맞지 않았을 경우엔 쓰기가 곤란해지기도 한다. 자란다는 필수는 아니다. 그러나 돌봄 노트 작성률이 공개된다. 배움 시급이 높은 편이며 배움, 돌봄 둘 다 경력이 쌓이면 시급도 높아진다. 비상시(방문 전 부모님과 연락이 안 된다거나 아이가 다쳤을 때) 회사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콜센터 같은 곳) 활동비를 직접 청구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미지급될 위험이 없다.
째깍 악어: 시급이 높다. 업계 최고라고 한다. 앱이 안정적이다. 째깍 악어 또한 비상시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으며 활동비를 직접 청구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미지급될 위험이 없다.
맘시터: 자란다와 째깍 악어보다 프리한 느낌이다. 중개만 해주는 플랫폼 느낌. 지켜야 할 규칙이 많다기 보단 부모님과 상의, 협의하에 진행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부모님,아이와 마음이 잘 맞는다면 다양한 활동을 편안하게 할 수 있다.
각각의 단점들은 이렇다.(째깍 악어는 작년(2022년)에 썼기 때문에 달라진 게 있을 수 있다.)
자란다:앱 오류가 잦다. 시급이 째깍 악어보다 낮다. 돌봄 일자리만 원한다면 선택지가 줄어든다. '배움'은 커리큘럼을 직접 짜야한다. (최근 이 점을 보완하여 커리큘럼과 교재가 제공되는 공고들도 많이 올라오긴 한다.) 돌봄엔 원래 커리큘럼이라는 게 없지만 정기적으로 방문하다 보면 놀아줄 아이디어가 빠르게 고갈된다ㅠㅠ
째깍 악어:돌봄 노트 작성이 필수이다. 쓰지 않으면 활동비를 받을 수가 없다. 커리큘럼면에서 자란다와 단점이 같다.
맘시터: 신생아나 영아 위주라 육아경험이 없는 대학생들이 할 일자리가 적다. OT라던지 매뉴얼 같은 것이 없어서 가정에 방문하여 아이 돌보는 일을 처음 한다면 여러모로 막막할 수 있다. 째깍 악어나 자란다처럼 비상시에 도움 요청할 곳이 없다. (있나? OT 같은 것이 없어서 있어도 잘 알기 어렵다.) 돌봄비를 직접 청구해야 한다. 주에 한 번씩 청구하는데 근무시간이 변동되었다면 조금 헷갈릴 수 있고 청구하는 것을 잊을 수 있다.
나의 경우엔 '맘시터'가 가장 잘 맞았다.
자란다나 째깍 악어는 뭐랄까, 약간의 프로페셔널함을 요구한다. 진입장벽도 꽤 높다. 내 기억에 재학증명서도 제출해야 하고 범죄경력조회서에 동의도 해야 하고, 소개 영상도 찍어야 하며 강의를 듣고 퀴즈도 맞춰야 하고 OT도 들어야 한다. 방문 시엔 유아교육과를 나오지 않았더라도 약간의 '선생님 바이브'가 필요하다.
그런데 맘시터는 살짝 결이 다르고 일하시는 분들의 연령대가 높으신 분들이 많다 보니 훨씬 간단하다. (재학증명서를 제출할 수 있지만 필수는 아니었다.) 그리고 '선생님'의 느낌보단 집에서 편안하게 돌봐주는 이모 혹은 언니 느낌이다. 규칙이 엄격하지 않기에 아이 부모님의 신뢰를 얻은 후엔 자전거도 타러 가고, 영화도 보러 가고, 만화카페, 애견카페도 가는 등 정말 다양한 활동들을 했다.
다음 편에선 프로필 작성 꿀팁이라던지, 방문 시 준비해야 할 것들, 나에게 맞는 일 찾기, 부모님과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필살기(?)나 일하면서 알아낸 아이들의 속마음 같은 것들에 대해서 써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