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고양이를 입양하기까지
대전 우산봉 아래, 작은 독립책방 '버찌책방'에는 책 향기만큼이나 진한 생명력이 감돈다. 강아지 별이와 닭, 계절마다 찾아오는 철새들까지. 작년 그 평화로운 식구들 사이에 조금 특별한 존재가 스며들었다. 얼굴이 피범벅이었던 학대의 기억을 몸에 새긴 고양이, '자두'였다.
처음 책방에 왔을 때, 자두의 세상은 화장실 변기 뒤 좁고 어두운 틈새가 전부였다. 아무도 자두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그저 낮은 목소리로 내뱉는 "애오오옹" 소리만이 그곳에 한 생명이 숨어있음을 짐작하게 할 뿐이었다. 인간에게 호되게 당한 마음이 빗장을 푸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사실 버찌책방의 현실은 그리 낭만적이지 않다. 주택 집을 지으며 생긴 대출 이자와 마음이 아파서 한동안 치료받았어야 했던 배우자까지, 책방지기 버찌는 매일 생의 무게를 꿋꿋이 버티는 중이었다. (『버찌책방은 다 계획이 있지』에 책방 운영에 대한 슬픔과 기쁨이 가득 나온다.)
그런 그녀에게 물었다.
"버찌, 자두는 어쩌다 입양하게 된 거예요?"
그녀는 특유의 동그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구미에 있는 책방 '책봄' 인스타에서 학대받은 자두 사진을 봤는데, 그날 밤 잠이 안 오더라고요. 내내 생각나서... 결국 가족들과 상의해서 데려왔어요."
고통받는 생명을 보며 아파하는 마음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아픔을 기어이 자신의 삶 속으로 끌어안아 책임지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다. 버찌는 피하는 대신 마주했고, 자두를 품음으로써 스스로의 삶도 더 단단하게 지탱해 나갔다.
자두는 꼬리가 짧고, 왼쪽 눈을 때때로 아픈 듯 찡그리기도 한다. 꼬리가 짧은 건 뱃속에서부터 영양이 부족했던 탓이고, 눈은 학대의 흔적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자두는 변기 뒤를 나와 책방 한복판을 당당히 가로지르며 엉덩이를 살랑 들이댄다. 손님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우렁차게 제 존재를 알린다.
나는 붓을 들어 자두의 짧은 꼬리와 찡긋거려도 예쁜 눈을 그린다. 그것은 상처가 아니라, 다시 일어선 용기로 보였다. 버찌책방의 서가에 고양이 관련 책들이 차곡차곡 쌓여가듯, 자두와 버찌 가족의 삶도 서로를 보듬으며 두텁게 쌓여가고 있다.
실로 오랜만에 붓을 쥐었다. 내게 주어진 '육아'라는 미션에 집중하느라 손을 놓았던 시간이 이토록 길어질 줄은 미처 몰랐다. 굳어버린 손가락은 마음보다 느렸고, 잘 그리고 싶은 욕심은 자꾸만 선을 어긋나게 만들었다.
하지만 굴곡진 생의 고비를 넘어온 자두를 생각하면 멈출 수 없었다. 자두의 지난날은 피어보지 못한 꽃 같았으나, 내 그림 속에서만큼은 누구보다 명랑하고 눈부신 생을 걸어가길 바랐다.
화폭 위에 '버찌'와 '자두'를 나란히 앉혔다. 이름처럼 달콤하고 잘 어울리는 한 쌍을 위해 붉은 버찌 열매를 그려 넣고, 자두의 눈망울엔 맑은 생기를 채웠다.
여전히 나는 버찌처럼 상처 입은 생명을 선뜻 품어 안는 거대한 용기를 내지는 못한다. 하지만 붓 끝을 빌려 그 마음의 높이를 조심스레 헤아려 본다. 머릿속 구상과 따로 노는 서툰 손길이었지만, 그리는 내내 한 가지 확신이 차올랐다.
서로를 돌보며 기꺼이 삶을 나누는 이들의 이야기를 멈추지 않고 쓰고 싶다는 다짐. 결국 내가 그린 것은 고양이 자두가 아니었다. 자두라는 작은 존재를 지탱하기 위해 기꺼이 제 어깨를 내어준 버찌와 그 가족들의 눈물겨운 다정함이었다.
[우리가 함께 기록할 사연을 기다립니다]
* 혹시 펫로스의 긴 터널을 지나고 계시거나, 사진 속 슬픔 대신 그림 안에서 환하게 웃는 아이의 온기를 간직하고 싶은 분들이 계신가요?
여러분의 아이가 가진 특별한 입양 이야기나, 차마 다 전하지 못한 고백들을 제게 들려주세요. 그 사연들을 수채화(혹은 색연필)로 정성껏 옮겨 담으려 합니다.
이 따뜻한 기록들이 모이면 언젠가 한 권의 책으로 엮어 세상에 내놓을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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