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 지선우, 이태오의 심리
그들은 대체 왜 그러는 걸까?(막장과 스포 주의)
오늘은 <부부의 세계> 본방송하는 금욜입니다!
저는 아이 잘때 같이 잠드는 편이라 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부부의 세계>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 글을 읽으면 재밌기도 씁쓸하기도 해요.
욕은 별로 읽고싶지 않고요.
다들 어찌나 몰입해서 보시는지, 드라마 배역에 빠져있는 느낌입니다.
물론 저도 그렇고요.
드라마 속 지선우와는 1도 연관성이 없는데도 지선우에게 몰입되었어요.
배우 김희애가 연기를 잘해서 그녀가 느끼는 외로움, 배신감이 전해지더라고요.
지인은 드라마 속 배경이 상류층 부자들 이야기라 그런지 현실감있게 느껴지진 않는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사회경제적 지위나 그들의 행태는 일반 서민들과 달라 차이가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살이는 비슷해서 그들이 겪는 사랑과 미움은 똑같더라고요.
다른 시청자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저도 예상하는 줄거리가 있어요.
아주 막장입니다.
남편에게 예상 줄거리 말했더니 그럴리가..합니다.
이건 가상이니 그냥 재미로 봐주세요.
제가 줄거리 이렇게 될 거라고 우기는 거 아닙니다^^
그저 하나의 상상으로 봐주세요.
오늘 블로그 이웃이 원작 드라마 줄거리를 하나 이야기해주었어요.
부부가 동침한다는 충격적인 사실을요.
제가 예상하는 줄거리는요.
우리나라 정서상 둘이 잠자리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을 것 같고요.
재결합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 같아요.
태오가 지선우를 자극시켜 둘이 갈등이 고조되다 어떤 계기일지는 몰라도 서로 화해하는 분위기가 될 걸로 보입니다. 그 계기는 아무래도 박인규(배우 이학주) 역이 뇌관이 되어 터질 수 있겠다 싶어요. 이태오와 틀어지면서 지선우를 협박, 위협하는 과정에서 이태오가 지선우를 대신해 위험을 감수하거나 지선우를 보호하는 방향이지 않을까... 그냥 추측입니다. 둘의 화해 낌새를 알아챈 현재 장인어른인 여병규(배우 이경영)가 태오를 저수지에 빠뜨려(더더 막막장일 경우, 앞에 메이킹 보고 든 생각입니다. 드라마 시작할 때 메이킹에서 이태오가 어딘가에 빠지는 장면이 연출되어요.) 살인교사나 자살로 위장하는 걸로요. 아니면 모든 위험을 피하고 지선우와 태오가 함께 고산을 뜬다는 거에요.
이쯤에서 헐 하시거나 이 글의 창을 닫으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요.
막 막장으로 갈 때의 스토리입니다.
<부부의 세계> 연출진들이 부부간의 애증을 아주 극적으로 보여주려고 작심했다면요.
이 드라마를 보다 보니 제 정신도 피폐해지는 것 같아요. ㅋㅋ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보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동백꽃 필 무렵을 볼 땐 세상 따뜻했어요)
지금부터는 그 이유를 쓸게요. 하나의 소설로 보시면 됩니다.
이 또한 제가 추측하는 심리이니 드라마의 제작진 의도와 충분히,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지선우와 이태오는 상처의 짝입니다. 이마고 부부치료를 만든 하빌 핸드릭스는 명언, 부부는 상처입은 영혼의 짝이자 서로의 유일한 치유자라고 했어요. 비슷한 상처를 가진 영혼들이라는 거에요.
그 둘은 버림받는 것에 대한 공포, 두려움이 있어요.
지선우는 아버지와 남편의 바람을 의심하는 어머니가 한 날 한시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십니다.
그것은 우연한 사고일지 몰라도 그녀는 버림받았다, 하루 아침에 세상에 홀로 던져졌다는 상처 경험으로 남게 됩니다.
이태오는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 살면서 떨어져있었던 세월이 오래 됐죠.
아버지의 사정이 어떻든 이태오 역시 아버지가 자신을 버렸다고 여깁니다.
둘의 경험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부모에게서 자신의 존재감과 가치감을 회의하게 만듭니다.
주관적인 세계에서 그렇다는 것이지, 상황 자체가 불행하다는 건 아니에요.
나는 과연 소중한 사람인가? 버림받을만한 존재이지 않나? 싶은 거죠.
의식적으로 아는 게 아니라 무의식적인 과정에서 느끼는 두려움입니다.
결혼 생활에서도 그 둘은 어떻게서든 상대에게 버림받지 않기 위해 서로에게 맞추고 있었어요.
자기 욕구보다 상대의 욕구에 부응하는 고통스러운 춤을 반복했어요.
왜냐하면 자기 뜻대로 살면 상대 배우자가 자신을 언젠가 버릴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밑바탕에 자리하고 있거든요.
이태오에게 지선우는 제2의 어머니에요.
이마고 부부치료에서는 우리가 끌리는 이상형은 부모와 비슷하다고 봅니다.
부모에게 받고 싶었던 사랑을 배우자에게 끊임없이 원하고 요구하거든요.
자신에게 가장 중요했고 생명과도 같았던 홀어머니와 비슷한 감정을 불러일으켜요.
왜냐하면 사랑에 빠지는 순간부터 어머니와 비슷한 지선우가 매력적으로 느껴지거든요.
남편에게 버림받지 않기 위해 애썼던 어머니와 버림받은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지선우는 닮은 꼴입니다.
이태오가 그녀를 사랑하고 선택한 이유는 어머니와 비슷해서, 어머니와의 관계 패턴(상호작용)과 익숙해서입니다. 어머니에게 의존하고 말씀을 잘 듣고 자신의 욕구는 억압하는 관계요. 지선우와 부부 관계를 통해 새롭고 진정한 사랑을 경험하고 싶어하죠. 아내인 지선우에게 어머니처럼 통제받고 자신이 일방적으로 맞추는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부부관계에서도 그 패턴은 반복됩니다.
이러한 끌림은 지선우도 마찬가지에요.
의사인 자신에 비해 가진 것, 조건이 달리는 이태오를 선택한 이유는요.
그가 자기와 비슷한 상처를 가졌기에 안쓰럽게 보였기 때문입니다.
임신도 이유가 있었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았기 때문일 거에요.
지선우 역시 고상한 척했지만 자신의 버림받을 것 같은 두려움을 자각하지 못했고요. 남편의 사랑(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외면했기에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어요.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상처를 치유하지 않고 살았기에 그 상처에 끄달려살게 됩니다.
세상에 혼자 남은 자신을 다른 사람들에게 불쌍하게 보이지 않기 위해 자신과 가족을 과도하게 통제하죠.
그녀의 불안은 완벽주의가 되어 가족들의 숨통을 막아요.
7, 8회를 보면요.
이태오가 다시 돌아와 지선우를 만납니다.
이태오가 지선우를 자극하는 7, 8회의 행동들(그녀를 미행, 아들과 있는 사진 보냄, 집에 몰래 들어가 액자 밟고 버리려고 둔 속옷과 향수를 다시 집으로 들여놓기)은 마치 엄마에게 관심받기 위해 온갖 나쁜 짓은 다 해보는 아이의 모습입니다.
자기와 똑같은 상처를 아들에게 대물림하지 않게 하기 위해 무슨 짓이든 다 하겠죠. 이혼 전 아들을 잃지 않기 위해 필사적이었던 것처럼요. 하지만 가장 깊은 욕구는 지선우에게 인정받는 것입니다.
남편으로, 가장으로서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다. 그거 뿐이에요.
이태오가 보란듯이 자신의 집과 성공을 지선우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파티에 끌여들였다고 생각해요.
초대장은 누가 보냈는지 모르겠지만요. (저는 그 부분을 놓쳤어요.)
이태오는 사실 투자만 성공하면 여다경과 헤어질 생각이었다는 게 제 추측입니다.
하지만 그는 아내가 여다경 집에 찾아가 임신 사실을 폭로, 어깃장놓는 바람에 계획이 물거품되었다고 느낍니다.
여다경도 심리적으로 허약하긴 이태오와 마찬가지죠.
취약한 이태오, 갈대처럼 흔들리는 그에게 기대려는 안쓰러운 모습이었어요.
대차게 헤어지거나 아이를 인공유산했다면 그녀는 이렇게까지 또 버림받을까봐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되었을 거에요. 연인이나 부부는 자기가 가진 두려움을 상대에게 똑같이 느끼게끔 만들어요. 이태오가 가진 공포와 불안이 여다경에도 전달됩니다.
이제 전세는 역전되어 여다경이 본부인, 지선우가 전부인이 된 건데요.
애석하게도 이태오는 아직 제2의 엄마 같은 지선우에게 받고 싶은 인정 욕구를 버리지 못했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지선우를 계속 자극할거고 삼각관계에 여다경이 재등장해 다시 갈등이 고조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태오는 자기가 이렇게 떼쓰고 치대는 아이처럼 구는 것이 사실은 미운만큼 사랑하는거라는 걸 깨닫고요. 그는 지선우가 정신과의사와 관계가 어떤지 계속 신경쓰고 지선우가 다치자 예민해져서 소리칩니다. 이태오의 흔들리는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어요.
지선우도 2년 동안 남편을 잊었다고 생각했지만 떼어낼 수 없는 아이 아빠라는 걸 경험할 것 같아요.
자신이 그 동안 너무 남편을 숨막히게 했다는 걸 자각하는 거죠. 지금은 잘 못 느끼지만 자신이 남편과 아들을 외롭게 했다는 반성을 할 걸로 보여요. 지선우 또한 2년 동안 이태오의 선물을 버리지 않았고요.
부부상담을 하다 보면, 일부 이혼 부부들이 이혼을 결심하는 순간에도 성관계를 갖습니다.
서로 사랑을 확인하고 싶을 수도 있고요.
저는 그게 성욕이라기 보다는 익숙한 의존, 친밀한 관계를 재경험하고 싶은 욕구가 더 있다고 봅니다.
부부는 부모를 대신하는 제2의 대리양육자니까요. 병원 가면 배우자를 보호자라고 부르잖아요. 아주 친밀한 의존 경험이 타인과는 잘 맺어지지 않으니까요. 부부관계란 그래서 묘하고 복잡한가봅니다.
이태오 지선우 커플도 갑작스러운 이혼을 속으로는 아무도 원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여다경과 헤어지고 파국을 맞을지도 모르겠어요. 원가족(이태오, 지선우, 아들 준영이) 셋 다 징글징글하게 외로웠어요. 지선우, 이태오는 아들을 빼놓고 살 수 없을 만큼 허하기에 아들은 잃어버리지 않으려 합니다. 서로 다투는 상황이 어찌어찌 극단적으로 치닫게 되니 실제 속마음과 달리 원치 않는 이혼을 급하게 결정하게 됩니다.
건강하지 않은 의존 관계라도 한순간에 사라지면,
우주에 홀로 있는듯한 외로움과
인생무상이라는 공허함이 느껴지거든요.
이태오는 현재 가정에서도 자기 자리를 찾지 못했고 여다경 가족 중 아무도 그를 인정해주지 않아요.
그러니 인정 욕구는 다시 충족될만한 바깥의 탈출구를 찾게 될거에요.
"너도 나처럼 되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
지선우 찾아간 여다경에게 지선우의 경고에서처럼 여다경에게도 직면하고 싶지 않은 그림자로 어둠이 드리워집니다. 여다경이 불안해하는 이유는 자신이 아무리 그 욕구를 채워주려해도 이태오에게 모성으로 느껴지는 지선우에게는 밀린다는 거에요. 오히려 뉴페이스 여성이라면 여다경이 이렇게까지 긴장하지 않을 거에요.
이태오는 처음부터 다른 삶을 살았던 여다경에게는 괴리감을 느끼지만요.
지선우가 편안하고 익숙한 원래 짝이라고 여기는 거죠. 제2의 엄마나 다름 없으니까요.
이상, 제가 생각한 <부부의 세계> 배역들의 심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