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 사례(가상) 두번째 글
지난번 글에서 가상으로 한 남성 사례를 나눴는데요.
반복적으로 오해받는 상황에 노출되고 억울함이 자극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른 사람이 나의 억울함을 공감하고 공평하게 대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과거의 나에게 꼭 필요했지만, 당시엔 존재하지 않았던 내 편을 들어주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함께 있다는 게 큰 위로가 될 거예요.
하지만 남이 편들어준다 해도
내가 나를 오해하지 않기 위해서는,
나의 핵심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해야 합니다.
우리는 영유아기부터 취학 이전의 트라우마 경험으로 만들어진 핵심감정에 평생 끌려가며 살아갑니다. 핵심감정을 알아차리고 얼마만큼 조절하느냐에 따라 감정의 고리에 빠지는 무한 반복을 멈출 수 있어요.
아무리 다른 사람들이 “나는 네 편이야. 우리가 있잖아.”라고 해도 정작 자신이 자기 편을 들어주지 않으면 매번 원점입니다. 아무리 “네가 제일 예뻐.”라고 말해도 믿지 않는 전여친처럼요.
이게 뭐 때문에 어려울까요?
우리 대부분은 충분히 공감받아본 적이 없거나 내가 스스로 편을 들어주는 게 잘 와닿지 않아요.
상처받았을 때마다 알아주지 못하고 오히려 나를 방임하거나 비난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나를 알아주는 과정이 뭐가 그렇게 힘드냐고요?"
정작, 아이였던 그는 그 억울함을 온전히 느낄 수 없었거든요.
심리적 충격(트라우마)을 받을 때는 몸과 정신이 분리됩니다.
- 이런 충격은 어른이 보기에는 아주 사소하고 일상적일 수 있어요. 우리의 어린 시절은 조그만 자극에도 쿠크다스처럼 부서질 만큼 취약합니다. -
마치 영혼이 산산이 부서지는 것처럼 그때의 감정은 해리되어 잘 느껴지지 않아요.
아버지가 혼내는 상황에서 아무도 그의 어린 시절 마음을 알아주지 않았어요. 방치되었어요.
부모는 달래주지 않았고 아이 자신도 자기 마음을 모르고 핵심감정이 깊은 ‘무의식’이라는 지하실로 추방됩니다. 대신 현재의 그가 어린 시절 아이의 마음을 알아줄 수 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라고요?"
그가 어린 시절 자신의 목격자가 되어,
방임되었던 여린 ‘나’를 다시 어르고 보살펴줘야 합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그런 장면이 종종 나오죠?
현재의 내가 과거에서 어린 나를 바라보는 장면이요.
마치 아버지가 혼내는 상황으로 돌아가 ‘상상으로’
지금 여기에서 필요한 관심과 돌봄을 실제로,
자신이 받기 원했던 양육을 자신에게 반복적으로 해주면,
현재의 악순환을 멈출 수 있어요.
"현실이 아닌데, 상상한다고 그게 되나요?"
“네, 됩니다.”
우리의 뇌는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말 들어봤나요?
뇌 안에 지름길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상상해봐요.
오해받는 느낌이 조금이라도 들면 생각, 감정, 행동이 지름길의 회로로 가버립니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주먹에 힘이 들어가고 화가 나서 큰 소리를 내는 게 습관적으로 나왔다면요. 그것과는 다르게 동작과 자세를 바꿔도 됩니다. 가능한 숨을 고르게 쉬고 특히 어깨와 팔에 힘을 빼고 가슴에 손을 얹어 심장에서 하는 말을 들어봅니다.
“아, 억울해! 아무도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아!!”
아이의 말을 진심을 잘 들을 수 있다면 차차 내가 나의 억울함을 알아줄 수 있습니다.
단, 여기에는 조건이 있어요.
하나는 생생히 그려져야 합니다. 감정이 실제로 느껴져야 하는데 이게 참 어려울 수 있어요.
이미지가 그려져야 하는 건 아니고요.
머리 속에 장면으로 떠올릴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그때의 나로 경험되는지입니다.
당시 몸과 마음에 저장되어 있던 여러 정보가 드러날 수 있어요.
나도 아버지에게 있는 그대로 인정받고 싶었구나.
동생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싶었구나.
형이 그러지 않았다고 말하지 않는 동생이 미웠구나.
내 편을 들어주지 않는 어머니, 아버지를 원망하고
가족 중에는 아무도 내 편이 없다고 생각했구나.
이런 게 왜 중요하냐면, 지금-여기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아이가 원했는데 일어나지 않았던 돌봄을 내가 나에게 다시 해주는 거예요.
가장 핵심은 과거의 내가 원했던 방식으로 보살핌을 받는 거예요.
상상 속 아이를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기분이 어땠는지 물어봐요.
“아버지가 혼냈을 때 너는 어떤 생각(감정)이 들었어?”
“나는 동생에 비해 쓸모 없구나 생각했어요.”
“너를 도와줄 누군가가 있다면 뭘 어떻게 도와주면 좋겠니?”
“제 편을 들어주면 좋겠어요.”
이런 식으로 대화를 해도 좋고, 꼭 내면 대화가 아니더라도 상상 속에서 지금의 내가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줍니다.
내가 나를 이해하는 것이
완벽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자신을 따뜻하고 연민어린 눈으로 바라봐주세요.
다음에는 이 사람이 상담에 왔다고 가정하고 이야기 나누는 글을 올릴 예정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