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습니다. Heal myself!
서문
‘자연치유’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았습니다. 첫 번째 뜻은 산림욕이나 온천욕 따위와 같이, 자연환경을 이용하여 질병을 고치는 일입니다. 두 번째 뜻은 인위적인 치료를 하지 않고 신체의 회복 능력을 북돋워 질병이 저절로 낫거나 몸이 회복되도록 하는 일입니다.
저는 의아했습니다.
몸은 질환이 걸리면 자연치유하기 위해 애씁니다. 하지만 심리는 자연치유, 자기치유 방법이 없을까요? 대체로 사람들은 몸이 다치거나 아프면 스스로를 돌봅니다. 마음이란 것이 눈에 보이지 않아서일까요? 마음이 상처 입거나 충격을 받으면 잘 참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들키지 않기 위해 짐짓 괜찮은 척 하고요. 마치 아프지 않은 것처럼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립니다. 잠시 집중할 것을 찾거나 내면에서 나오는 소리와 눈물을 회피합니다.
저는 안타까웠습니다.
‘조금만 더 일찍 왔더라면, 부모가 알았더라면,’ 하는 탄식이 절로 새어나옵니다. 상담센터에서 내담자(상담을 받기 위해 상담센터에 내방하는 고객)를 처음 만나면 골든타임을 놓친 환자를 맞이한 기분입니다. 정신증이 발병하기 전에는 반드시 증상이 있습니다. 오랜 시간 증상을 방치한 채 마음의 병이 악화되는 기로에서 상담 받거나 정신증으로 확인되어 약물치료를 뒤늦게 받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는 얼마나 곪고 오래되었는지 최초 상처가 무엇인지, 치명상이 뭐였는지 알 수 없는 지경입니다. 이럴 때 내담자는 최소한 소통할 수 있는 대화까지만 되어도 괜찮은데 이해하기 어려운 말까지 하게 됩니다.
상담센터에 오기 망설이시는 분들을 위한 쉬운 안내가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꼈습니다. 상담 공간은 안전하고 상담 시간은 오로지 내담자를 위한 시간입니다.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공격과 상처를 주지 않도록 최소한 자격을 갖추고 훈련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안심하고 가능한 골든타임 안에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습니다.
사실 많은 분들이 심리상담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우리나라 학교, 직장 구조 자체가 경직되고 심지어는 폭력적인 면까지 느껴집니다. 사회구조가 그리한데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신건강이 좋을 리 만무합니다. 현실적으로 심리상담의 수요와 공급이 깨져있습니다. 고급 상담 서비스를 받는 내담자들은 오랜 상담기간 동안 큰 비용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심리상담이나 정신분석 서비스도 양극화되어 내면세계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생깁니다. 내담자들이 받는 상담의 질에 따라 그들의 미래나 운명이 결정된다고 볼 수 없지만요. 안 그래도 취약한 내담자들이 전문적인 상담서비스를 받지 못해 오히려 상담자에게 상처 받는 경우도 생깁니다. 물론 저도 누군가에게 상처와 오해를 불러일으켰을 수도 있습니다.
이 격차를 만회하기 위해 상담협동조합, 그로잉맘 서비스처럼 상담이나 코칭 비용을 낮추고 좀 더 많은 내담자들에게 한 발 가까이 가려는 시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저는 반가운 현상이라 생각합니다.
그마저도 돈이나 시간이 없거나 신체적 제약과 물리적 환경으로 인해 가지 못하는 분들은 어떻게 할까요?
여러 내담자에게 들었던 방법은 책 읽기와 글쓰기였습니다.
그 분들은 어떻게 해서든 자기 삶, 생명을 놓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책과 연필을 잡고 있었습니다. 물론 책 한 권으로 삶이 바뀐다 할 수 없습니다. 잠깐 글을 썼다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습니다.
제가 경험하기로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자기치유로 가는 방법은 고독한 시간에 나를 만나지 않는 이상 어렵습니다. 아무리 심리상담을 오래 받았다고 해도 내가 나를 만나려 하지 않으면 한계에 다다릅니다. 생활에서 연습(훈습)하지 않으면 상담 효과가 빛을 발하지 않습니다.
상담에 가기 어려운 분들, 심리상담을 받으면서 상담 시간 외에도 나를 성장시키고 싶은 분들을 위해서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심리상담이 끝나면 막막하고 초조해지는 분들도 나를 마주하는 시간을 이어가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제가 욕심이 과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작은 바람이 여러분께 전달되길 바랍니다.
제가 여기에 써놓은 것들은 적용해볼 수 있는 하나의 도구이자 방법입니다. 일반적으로 모두에게 다 맞을 거라고 보긴 어려울 겁니다. 이 중에서 내가 끌리는 것을 한 번 찾아보고 시도해보면 어떨까요?